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고용 압력에…美 기준금리, '닷컴 버블' 때 6%까지 간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 6%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닷컴 버블 당시인 2000년 초반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2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천천히 그러나 높고 길게' 긴축을 이어갈 것을 시사한 뒤 최종 금리 수준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긴축의 흐름을 가를 관건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투자자들이 Fed가 최종 기준금리(상단)를 연 6%까지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하기 시작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미 기준금리는 연 3.75~4.0%로, 현재보다 2.0%포인트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Fed와 시장이 예상하는 5.25% 수준보다 높고, 연초(0.25%)보다 24배로 뛴 수치다.
20년 닷컴 버블에 금리 6%대…재현 가능성 피어나와
Fed가 기준금리를 6%대로 인상한 건 2000년 3월이다. 당시 닷컴 버블로 인플레 조짐이 보이자 Fed는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연 5.75%에서 6.0%로 올렸다. 이후에도 열기가 식지 않자 Fed는 그해 5월 기준금리를 6.5%까지 인상했고, 이후 버블이 꺼지며 자연스럽게 기준금리를 내렸다.
FHN파이낸셜의 짐 보겔 금리 전략 담당 매니저는 “앞으로 4~5개월 안에 물가와 관련해 어떤 진전도 보기 어렵고, Fed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Fed가 인플레가 잡혔다고 확신하려면 기준금리가 연 6%까지 올라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전 미 재무장관)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최종 기준금리가 연 6% 이상으로 올라가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가 탄탄해 보이는 건 좋은 소식이지만, 인플레가 잡히고 있다는 증거가 많지 않은 것은 나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6%대 고지를 밟으면 장기 국채부터 기술주까지 여러 금융자산의 가치가 급락하고, 경기 침체도 장기화할 수 있다. 노던트러스트의 모텐 올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Fed가 인플레를 낮추기 위해 금리를 연 6.5% 위로 올릴 확률은 20% 정도일 것”이라며 “꽤 끔찍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금리 6%' 주장은 아직 미약…관건은 인플레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내년 6월에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이 6.0%에 이를 확률은 0.3%에 불과하다. 기준금리 5.25% 확률(39.7%)과 비교하면 격차가 상당하다. 기준금리가 5.75%를 기록할 확률도 5.7%로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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