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고용 압력에…美 기준금리, '닷컴 버블' 때 6%까지 간다?

나상현 2022. 11. 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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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Fed 의장. [신화통신]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 6%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닷컴 버블 당시인 2000년 초반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2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천천히 그러나 높고 길게' 긴축을 이어갈 것을 시사한 뒤 최종 금리 수준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긴축의 흐름을 가를 관건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투자자들이 Fed가 최종 기준금리(상단)를 연 6%까지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하기 시작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미 기준금리는 연 3.75~4.0%로, 현재보다 2.0%포인트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Fed와 시장이 예상하는 5.25% 수준보다 높고, 연초(0.25%)보다 24배로 뛴 수치다.


20년 닷컴 버블에 금리 6%대…재현 가능성 피어나와


Fed가 기준금리를 6%대로 인상한 건 2000년 3월이다. 당시 닷컴 버블로 인플레 조짐이 보이자 Fed는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연 5.75%에서 6.0%로 올렸다. 이후에도 열기가 식지 않자 Fed는 그해 5월 기준금리를 6.5%까지 인상했고, 이후 버블이 꺼지며 자연스럽게 기준금리를 내렸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6%대 기준금리’의 귀환이 거론되는 건 '수퍼 긴축'에도 견고한 미국 고용시장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노동시장 분석기관인 ADP연구소가 지난 3일 내놓은 전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민간 고용은 전달보다 23만 9000명 늘었다. 시장 예상치(19만 5000명)를 훨씬 웃돈다. 이런 상황 속 물가 압력이 잦아들지 않으면 Fed가 공격적 긴축을 내년까지 이어갈 가능성은 커진다.

FHN파이낸셜의 짐 보겔 금리 전략 담당 매니저는 “앞으로 4~5개월 안에 물가와 관련해 어떤 진전도 보기 어렵고, Fed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Fed가 인플레가 잡혔다고 확신하려면 기준금리가 연 6%까지 올라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전 미 재무장관)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최종 기준금리가 연 6% 이상으로 올라가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가 탄탄해 보이는 건 좋은 소식이지만, 인플레가 잡히고 있다는 증거가 많지 않은 것은 나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6%대 고지를 밟으면 장기 국채부터 기술주까지 여러 금융자산의 가치가 급락하고, 경기 침체도 장기화할 수 있다. 노던트러스트의 모텐 올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Fed가 인플레를 낮추기 위해 금리를 연 6.5% 위로 올릴 확률은 20% 정도일 것”이라며 “꽤 끔찍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금리 6%' 주장은 아직 미약…관건은 인플레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내년 6월 미 기준금리 수준 전망
물론 기준금리 6% 전망은 일부 소수의 시각일 뿐이라고 WSJ은 밝혔다. 파월 의장이 나름의 속도 조절의 의사를 내비친 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서서히 둔화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내년 6월에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이 6.0%에 이를 확률은 0.3%에 불과하다. 기준금리 5.25% 확률(39.7%)과 비교하면 격차가 상당하다. 기준금리가 5.75%를 기록할 확률도 5.7%로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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