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이 KBS부산 방송국에 모인 까닭은?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2022. 11. 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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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을 위한 지역 공영방송 역할 모색 간담회 개최

[글쓴이: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bssiminnet.or.kr)]

 
 지역민을 위한 지역공영방송 역할 모색 간담회(11/9)
ⓒ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지난 9일 오후 5시 30분. KBS부산총국 8층 대회의실로 부산시민들이 하나둘 들어선다. 아무렴 '국민의 방송'이라지만, 일반시민이 방송국 내부 깊숙이까지 들어올 일은 없는 터라, 모두 연신 두리번두리번 고개를 돌린다. 대학 학보사 기자로 활동 중인 대학생부터 지역에서 환경운동을 하는 활동가까지, 이들은 왜 KBS부산 방송국에 모였을까? 

부산에서 언론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인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부산민언련)이 자체 사업으로 KBS부산총국 관계자와 부산시민의 만남의 장을 마련했다. 부산민언련 복성경 대표는 "지역 대표 공영방송인 KBS부산에게 지역민이 원하고, 지역민이 필요로 하는 공영방송은 어떤 모습인지를 시민의 목소리로 '직접' 전달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KBS부산 방송국의 문을 두드렸다"라고 말했다. 

이날 KBS부산총국에서는 엄경철 총국장, 배병오 보도국장, 이준석 노조지부장이 참석했다. 간담회에 앞서 KBS부산 엄경철 총국장은 "오늘의 이런 자리가 굉장히 무겁게 느껴진다"면서도 "KBS부산 뉴스를 외부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자극을 받고, 성찰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또 오늘 간담회 내용을 가장 들어야 할 현장기자들이 현장에 있어 오지 못한 현실을 언급하며 "그렇기에 더욱 오늘 간담회의 내용이 현장기자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고민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는 발제와 자유토론으로 진행됐다.  
 
 지역민을 위한 지역공영방송 역할 모색 간담회(11/9)
ⓒ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먼저 발제에 나선 부산민언련 문미진 모니터팀장은 KBS부산 <뉴스7>과 <뉴스9>의 9월 모니터 결과를 발표했다. 문미진 팀장은 "<뉴스7>이 지역성 확대를 취지로 출범했지만, KBS부산 <뉴스7>의 경우 리포트 기사에서 KBS부산 <뉴스9>와 차별화된 지역성이 보이지 않으며, 신문으로 치면 1면에 해당하는 뉴스의 전반부(보도 순서 1~3)에 전국소식의 비중이 더 큰 점은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2022년 9월 KBS부산 <뉴스7> 보도순서별 전국/지역 소식 건수
ⓒ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이어 부산민언련 정책위원회 김대경 위원장(동아대학교 교수)과 이정기 위원(동명대학교 교수)이 발제에 나섰다. 김대경 정책위원장은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참고할 만한 내용으로 방송법과 지역 방송발전지원 특별법 설명을 통해 지역 공영방송의 역할과 구조적 한계에 대해 전달했다. 

이정기 정책위원은 '좋은 지역방송의 사회적 효과'라는 제목으로 최근 한국방송학보에 실린 논문(지역방송 시사보도 프로그램 시청 효과 분석을 통한 지역 방송 위기 극복 전략 연구, 최진호·이정기)을 요약해 발표했다. 연구결과를 근거로 지역시사 프로그램 시청 계기를 만들고, 꾸준히 접할 수 있는 당위성을 제공해야 하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민을 위한 지역공영방송 역할 모색 간담회(11/9)
ⓒ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간담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포문을 연 부산환경련 박상현 활동가는 단발성 기사이긴 하나, KBS부산은 비교적 다양한 환경문제 영역을 보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핵보도와 관련해서는 아쉬움을 지적했는데, 탈핵문제를 부산과 울산, 경주, 영광의 이슈로만 틀지우는 전국언론을 비판하며 KBS는 총국 체계인 만큼 이 사안을 특정 지역의 이슈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연결해 공론화해 나갈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 주길 당부했다. 

KBS부산 시청자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처장이 다음 토론을 이어갔다. 양미숙 처장은 KBS부산이 비교적 난개발 감시나 소외계층을 대변하는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역의 대표공영방송으로서 심층적 시사프로그램의 부재는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시사프로그램의 역할을 하고 있는 K토크의 경우, 출연자 발언이 팩트체크가 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토론 대담의 형식으로 단순한 의견 교환의 장으로만 소비되는 한계를 짚었다.

다음으로 부경대학교 신문사 사회부 정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오정인 대학생이 발언했다. 오정인 학생기자는 학보사 아이템으로 '15분 도시'에 대한 자료조사를 했던 경험을 근거로, 비판 지점이 많은 시정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비판 기사가 적고 단발성 단신 보도가 많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또 지역대학 학보사의 어려움을 말하며, 제도권 언론과 지역학보사의 협업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부산민언련 천재경 회원은 최근 부산시 공공기관 통폐합 시민토론회에 참여했던 경험을 들어, KBS부산만 취재를 와서 반가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통폐합 이후의 영향이나 타지자체의 사례, 용역 보고서 미공개 문제 등 비판 지점에 대한 후속 보도가 부재해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산지역만의 의제가 드러나는 공영방송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대학교 이채현 대학생은 지역 대학생이 왜 지역언론을 소비하지 않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부산MBC 모니터단 공동취재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KBS부산의 인지도가 낮게 나왔다며, KBS부산만의 아이덴티티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서사보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산민언련 정수진 정책위원은 KBS의 특징으로 총국 체제에 따른 순환근무에서 비롯되는 낮은 지역 밀착도를 꼽았다. 지역밀착 방식의 일환으로 지발위가 지역신문을 보게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처럼 미디어 교육의 재료로 지역방송을 활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부산민언련 김유진 정책위원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이 KBS를 믿는 구석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결국은 말하고 싶은 사람은 있는데 그 사람이 나오지 않아서 답답하다는 의견들이라며, 다양한 시민, 다양한 계층을 만나서 시청자 목소리가 많이 담길 수 있는 KBS부산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의 자유토론 이후에 KBS부산 이준석 노조지부장과 배병오 보도국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먼저 이준석 노조지부장은 다들 일리 있는 말씀이지만 공허하게 들리기도, 또 해명하고 싶은 영역도 분명히 있었다며 솔직한 발언으로 말문을 열었다. 오늘 오전에 공영방송 지배 구조 개선 청원 요청 건으로 부산민주노총을 다녀왔다며 '저널리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하루였다고 말했다. 오늘의 이야기를 동료 기자들과 잘 공유해 변화의 모습이 1cm일지언정 조금씩 변화해 가겠다며 시민의 말씀들을 뼈저리게 듣고 새기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배병오 보도국장은 오늘 간담회에서 이야기 나온 대로, 다양한 시민들에게 발언 기회를 드리는 게 공영방송의 사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보다도 공영방송의 가치에 대해 잘 알고, 그 무게를 느끼고 있는 게 KBS부산 기자들이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9일) 엘시티 이영복 회장이 출소하는 날이라며, 엘시티 초고층 개발 문제를 비롯해 지역의 난개발, 원전 문제 등에 대해 KBS부산이 지금껏 열심히 보도해 왔기에 그 저력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겠다는 포부로 말을 맺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부산민언련 복성경 대표는 시청자가 KBS부산에 원하는 보도 중에 난개발, 토건사업 문제에 대한 감시를 적극적으로 해달라는 목소리가 다수 있었고, 그걸 KBS부산이 해 줄 때 시민들은 효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가 KBS부산의 공영방송으로서의 당연한 역할이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계기점이 되길 바란다는 말로 간담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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