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트럼프 대항마' 디샌티스 주지사 급부상
트럼프, 지원후보 줄줄이 패배…탈세 등 수사대상도 부담
미국 중간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로 재선한 공화당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가 2024년 대선 가도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일 디샌티스를 겨냥한 ‘견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디샌티스 주지사는 9일(현지시간) 중간선거 개표 결과 득표율 59.4%로 민주당 후보 찰리 크리스트 전 주지사에게 19%포인트를 넘는 득표 차로 따돌리고 재선에 성공했다. CNN과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운 소위 '트럼프 키즈'가 대거 고배를 마셔 디샌티스 주지사의 승리가 더욱 돋보인다며 그가 백악관을 탈환할 공화당의 희망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여전히 함구하고 있지만 그의 승리에 대한 언론과 재계, 공화당 내부 등 보수 진영의 반응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보수 성향의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지배하는 언론매체들도 2024년 대선 공화당 후보로 디샌티스 주지사를 밀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머독이 지배력을 지닌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폭스뉴스, 뉴욕포스트 등은 중간선거 결과와 관련해 디샌티스의 재선 소식을 일제히 부각했다.
특히 뉴욕포스트는 1면에 디샌티스의 연임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그와 가족의 사진을 전면에 싣고 '드퓨처'(DeFUTURE)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가 미래라는 의미다. 공화당 원로인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폭스뉴스 프로그램에 나와 "디샌티스 주지사가 (중간선거일 개표가 이뤄진 지난) 밤의 가장 큰 승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차기 대선 후보로 디샌티스 주지사에게 투표하고 싶다고 밝힌 데 이어 공화당 정치자금 ‘큰손’으로 꼽히는 헤지펀드 시타델의 켄 그리핀 최고경영자(CEO)도 “다음 세대로 넘어가야 할 때”라며 그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지난달 공개된 ABC뉴스 여론조사에서 ‘누가 공화당을 미래로 이끌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공화당원의 72%가 디샌티스라고 답해 트럼프(64%)를 앞섰다.
공화당은 디샌티스 주지사가 남미계 유권자가 과반을 차지하는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에서 60%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한 점에 고무돼 있다. 지난 20여 년간 어떤 공화당 후보도 획득하지 못한 득표율로 백악관 탈환을 위해 꼭 필요한 전국 남미계 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디샌티스 주지사의 득표력을 검증한 것으로 공화당은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번 선거과정은 물론 재선 확정 후에도 차기 대선과 관련해 어떤 언질도 주지 않고 있다. 8일 밤 열린 재선 축하파티에서 대선출마를 촉구하는 지지자들 앞에 옅은 미소를 띠고 등장한 그는 "우리는 선거에서 이겼을 뿐만 아니라 정치지도를 새로 그렸다"고 말한 뒤 무대를 내려갔다.
하지만 디샌티스 주지사 주변에서는 중간선거 전부터 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선언 여부와 관계없이 대선 선거캠프를 가동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강한 기류가 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디샌티스 주지사가 지난 수개월 간 정치자금 기부자들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분열성이 보수적인 정책시행에 걸림돌이 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반면 재선 도전 꿈에 부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엔 제동이 걸리게 됐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은 물론 상원과 주요 주지사까지 압승해 ‘레드 웨이브’(red wave·공화당을 뜻하는 빨간색 물결)가 미 전역을 뒤덮을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계기로 대선 출마를 선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선전하면서 그의 예측은 빗나갔다. .
특히 최대 스윙스테이트(경합주)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공개 지지했던 메흐멧 오즈 상원의원 후보와 더그 마스트리아노 주지사 후보가 동시에 패배하면서 당내에서 후보공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개인사업체 탈세 및 금융사기 혐의, 2021년 1·6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를 둘러싼 내란 선동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는 것도 그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디샌티스 주지사를 경쟁자로 간주하며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는 7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나는 디샌티스가 출마할지 잘 모르겠다. 만약에 그가 선거에 나서면 매우 심하게 다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디샌티스에 대해 좋지 않은 비밀 정보를 갖고 있다. 그가 출마해 대선 경선에서 맞붙는다면 이를 폭로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美 중간선거] '화제의 당선자들' Z세대부터 여성·성소수자까지
- [美 중간선거] 조지아 결선투표 남았지만…민주당 예상 외 선전
- 美 중간선거 '선방'에 바이든 "민주주의에 좋은 날…레드웨이브 없었다"
- [美 중간선거] 美공화, 4년 만에 하원 탈환 ‘확실’…상원은 예측불허 승부
- [美 중간선거] '순자씨' 스트리클런드 하원의원, 재선 성공했다
- 이재명 첫 선고부터 '징역형'…사법리스크 현실화에 대권가도 '위태'
- [현장] "이재명 대통령" 외치다 쥐 죽은 듯…당선무효형에 자기들끼리 실랑이
- '중폭' 개각할까…윤 대통령과 한 총리는 논의 중
- 서양의 풍자·동양의 서정… '아노라'와 '연소일기'가 그린 현대 사회의 균열 [D:영화 뷰]
- ‘4선 도전 확실시’ 정몽규 회장, 문제는 대항마 [기자수첩-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