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도 새 영빈관도 ‘전액 삭감’…‘巨野 예산 장벽’현실화
윤석열 정부가 신설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관련 예산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예산소위)에서 전액 삭감됐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보도자료를 내 "경찰국 기본경비 2억 900만원과 경찰국에 배치되는 인건비 3억 9400만원을 전액 감액해 내년도 행정안전부 예산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전날 열린 소위에서 민주당 의원들끼리 단독으로 의결 절차를 밟은 결과다. 민주당 위원들은 이날 소위에서 "애초에 불법적인 시행령 개정으로 만들어진만큼 예산을 편성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이라도 장관이 위법한 시행령으로 설치한 경찰국을 원복시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고 주장했다.
행안위 예산소위(7명)는 민주당 4명, 국민의힘 3명으로 구성돼있다. 국민의힘 위원들은 삭감안에 반대하며 의결 직전 전원 퇴장했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우리 의원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다수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처리했다”며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 비용을 다 깎는 것은 정부 조직을 식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다른 위원은 “민주당 위원들이 ‘당 차원에서 지시가 내려온 거라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안 심사의 첫 단추인 상임위 예산소위 차원의 야당 독주는 이미 국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예산소위에서도 민주당 주도로 외교부 내년도 예산안의 ‘외교네트워크 구축’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외교부가 과거 청와대 영빈관을 대신할 연회 장소를 장관 공관에 설치하기 위해 예산 21억7400만원을 배정했는데, 민주당 위원들이 이를 0원으로 만들어 소위에서 의결했다.
소위 직후 개최된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실 이전 예산이 외교네트워크라는 이름 아래 들어가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장관 공관 예산으로 들어갈 수 없는 항목으로 꼼수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이 “일방적으로 소위에서 강행 처리한 예산안에 동의할 수 없다”(태영호 의원)고 버티면서 외교부 예산안 의결은 다음 전체회의로 미뤄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여야가 세법 개정을 논의할 조세소위원회 구성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국회 17개 상임위 중 소위원회를 구성조차 하지 못한 곳은 기재위가 유일하다. 여야가 서로 “조세소위 위원장을 우리가 맡겠다”고 넉 달째 대치해 벌어진 일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소득세·종부세 감면안에 민주당은 “부자 감세 결사 저지”로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에 수적 열세를 극복할 묘수는 없다. 다만, 행안위와 외통위의 경우 자당 소속인 이채익 행안위원장, 윤재옥 외통위원장이 예산안 상정권을 가지고 있다는 데 희망을 거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상임위 전체회의, 예산결산심사위원회 등 남은 심사 단계가 많다”고 말했다. 국회 일각에서는 전례에 비춰 “지역구 민원사업을 챙겨야 하는 야당 의원들도 마냥 정부안 전액 삭감만 고집할 수는 없을 것”(국회 관계자)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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