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25년차 김래원, 절박할수록 영화는 빛난다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위기의 순간, 주저 없이 몸을 내던진다. 아래층으로 또 아래층으로 거침없이 구르고 떨어지는 모습에 관객은 주먹을 꽉 쥔다. 배우 김래원(41)의 액션은 이번에도 빛난다. 왜인지 그가 억울하고 처절하게 내몰릴수록 재미는 커진다. 절박하고 처연한 눈빛과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은 그가 25년 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를 말해준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래원은 "'데시벨'에서는 스턴트 대역배우와 액션 장면을 진행하기로 이야기했는데, 현장에서 '제가 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며 남다른 열정을 드러냈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데시벨'(감독 황인호)은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으로 도심을 점거하려는 폭탄 설계자(이종석)와 그의 타깃이 된 전직 해군 부함장 강도영(김래원)이 벌이는 사운드 테러 액션 영화다. 테러의 타깃이 된 그는 폭탄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하기 위해 대부분의 액션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 도로를 질주하는 카체이싱, 파도풀에서 진행된 수중 액션, 고층 빌딩에서의 와이어 액션, 맨몸 격투 장면까지 그야말로 몸을 던졌다.
김래원의 몸 사리지 않는 액션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강남 1970'(2015) ' 프리즌'·'희생부활자'(2017) 등 다양한 작품에서 수컷 냄새 물씬 풍기는 강렬한 액션으로 호평을 받았다. '데시벨'에서도 돋보인다. 그는 "현장에서 대역 연기자가 액션 연기를 해주면 훨씬 화려하고 멋있다. 전문적으로 잘해주시기에 스턴트 연기자와 진행하려 했는데, 감정이 있는 액션을 하고 싶었다. 손동작 하나에도 인물 감정이 흐트러질 수 있고, 바뀔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그렇기에 현장에서 늘 최선을 선택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역 없이 소화한 액션을 통해 다음 감정을 헤아렸다고. 그는 "와이어를 매달고 순서대로 찍었는데, 이 정도 높이에서 떨어지니 무릎이 아프겠더라. 이후 내달릴 때 다리를 절뚝이는 연기를 추가했다"고 했다.
황인호 감독의 멜로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본 김래원은 작품에 출연하기 위해 만났다고 했다. 그때 만난 작품이 '데시벨'이다. 그는 "일단 '데시벨'을 하고 멜로를 하자고 하셨다. 제가 낚였다"며 웃었다. "대본을 보고 하고 싶었던 배역은 정상훈의 오대오 기자와 이종석 역할이었다. 감독이 안 된다고 꼭 부함장 역할을 해달라고 해서 수락하게 됐다."
마음만 먹으면 주인공은 얼마든지 튈 수 있다. 김래원은 이번에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 발 뒤로 물러서 각 인물이 장면에서 충실히 보이도록 했다. 철저한 의도였던 것. 덕분에 이종석, 정상훈 등 각 배역이 개성 있게 살아난다. 그는 "이번에는 마음을 굳게 먹고 작품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 주력했다. 흐름에 맞춰서 템포감 있게 받쳐줬다. 예전의 나라면 나의 이야기를 위주로 정해놓고 표현하지 않았을까. 돋보이는 연기를 하도록 노력했을 텐데 이번에는 달리했다. 영화 전체로 보면 만족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완벽을 쫓는 과정에 있다. 아직 미숙하지만 스토리에 맞게 과장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강도영은 시종일관 해군 정복을 입고 등장한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영화를 보고 의상 핏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김래원은 "의상팀에서는 의상핏이 중요하다고 했다. 제복을 입고 구두를 신고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연기가 중요하지 않나 싶었는데, 이번에 왜 중요한지 깨달았다. 워터파크에서 구두를 신고 뛰느라 미끄럽고 불편했지만 연기만큼 핏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김래원은 17세인 1997년 MBC 드라마 '나'로 데뷔했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어느덧 25년 차 배우가 됐다. 이를 언급하자 "사람들이 50대인 줄 알겠다"며 웃었다. 그는 "매 순간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세월이 흘렀다"고 말했다.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골몰한 적은 없다. 예전에는 연기에 대해 고민만 했다면 이제 작품에 대해 고민한다. 극이 어떻게 표현될지 완벽을 추구하는 편이다. 배우들 간의 호흡을 고려한다."
최근 한석규와 통화를 나눈 김래원은 선배의 조언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선배가 나이를 물으시더니 '제일 좋을 때'라고 해주셨다. 너 생각보다 좋은 배우, 많은 걸 가진 배우니까 지금까지 연기 연습했다고 생각하고 이제부터 해보라고 조언하셨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20대 후반에는 번아웃을 겪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며 아기였죠.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열심히 했어요. 지금도 잘 모르지만, 이제 알아가기 시작하는 단계죠. 제 또래에도 모르는 배우가 있을 것이고 평생 모르고 지나가는 분도 있지 않을까요. 저는 자연스러운 사람이에요. 평소에도 무난하고 인간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해요. 평소 모습이 영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평소에 폼 잡으면 작품에서도 폼이 잡히는 거겠죠. 제 초심은 열정이에요. 열정을 가지고 늘 열심히 하는 것. 그건 계속되고 있어요."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결혼해도 물장사할거야?"…카페하는 여친에 비수꽂은 남친 어머니 - 아시아경제
- "37억 신혼집 해줬는데 불륜에 공금 유용"…트리플스타 전 부인 폭로 - 아시아경제
- 방시혁·민희진, 중국 쇼핑몰서 포착…"극적으로 화해한 줄" - 아시아경제
- 연봉 6000만원·주 4일 근무…파격 조건 제시한 '이 회사' - 아시아경제
- "고3 제자와 외도안했다"는 아내…꽁초까지 주워 DNA 검사한 남편 - 아시아경제
- "너희 말대로 왔으니 돈 뽑아줘"…병원침대 누워 은행 간 노인 - 아시아경제
- "빗자루 탄 마녀 정말 하늘 난다"…역대급 핼러윈 분장에 감탄 연발 - 아시아경제
- 이혼 김민재, 재산 분할만 80억?…얼마나 벌었길래 - 아시아경제
- "전 물만 먹어도 돼요"…아픈 엄마에 몰래 급식 가져다 준 12살 아들 - 아시아경제
- 엉덩이 드러낸 채 "뽑아주세요"…이해불가 日 선거문화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