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은 가라… 똑바로 보는 ‘주변세계’의 역사

김남중 2022. 11. 10. 19:0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반가운 책이 나왔다.

세계사 책들이 그동안 잘 다루지 않았던 '제3세계' 혹은 '주변 세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책이다.

이들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세계사가 서구 편파적이고, 종족차별적이며, 오류와 편견이 심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2007년 '오류와 편견으로 가득한 세계사 교과서 바로잡기'라는 책을 함께 출간했다.

아프리카의 역사와 문화를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종합적으로 정리한 책은 드물고, 학생들도 읽을 수 있게 쓴 책은 더욱 드물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책과 길] 더 넓은 세계사
이희수 외 지음, 삼인, 516쪽, 2만8000원
남미 칠레의 수도 산타아고. 칠레는 1990년 군정 종식 이후 민주주의와 경제가 안정되게 발전하고 있다. 오른쪽은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의 상업 중심지 모습이다. 도시 안에 위치한 국립공원에서 기린이 걸어다니고 있다. 삼인 제공


반가운 책이 나왔다. 세계사 책들이 그동안 잘 다루지 않았던 ‘제3세계’ 혹은 ‘주변 세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책이다. ‘더 넓은 세계사’는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에 집중된 세계사 편식 속에서 소외돼온 아프리카,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인도,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를 다룬다.

저자들은 각각 이슬람, 몽골, 인도, 동남아, 중남미 등을 연구해온 대표급 학자들이다. 이들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세계사가 서구 편파적이고, 종족차별적이며, 오류와 편견이 심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2007년 ‘오류와 편견으로 가득한 세계사 교과서 바로잡기’라는 책을 함께 출간했다. ‘더 넓은 세계사’는 이들의 두 번째 공동 작업이다.

1장은 아프리카 편이다. 아프리카의 역사와 문화를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종합적으로 정리한 책은 드물고, 학생들도 읽을 수 있게 쓴 책은 더욱 드물다. 이슬람 전문가인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가 서아시아 편과 함께 아프리카 편 집필을 맡았다. 이 교수는 오랫동안 ‘아프리카 민족지’ 강의를 진행했다.

책장을 펼치면 우리가 모르던 아프리카의 모습이 나타난다. 아프리카는 현생 인류의 시원일 뿐만 아니라 농경문화와 문명의 시원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나일강 하류에서 이집트 문명이 꽃을 피우기 전, 이집트 남쪽인 나일강 상류의 오늘날 수단 누비아 지역에서 수준 높은 문명이 싹을 틔웠다면서 “이집트 문명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문명의 종합판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이집트왕국, 쿠시왕국, 악숨왕국 등 고대 왕국들과 가나왕국, 말리왕국, 송가이왕국, 베닌왕국, 콩고왕국 등 중세 왕국들의 흔적을 짚어나간다. 그러면서 “유네스코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16세기 유럽 식민 세력이 본격적으로 침탈하기 직전까지 군소국과 자치 공동체가 적어도 1만개 이상 건재했고, 서로 다른 언어와 고유한 문화정체성이 살아 있는 다양성의 보고였다”고 전한다.

아프리카 대륙을 공식 분할한 ‘베를린 콩고 회의’(1884∼1885년)에 대해서는 “1만여 사회공동체와 다양한 문화정체성이 단 40여개 정치단위로 물리적으로 통합되었다”며 “수천수만 공동체 문화의 정수는 핵분열을 일으켰고, 서로가 서로를 침범하고 학살하고 대를 이어 복수하는 악순환의 역사가 시작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마지막 6부는 한국인들이 흔히 “지구 반대 편”이라고 묘사하는 라틴아메리카를 소개한다. 라틴아메리카는 스페인의 정복으로 탄생되고 이뤄졌다. 라틴아메리카의 원주민 사회는 유럽인들에 의한 정복전쟁, 강제 노동, 그리고 그들이 가져온 질병으로 궤멸했다. 예를 들어 1521년 정복 직전 아스떼까제국을 포함한 메소아메리카(중앙아메리카 일원)의 인구는 5500만명에 이르렀는데 50년 동안 그 수가 반으로 줄었고, 1605년에는 100만명으로 거의 전멸 직전에 이르렀다.

중남미 문명은 ‘옥수수 문명’이기도 하다. 쌀이 아시아 문명에서 그렇듯, 옥수수는 중남미 문화의 모든 면에 밀착돼 있다. 중남미 고대 문명은 사람들이 야생 옥수수를 재배하면서 시작됐다. 현재까지 중남미에는 옥수수와 관계있는 수많은 신화와 전설이 전한다.

책은 라틴아메리카의 독립운동과 혁명, 내전들을 다루고 이 지역의 새 지배자로 등장한 미국과의 관계도 들여다본다.

‘더 넓은 세계사’는 지역뿐만 아니라 관점에서도 더 넓은 세계사를 추구한다. 필진은 “가진 자, 지배자, 식민강국의 시선에서 벗어나 세계 곳곳에서 자신들의 역사를 절절히 만들어갔던 주체자들의 자리에서 더 넓은 시야를 열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