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시퍼렇게 멍" "여성과 다투는 소리"…20대 탈북민 타살?
경남 김해에서 혼자 살던 20대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이 사망한 것과 관련, 경찰이 타살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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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CCTV 확인 및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중”
10일 경남 김해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7일 오후 탈북민 A씨(23)씨가 숨진 채 발견된 김해시 한 주택 인근 폐쇄회로TV(CCTV)를 확보해 들여다 보고있다. A씨 사망 전후로, 해당 주택에 드나든 외부인이 있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경찰은 또 A씨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도 진행 중이다.
앞서 A씨 유족 측은 타살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족은 “발견 당시 아(아이) 얼굴과 옆구리가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며 폭행이 원인이 아닌지 의심했다. 이 때문에 유족은 A씨 주거지 인근 CCTV 확인 등을 경찰에 요청했다. 이웃 주민들은 "지난 9월 A씨 얼굴에 상처가 보이기도 했고 최근에는 여성과 크게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A씨 시신 멍 자국이 사후 혈액이 뭉쳐 발생하는 시반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9일 부검 결과, 외력에 의한 손상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A씨 방 출입문이 잠겨 있는 등 현재로썬 외부 침입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A씨 방 안에는 우울증ㆍ불면증 치료를 위해 처방받은 약봉지 55포 중 46포가 개봉된 상태였다. A씨는 3년 전부터 우울증ㆍ알코올중독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을 포함한 정확한 사망 경위를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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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때 탈북…불우했던 학창시절
유족 등에 따르면 A씨는 2004년 6월 할머니ㆍ아버지(56)와 함께 탈북했다. 당시 5살이던 A씨는 할머니 등에 업혀 사선을 넘었다. 북한에서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갔고, 공안의 눈을 피해 몽골로 넘어갔다가 한국 땅을 밟았다. 그해 긴박하고 길었던 탈북 과정에서 충격을 받은 탓인지, 이후 A씨는 몸을 떠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유족은 A씨가 학교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등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A씨는 중학생 때부터 ‘부적응’ 문제로 여러 중학교를 옮겨 다녔다.
A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할머니·아버지와 함께 살다 따로 살다 반복하며 대학 진학 대신 식당, 공장 등을 전전하거나 일용직 노동자로 생활했다. A씨 가족도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가정형편이 어려웠다.
통일부 “탈북민 위기가구 시스템 재점검”
A씨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통일부는 이날 “탈북민 위기가구 지원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정부는 고인을 애도하며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장례 절차와 관련해 필요한 것을 지원했으며 유족들 심리적 안정을 위한 조치도 취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북한이탈주민이 우리 사회에 조기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탈북했지만, 적응에 어려움을 겪다 사망한 탈북민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사망한 지 1년 만에 백골이 된 탈북민 시신이 발견되기도 했다.
김해=안대훈·김민주·위성욱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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