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4·3, 70년 만에 풀어낸 이야기 “이제 나를 찾은 것 같아”

문정임 2022. 11. 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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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때 4·3을 겪고 그 트라우마로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온 여든의 할머니가 자신의 삶을 기록한 자전적 에세이를 들고 세상 앞에 섰다.

4·3유족 강양자(80) 할머니는 10일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 제주출장소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인동꽃 아이' 출판기념회에서 "처음 꺼내놓은 이야기"라며 "이제야 진정한 나 자신을 만나게 된 것 같아 말할 수 없이 기쁘고 고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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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유족 강양자 할머니(사진 왼쪽)가 10일 열린 '인동꽃 아이' 출판기념회에서 소감을 전하고 있다. 문정임 기자


“아이가 살았던 산촌 집은 불탔네/검붉은 연기 담장을 넘나들고/대나무 딱총처럼 따닥딱 따닥딱/터지는 소리/할아버지가 만들어 준 소꿉놀이하던 나무 솥단지/바구니도 다 타버렸네/왜 불을 질렀을까 온 마을 전체를/아이는 속상하고 분한 마음 뿐.”(‘무장대 다녀간 마을’)

7살때 4·3을 겪고 그 트라우마로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온 여든의 할머니가 자신의 삶을 기록한 자전적 에세이를 들고 세상 앞에 섰다.

4·3유족 강양자(80) 할머니는 10일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 제주출장소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인동꽃 아이’ 출판기념회에서 “처음 꺼내놓은 이야기”라며 “이제야 진정한 나 자신을 만나게 된 것 같아 말할 수 없이 기쁘고 고맙다”고 했다.

강 할머니는 생계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 간 부모를 대신해 외가에서 자라다 7세때 4·3을 겪었다. 1948년 토벌대에 의해 외조부를 잃었고, 집에 돌아오지 않는 할아버지를 찾아 나선 길에 돌무더기에 깔려 등을 다쳤다. 이듬해엔 외할머니와 외삼촌도 희생됐다. 외가 가족이 전멸했고, 외가가 있던 마을도 불에 타 사라졌다.

이후 친할머니의 손에 맡겨져 자랐지만 가족을 잃은 상처와, 자라면서 점점 튀어나오는 등뼈는 강 할머니의 모든 꿈을 앗아갔다.

척추가 돌출된 모습을 사랑하는 일부터 고통이었다. 국가로부터 4·3 후유장애 희생자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강 할머니를 좌절케했다. 이후 우울감에 오랫동안 집안에 틀어박혀 지냈다.

그녀가 다시 밖으로 나온 것은 주변 지인들의 권유로 글과 그림을 시작하면서다. 책에는 어린 시절의 풍경과 4·3의 상처, 정인을 비롯해 그녀가 요가, 심리상담, 산행 등을 통해 점차 자신을 회복해가는 과정이 담겼다.

할머니는 행복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외할아버지는 손녀의 여린 발바닥이 짚에 찔릴세라 헝겁조각을 섞어 짚신을 엮어 주시곤 했다. 엄마 아빠가 있는 일본으로 가겠다며 연못가 댓잎으로 배를 엮어 물에 띄우며 놀았던 시절은 그녀의 마지막 평화의 시기이기도 했다.

책은 강 할머니가 달력 뒷장에 낙서하듯 글을 쓰면 지인들이 달력에 쓰인 낙서 글을 컴퓨터로 옮기는 작업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발간 작업이 시작됐다.

여러 사람의 도움의 손길을 기억해선지 이날 강 할머니는 출판기념회를 찾은 이들에게 작은 몸을 더 낮게 숙여 고마움의 인사를 건넸다.

강 할머니의 일생이 담긴 글과 그림은 내년 1월 31일까지 4·3트라우마센터에서 전시로도 만날 수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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