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생존자 “문제는 시스템 아닌 그 위에서 판단하는 사람들”
“젊은 세대의 놀이문화·라이프스타일 등에 공감하지 못해 문제 발생”
[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이태원 참사 생존자가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그 위에서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9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한 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초롱씨(33)는 '정부 참사 대응에서 충격적이거나 당황스러웠던 부분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참사 당일인 지난 달 29일 현장 근처 도로에 진입한 시간이 9시 20분께라고 말했다. 김씨는 "(당시에는) 심각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원래 이 정도로 많았다"며 "(사고가 난) T자 거리에 바로 당도할 때쯤에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고 전했다. 그는 사람들이 붐벼 "발이 땅에 안 닿는 순간"이 왔지만 "원래 풀렸으니까 조금(있으면) 풀리겠지"라고 생각했다.
수십여분 밀리다가 한 술집 사장님이 문을 열어줘서 대피할 수 있었다고 밝힌 김씨는 새벽 1시에야 현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는 "길바닥에 사람들이 누워 있는 광경을 평생 볼 수 있겠나. 저는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며 "여기저기서 우는 소리도 많이 나고 이러니까 계속 멍했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다행히 몸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지만 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씨는 "괜찮아지고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었는데 그냥 이유 없이 갑자기 또 다운된다"며 "자꾸 제자리로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 시스템의 붕괴 때문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컨트롤타워가 없고 안전시스템이 무너졌다고들 얘기하는데, 우리나라가 그렇게 별로인 나라냐"며 "폐쇄회로(CC)TV가 굉장히 많고 112 신고를 하면 몇 초 만에 답장이 오고 1분 내로 출동을 하는 경찰들이 있고 그게 해결이 되면 해결 그 결과를 문자로 바로바로 알려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스템이 붕괴됐다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그 위에서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솔직히 말해서 이태원에서 노는 것 자체를 그렇게 중요한 사안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태원에서) 얼마나 큰 사고가 일어날지 예상을 못 했다는 건 이 놀이문화, 즉 요즘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어디를 가는지 알아보려고 하지 않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놀다가 이런 사고가 난 거니까 내 책임 아니다'라는 사고가 깔려 있기 때문에 이태원에서 사고가 났다는데도 느릿느릿 걸어서 갔고, 이상한 사과도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어떤 면으로 계속 감수성이 떨어지시는 거다"라며 "제대로 인지를 하고, 공감하고, 감수성이 있는 분들이었다면 '요즘 애들이 여기에 그렇게 열광한대. 그러면 사람이 많이 모이겠지. 여기 좀 신경 써봐' 이렇게 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그럼에도 사고가 났다면 '우리가 더 신경을 못 썼기 때문에 사고가 났구나' '이 부분에 대해서 더 신경 쓰지 못해 사과합니다' 이런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한 것에 대해선 "죄송한 마음은 전 국민이 다 죄송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무엇이 죄송한지가 붙어야 되는 게 사과를 하는 사람의 입장"이라며 "그냥 '죄송한 마음입니다'랑 '유감스럽습니다'는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서울 종로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추모 위령법회'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슬픔과 아픔이 깊은 만큼 책임 있게 사고를 수습하고, 무엇보다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큰 책임이 저와 정부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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