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시장, 유동성 리스크 확산 주범…'FTX사태' 뭐길래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지급불능 없으니 안심" 공지
"신용위험 전염 양상, 리먼 사태와 비슷"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가상자산시장에서 유동성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세계 2위 가상자산거래소 FTX에서 뱅크런이 발생하며 유동성 위기가 부각된데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의 FTX 인수 철회 여파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가상자산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FTT는 전날보다 48.83% 하락한 2.3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최고점 51.96달러(3월28일)와 비교하면 95.46% 급락한 수준이다. FTT는 가상자산거래소 FTX가 발행한 토큰으로, 레버리지 거래를 지원하며 FTX를 세계 2위 규모의 거래소로 키운 원동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 8일 22달러선에서 거래되던 FTT가 급락했고, FTX는 고객들이 자금 인출을 요구하는 '뱅크런'이 발생하며 최대 80억달러(약 11조원) 유동성 부족에 직면했다.
가상자산거래소 CEO 트위터 말싸움서 시작된 유동성 위기시작은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의 창펑자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7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FTT를 매도할 것이라는 트윗을 올리면서다. 바이낸스는 2019년 12월 파생상품거래소였던 FTX에 지분을 투자했는데 지난해 21억달러의 BUSD 와 FTT를 받고 지분을 넘겼다.
하지만 이달초 가상자산전문매체인 코인데스크가 FTX의 샘뱅크먼프리드 CEO가 설립한 가상자산 투자회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불투명한 재무구조를 지적하자 FTT 매도하겠다는 나선 것이다. 이 트윗 직후 샘뱅크먼프리드는 개당 22달러에 장펑자오가 매각하는 FTT 토큰을 매수하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창펑자오가 이를 거부하며 청산 의지를 보이자 투자자들이 FTX 거래소에서 자금 인출하면서 뱅크런 발생했다.
당시 FTT 가격이 22달러 아래로 크게 하락하자 알라메다 리서치와 샘뱅크먼프리드와 연관된 코인들을 중심으로 급락했고, 유동성이 부족한 FTX 거래소는 출금을 막은 상태에서 바이낸스에 인수를 요청했다. 바이낸스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인수의향서(Non-binding LOI)에 서명하며 인수 검토 절차에 들어가면서 코인 급락세는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날 새벽 바이낸스가 인수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가상자산 대부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오후 들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은 낙폭을 축소했지만, 여전히 변동성은 큰 상황이다. 바이낸스의 FTX 인수가 무산되면서 실망 매물이 쏟아져나온데다, FTX가 파산할 경우 지난 5월 루나 사태보다 더 파급력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일제히 "투자자의 현금과 자산은 안전히 보관되고 있으며, 지급불능 사태로 이어지지 않으니 안심하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명의로 올라온 공지는 "회원사가 거래지원하고 있는 가상자산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시장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라며 "투자자 주의가 필요한 위기 상황 발생 시 신속한 정보 제공 및 공동 대응을 통한 투자자 보호 조치를 지속적으로 이행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DAXA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대 원화마켓 거래소로 구성된 협의체다.
레버리지의 역습, 세계 2위 가상거래소 강타
문제는 FTX사태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신뢰를 다시 허무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FTX거래소 설립자인 샘뱅크먼프리드 CEO는 2017년 1월 알라메다 리서치라는 가상자산 투자회사를 설립했는데, 이후 알라메다 리서치로 투자된 투자금을 통해 FTX 거래소 개발을 시작했다. 2019년 엔티가 바부다 제도에 FTX 거래소를 설립 후 FTX 자체 토큰인 FTT를 1.7 달러에 발행해서 거래를 시작했다.
FTX 거래소는 FTT 토큰을 찍어서 모회사인 알라메다로 대출해줬고, 알라메다는 FTX거래소로부터 대출받은 FTT 토큰을 통해 달러 담보 대출 받았다. 대출받은 달러를 다시 FTX거래소로 입금을 시켜 입금된 달러로 FTT 토큰을 다시 매수하는 과정을 통해 FTT 토큰 가격이 크게 오르면 알라메다 대차대조표에 FTT 상승분을 수익으로 표기한 뒤 투자를 유치했다. 이런 방식을 반복하는 갭투자를 계속하면서 레버리지를 크게 증가시킨 것이 올들어 각국의 긴축으로 유동성이 축소되며 반대로 악순환 사이클로 부메랑이 됐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신용위험(Credit Risk)’으로 촉발돼 전염되는 양상이란 점에서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유사하다"며 "루나 사태로 인한 유동성 경색에 FTX가 구제금융을 지원했던 것과 현재 구제금융을 받는 것이 대조되며 산업에 대한 시장 전반의 회의감 커지고 있어 벤처캐피탈(VC)과 펀드 등으로 리스크가 확산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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