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태원 국조' 요구 24일 처리…與 일각 "무조건 반대는 불리"
국민의힘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는 더불어민주당ㆍ정의당ㆍ기본소득당 등 야 3당이 작성해 제출한 국정조사 요구서가 보고됐다. 이날 민주당ㆍ정의당 의원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이태원 참사에 대해)윤석열 대통령이 사과하고 내각 총사퇴하라”(김회재 민주당 의원)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국정조사가 아닌 신속한 수사가 우선”(장동혁 의원)이라고 방어했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에 따라 국회의장은 조사요구서가 제출되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조사를 담당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협상에 진전이 없더라도 24일 본회의에서 단독으로라도 이를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정조사에 대한 강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정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의회주의를 볼모로 한 ‘이재명 살리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요즘 민주당이 왜 이렇게 ‘오버’하는지 모르겠다. 사회 모든 갈등을 증폭시켜서 ‘대장동 그분’에 대한 사법처리를 막아보겠다는 건데, 이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 수사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 때 가서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뭐든 하자”며 “우리 당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민주당의 의회독재에 당당히 맞서겠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이정미 정의당 신임대표가 정 위원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국정조사 여부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이 대표가 먼저 “불편한 말일 수도 있지만, 이태원 참사에 대해 국민들이 국회를 쳐다보고 있다”며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국민들이 어떤 걸 제대로 알고 싶어하는지 얘기하다보면 2주 시간이 남은 본회의 전까지 답을 잘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이 참사, 이 슬픔을 꼭 이렇게 정치 쟁점화해서 끌고 가는게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특히 올해 초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 통과 당시 정의당이 일부 법안에 찬성한 점을 들며 “민주당이 수사권을 모두 경찰에게 맡기는 그런 법안을 강행처리했는데,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지도 않고 국정조사하겠다는 건 설득력이 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지금 경찰 조사 과정에서…”라며 반박 하려 하자, 정 위원장은 말을 자르며 “비공개로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사법적 책임을 묻는 것과 별개로 정치적 책임을 정확하게 규명하라고 국회법 안에 국정조사라는 권한이 있는 것”이라고 말을 이어갔다. 정 위원장은 다시 이 대표의 말을 자르며 “국정조사가 불필요한 게 아니라 일의 순서가 있다고 말한 거다. 경찰조사가 미진하다 판단되면 국정조사 ‘곱하기 2’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그 두 가지 일의 성격이 다르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나 당내에선 현실론도 제기되고 있다. 169개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국정조사 계획서를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국정조사의 범위나 참여하는 구성원, 기간 등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설정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현재 조사범위에 대통령실도 넣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도 “협상에 참여해 독소조항이라도 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민주당이 강행처리 해버리면 우리가 방어가 안 된다. 우리도 들어가서 조사범위라도 논의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3선의 하태경 의원도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찰 수사를 국민들이 안 믿는다. 경찰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나서 특검을 고려한다고 하면 일만 더 커지고 기간만 더 지연된다”며 “먼저 특검 협상을 끝내고, 그게 마무리되면 바로 국정조사 협상에 들어가서 특검과 국정조사를 둘다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협상에 불참하는 문제에 대해 “현재 입장은 그렇다(참여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그러나 “24일까지 시간이 있으니 간담회 등 의원들의 여론을 취합해보고 우리도 판단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며 여지를 남겼다. 한 중진의원은 “민주당이 전략적으로 이 문제를 예산안 심사와 맞물려 논의하자고 할 수 있다. 그럼 (서로 주고받는)‘패키지’ 협상이 이뤄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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