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 운동때 ‘반혁명분자 옥고’...22년간 감시속 가택연금 [바오퉁 1932~2022.11.9]
지난 1989년 중국 천안문 민주화 운동에 대한 무력 진압을 반대하다 반(反)혁명분자로 몰려 옥고를 치른 뒤 26년간 베이징 자택에서 종신 연금을 당했던 바오퉁(鮑彤) 중국공산당(중공) 13기 중앙위원이 9일 베이징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90세.
바오퉁의 부고는 이날 오후 아들 바오푸(鮑樸)가 중국에서는 차단된 트위터를 통해 알렸다. 바오퉁은 조혈 기능이 저하되는 혈액 질환으로 올 3월 베이징스지탄(北京世紀壇)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으나 이날 골수 합병증으로 숨졌다고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바오퉁의 장례는 오는 15일 베이징 바바오산(八寶山) 혁명 묘지에서 거행된다.
1932년생인 바오퉁은 1987년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강제 낙마한 개혁파 지도자 후야오방(胡耀邦, 1915~1989)의 뒤를 이어 중공 총서기에 오른 자오쯔양(趙紫陽, 1919~2005)의 정치 비서 겸 중공중앙정치체제 개혁연구실 주임을 역임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자유파 인사로 분류된다. 1989년 민주화 운동 당시 자오쯔양을 지지하며 덩샤오핑의 무력진압에 반대하다 5월 28일 체포됐다. 1992년 3월 당적을 박탈당했으며 그해 7월 국가기밀 누설죄 및 반혁명 선전선동죄로 유기징역 7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1996년 형기 만료 후 22년간 줄곧 감시 속에 연금 생활을 했다.
딸 바오젠(鮑簡)은 지난 5일 부친이 90세 생일에 육성으로 남긴 유언을 트위터에 올리며 고인을 추모했다. 바오퉁은 “사람은 하늘과 땅 사이의 한갓 보잘것없는 역사의 존재다. 내가 아흔이 되고 안 되고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쟁취해야 하는 미래다. 쟁취해야 하는 오늘이다. 오늘 자신이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반드시 해야 할 사정, 그것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유언을 남겼다.
바오젠은 “아버지는 다른 세상에서 어머니와 함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저명한 번역가인 바오퉁의 동갑 부인 장쭝차오(蔣宗曹)는 지난 8월 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중화권 민주 인사들은 일제히 바오퉁의 별세를 애도했다. 베이징의 독립기자 가오위(高瑜)는 수년 전 바오퉁의 글을 인용하며 “(1989년 6·4 이후) 33년간 꿈을 꾸기 어려웠고, 노래도 울음도 놀라기도 힘들었다. 창문 안에 갇혀 맑고 흐린 날 헤아리고, 구름과 바람 부는 하늘가에서 밀물과 썰물을 섬기며 한밤중에 일어났다(三十三年難入夢, 難歌難哭難驚. 閒從窗裡數陰晴, 風雲天際事潮汐, 起三更·삼십삼년난입몽, 난가난곡난경. 한종창리수음청, 풍운천제사조석, 기삼경)”라는 시구를 트위터에 올려 고인을 추모했다.
천안문 민주화 운동의 학생 지도자 왕단(王丹)은 “바오퉁 선생은 지난해 병이 심해지기 전 ‘6·4 기념관’의 편액을 쓰려 하셨다”며 “80년대 중국 개혁개방의 기획자이며 만년에는 체제의 반항자였다. 저는 비록 중공을 반대하지만 바오퉁 선생과 같이 일찍이 체제 안에서 고위직에 올랐던 분에게는 진심 어린 경의를 표하고 싶다”며 고인의 안식을 기원했다.
한편, 대만 연합보는 홍콩 반환을 다룬 바오퉁의 글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나라 두 제도)’를 그의 부고 기사에서 소개했다. 바오퉁은 이 글에서 “‘중·영 연합성명’이 홍콩 반환의 기초이며 중·영 두 나라가 세상 사람에게 변하지 않고 지키겠다고 밝힌 준칙”이라며 “중앙 정부가 만일 후회한다면 정대광명하게 조약의 파기를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 정치인에 대한 홍콩인의 보통 선거권을 강조하면서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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