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잘한다고 기업 성과 좋다는 증거 없어…평가 정교해져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경영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가 된 가운데 글로벌 복합위기로 ESG에 대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관련 제도와 평가 방법도 보다 정교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강대 지암남덕우경제연구원과 대신경제연구소는 10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게페르트 남덕우경제관에서 ‘ESG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열고, 기업의 ESG 정보를 평가해 투자 결정 등에 이용하는 현 ESG 구조의 지속가능성을 점검했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대학 학장은 “국내 기업에 ESG 도입은 부담인 동시에 기업 가치를 올리는 새로운 도전”이라며 “ESG 도입 현황과 과제를 살펴 수용성 있는 제도와 정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며 행사 취지를 밝혔다.
김홍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ESG 구조의 핵심은 기관투자가나 금융기관을 통해 기업이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만들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들은 자금을 운용하는 수탁자라 ESG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투자하는 ‘ESG 투자’에서도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ESG 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은 기업이 자본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ESG 등급과 기업 성과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들을 보면 대체로 학계 연구는 ESG 등급과 기업의 성과 간 부정적 관계가 존재한다고 결론짓지만,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같은 ESG 평가기관의 연구에서는 기업의 ESG 등급과 기업의 성과 사이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결과가 지배적”이라며 “학계와 산업계 연구 결과가 상반되는 것은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이 자본시장에서도 성과가 더 좋다는 증거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자본시장 침체기에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의 주가 하락 폭이 낮았다는 것은 공통적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ESG는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인데 단기적 기업가치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은 연구의 한계”라며 “평가 자료 축적이 이뤄지고, 더 정교한 계량 방법을 사용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윤남 대신경제연구소 대표는 “아직 ESG와 기업 성과의 상관관계가 증명되지 않아 기업들은 정보의 제공자로서뿐 아니라 이용자로서 평가 결과를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또한 글로벌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의 공포는 ESG 또한 경제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앞으로 ESG 정책은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ESG 성과를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머로우소달리의 방문옥 한국지사 상무는 “투자자는 의사 결정뿐 아니라 주식을 보유한 이후에도 ESG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존의 이사회 구성과 운영, 경영진 보수에 더해 최근 기후 변화와 인적 자원 관리가 중요한 ESG 주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기관투자가와 원활한 소통을 위해 ESG 성과를 관리하고,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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