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장 입건에 분노 커지자…정진석 "나도 전경 근무해 안다"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현장 대응 탓으로 돌리는 이른바 ‘일선 책임론’에 대한 반감 여론이 높아지자 여당이 일선 경찰과 소방 인력을 다독이고 나섰다.
반감 여론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된 뒤 눈에 띄게 확산했다. 최 서장은 참사 당시 사고 현장을 지휘했고, 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마이크를 쥔 손을 덜덜 떠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화제를 모았다. 그가 입건되자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현장 인력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난 여론이 고개를 들었다.
지난 7일 대통령실이 공개한 윤 대통령의 “안전사고 예방책임이 어디에 있나. 경찰에 있다”,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나. 현장에 나가 있었잖나” 등 비공개회의 발언을 두고도 정치권 일각에선 “현장 대응 질책에 무게를 둔 발언”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여기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거취 논란까지 겹치면서 여권에서조차 “정부 책임론에는 선을 긋고, 애쓴 현장 인력에만 화살이 돌아간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국민의힘 중진의원)는 우려가 나왔다.
심상치 않은 여론에 국민의힘 지도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오전 당 비대위 회의에서 “제가 용산경찰서 전투경찰로 복무해서 치안과 소방관제 최일선을 지키는 분들이 얼마나 고생 많은지 안다”며 “사고 원인은 철저히 파헤치되, 현장 지켰던 경찰관과 소방관의 책임을 묻는 일은 최소화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전날에는 이태원 119안전센터와 파출소를 방문해 현장 인력들을 격려하면서 “억울하게 책임 소재를 가리지 않도록 하겠다. 여러분 중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기를 원하는 국민의 마음을 잘 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하태경 의원도 라디오에서 “정치권에서 일선 경찰, 소방대원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지휘자들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당이 일선 다독이기에 나선 것은 하급자에게 참사 책임을 씌우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면 여론이 등을 돌릴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젊은 층 전반의 감정선을 건드릴 수 있는 문제”라며 “특히 정부 관계자나 상급 지휘자는 문책을 피하고 일선에만 과도하게 책임을 묻는다는 인상이 짙어지면 윤석열 정부의 상징인 ‘공정’도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경찰, 소방뿐 아니라 참사 뒤 업무 부담이 가중된 정부 부처 젊은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희생만을 강요당한다”는 취지의 불만 여론이 번지는 것을 두고도 여당에서는 “쉽게 볼 문제가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8일 회의 참석차 국회에 출석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 등 현안 대응을 위한 직원 동원과 관련해 부 내 여론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 보고를 받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여당 관계자는 “참사 수습에 동원된 일선 공무원들의 격무 반복되면서 불만이 심각하다는 보고가 많이 들어온다”며 “정부에서 업무 배분 등 부담을 덜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살펴야 불만이 폭발하지 않을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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