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뿌리 깊은 ‘남성주의 시각’ 고발… ‘젊은작가상’ 이후 첫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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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상은 2019년 단편 '하긴'으로 제10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 이후 다시 한 번 신인 작가가 데뷔작으로 젊은작가상을 받았다.
수상작에 대해 문학평론가 한설은 "독보적으로 문제적인 소설"이라고 평했고, 문학평롱가 황종연은 "요즘 신진 작가들에게선 구하기 어려운 풍속희극적 일화"라고 했다.
이미상은 소설 속에서 사회 전반에 여전히 깔려있는 남성주의적 시각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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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상 지음, 문학동네, 356쪽, 1만5500원
이미상은 2019년 단편 ‘하긴’으로 제10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 이후 다시 한 번 신인 작가가 데뷔작으로 젊은작가상을 받았다. 수상작에 대해 문학평론가 한설은 “독보적으로 문제적인 소설”이라고 평했고, 문학평롱가 황종연은 “요즘 신진 작가들에게선 구하기 어려운 풍속희극적 일화”라고 했다. 이미상은 2018년 웹진 ‘비유’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번에 나온 ‘이중 작가 초롱’은 이미상의 첫 소설집이다. ‘하긴’을 포함해 여덟 편의 단편을 묶었다. ‘하긴’과 ‘그친구’는 학생운동에 투신했던 부부 김과 규, 그들의 친구 지경을 주인공으로 한다. ‘하긴’에서 김은 자신의 딸 보나미래가 친구들의 자녀에 비해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는 딸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고, 돌아온 딸은 흑인 아들을 출산한다. 김의 내면에 잠재돼 있던 학벌주의와 속물근성, 도덕적 허위를 꼬집는 블랙코미디다.
표제작 ‘이중 작가 초롱’은 데뷔작으로 주목받는 소설가 초롱이 습작 시절에 쓴 작품을 누군가 온라인에 무단으로 유포하며 곤경에 빠지는 이야기이다. 초롱은 불법 촬영 피해 여성을 소재로 삼은 데뷔작에서 탁월한 내면 묘사로 호평을 받는다. 하지만 같은 소재를 다룬 그의 습작에서는 피해자의 내면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였다며 비난을 받는다. 사건의 본질은 외면한 채 외설적인 면만 부각해 공격하는 지금의 세태를 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상은 소설 속에서 사회 전반에 여전히 깔려있는 남성주의적 시각을 비판한다. ‘여자가 지하철 할 때’에서 주인공 수진은 여성이 지하철에서 겪는 불안과 공포를 연극적이고 실험적인 형식으로 표현했다. ‘살인자들의 무덤’에서는 범죄자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보여준다.
이미상이 보여주는 낯설고 현대적인 이야기들은 글쓰기에 대한 그의 독특한 시각을 반영하는 듯하다. 이미상은 작가의 말에서 “내 글의 뿌리는 문학이 아니라 ‘포스팅’인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글이, 소설이 이렇게 만만해지면 어떨까 상상한다. 우리가 공유하는 문자라는 툴(tool)을 이용해 오늘 떠오른 생각을 사실적으로 기록하고, 상상을 덧붙여 비약하고, 무의식적으로 거짓말하고, 심심한 문장을 화려하게 살리고, 한껏 꾸민 문장을 싱겁게 씻어내며 생각이 글을 짓고 글이 생각을 바꾸는 무한 루프 안에서 골똘해지는 경험, 뺨을 달아오르게 하는 기쁨이 이 책에 담겨 전달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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