“도대체 언제 내려요?” 장바구니·먹거리·외식 물가 줄줄이 올라

한승곤 2022. 11. 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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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발표 10월 ‘농산물 소비자물가’ 전년 동월 대비 7.3% 상승
정부 “물가 추이 고려할 때 6.3% 상승률 기록한 7월이 정점 가능성”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유제품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퇴근 후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생각만 하면 근심이 앞선다. 김씨는 "최근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데 장바구니 물가도 많이 올라,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먹고 싶은 걸 위주로 장을 봤는데, 지금은 지출을 최대한 아낄 수 있게 장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채소 등 농산물은 물론 밀가루 등 먹거리, 외식 물가까지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동향' 조사 결과 농산물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보다 7.3% 올랐다. 육류인 쇠고기와 돼지고기도 15.9%, 11.7% 각각 상승했다. 수산물 물가도 6.5% 올랐다. 곡물·팜유·원유 등 국제 식품 원재료 가격도 오르며 가공식품 물가는 9.5%나 올랐다.

여기에 치즈, 두부, 닭고기 등 먹거리 물가도 올랐다. 닭고기는 생닭 1kg 기준 9520원으로 1년 전 대비 30% 급등했으며, 치즈는 27.4% 올랐다. 라면의 경우 삼양식품은 지난 7일부터 라면값을 평균 9.7% 인상했다. 삼양식품은 밀가루, 팜유 등 주요 수입 원자재와 물류비 등 생산 비용 급증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외식 물가 오름세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외식물가는 8.9% 증가했다. 품목별로 보면 통계청이 조사하는 39개 외식 품목이 모두 올랐다. 가장 상승률이 높은 품목은 짜장면이다. 전년 동월 대비 13.2% 가격이 올랐다. 김밥(13%), 갈비탕(12.1%)과 라면(12.1%), 햄버거(12.0%) 등이 뒤를 이었다. 치킨(10.3%), 삼겹살(10.6%) 가격 상승 폭도 큰 편이다.

장바구니, 먹거리, 외식 물가 상승에 이어 국내 우유 원유 가격 인상에 따라 우유와 유제품, 아이스크림 등 가격 인상도 예정돼 있다. 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17일부터 통상 가정에서 많이 마시는 900mL짜리 흰 우유 제품 가격을 2610원에서 2860원으로 9.6% 인상한다. 남양유업도 가격을 올리되 900mL 제품 가격을 3000원 이하로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F&B 역시 우유 가격을 이달 중 인상할 예정으로, 인상폭과 구체적인 시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빙그레도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이렇다 보니 우유가 들어가는 빵, 아이스크림 등이 오르는 이른바 '밀크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당분간 장바구니 부담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물가 상승 배경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으로 세계 식량 가격이 치솟고 여기에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해 수입단가가 크게 올라, 제조 원가 압박이 커졌다는 해석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수는 지난해 125.7로 치솟았고 올해 1∼10월 평균치가 145.8에 달했다. 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두고 비교한 것으로 지난 2015∼2020년에는 평균 수치가 100 아래였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안팎으로 오른 상태를 한동안 유지해 밀가루 등 수입 재료에 대한 부담도 컸다. 물류비와 인건비가 오른 것 역시 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다만 물가 상승률 관련 정부는 당분간 큰 폭으로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현재 물가 추이를 봤을 때 6.3% 상승률을 기록한 지난 7월이 물가 정점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물가 흐름을 봐야겠지만 앞으로 6%대로 올라가진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외적인 공급 측면에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요소는 석유류나 농축산물인데, 둘다 오름세가 둔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산유국의 감산 결정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성이나 러시아발 농수산물 가격 반등 가능성도 있지만, 중립적으로 본다면 상승세가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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