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시계 앞당겼다”...미국까지 뛰어든 수소 전쟁

이동현 2022. 11. 1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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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위기와 주요 국가의 탄소중립 드라이브가 가속하면서 수소 경제를 향한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국내 첫 이동형 수소충전소인 'H 광진 무빙스테이션'에서 수소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 연합뉴스


유가 급변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가중하면서 수소 경제를 향한 기업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소 경제를 선점하려는 세계 각국의 행보가 더욱 치열해지는 중이다. 특히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인프라를 갖추고도 수소에 미온적이던 미국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기존 강국이던 일본·독일 등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3대 수소 경제 성장전략’도 이 같은 움직임에 보조를 맞춘 것이란 게 시장의 분석이다. 미래 에너지로서 수소에 더해,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등 글로벌 이슈가 반영됐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위기가 ‘수소 시계’를 더 앞당겼다”고 말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IRA 법안에서 수소 경제 지원책을 포함했다. 지난 5월 프랑스 산업용 가스기업인 에어 리퀴드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설치한 대형 액화수소 생산시설 앞에서 에어리퀴드 아메리카 CEO 마이크 그래프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에서 수소 경제 지원책을 대거 포함했다. 법안에는 ‘그린수소’(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만든 수소) 1㎏을 생산하면 3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미국은 2030년까지 그린수소 생산단가를 현재 ㎏당 6달러에서 1달러까지 낮출 계획이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던 독일은 수소 기술 투자와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2030년까지 수소 경제 전환에 90억 유로(약 12조4000억원)를 쏟아붓기로 했다. 같은 기간 10GW 규모의 수전해(물 전기분해) 설비를 상용화할 방침이다.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나라와 수소 공급계약도 다각화했다. 호주·중동·중남미 국가들과 협약을 맺어 안정적인 수소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일본은 액화수소 해상 수송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호주와 협력해 운송과 충전에 편리한 액화 그린수소를 생산한 뒤 직접 실어온다는 전략이다. 일본은 2050년까지 수소 연료전지와 수전해 기술 등을 통해 수소 중심의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문가들은 최근 수년간 수소 경제 활용방안이 다각화했고, 투자도 크게 늘었지만 수소의 생산과 운송·저장에 이르는 원천기술 개발이나, 인프라 구축은 아직 미흡하다고 평가한다.

이승훈 H2코리아 산업본부장은 “이미 중국이 한국의 충전 인프라를 넘어섰고, 유럽·일본 중심이던 수소 경제 경쟁이 미국·캐나다 등 북미와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남미·중동까지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화석연료처럼 수소의 국제거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초의 액화수소 운반선 스이소프론티어호가 고베 조선소에 정박해 있다. 일본과 호주는 재생에너지로 만든 그린수소를 생산해 운반하는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정부 발표에서도 이 같은 목표를 포함했다. 현재 60%인 수전해 기술 국산화율을 2030년까지 100%로 끌어올리고 수소 운송·저장 기술도 고도화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나 홀로’ 개발한 수소연료전지와 수소전기차 외에도 수소와 천연가스를 함께 태워 전기를 얻는 혼소(混燒) 발전이나 수소만 태우는 전소(全燒) 발전 기술도 연구 중이다.

기업들의 움직임은 더 앞서 있다.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개발하고 2024년쯤 승용 수소전기차 넥쏘의 2세대를 출시한다. SK그룹은 액화수소 생산 플랜트와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연료전지 발전 사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암모니아 기반의 수소 추출 설비와 청정 암모니아 수급에 투자하는 중이며, 포스코는 석탄 대신 수소로 철강을 만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 중이다. 효성그룹은 액화수소 생산과 저장 소재 개발,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은 청정 암모니아 운송과 선박용 액화수소 연료전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운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에너지 위기가 본격화하면서 각국이 비싼 화석연료를 수입하느니 무탄소 수소 에너지 상용화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며 “한국이 지난 수년간 수소 활용처를 다각화하고 투자를 늘렸지만 여전히 생산·운송·저장 분야의 기술력이 부족한 만큼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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