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전용기서 MBC 배제…野 "언론탄압" 與 "취재거부 자유"

강보현, 황수빈 2022. 11. 1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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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11일부터 진행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일정에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자, 야당은 10일 ‘언론 탄압’ 프레임을 꺼내 들며 성토를 쏟아냈다. 여당도 이에 질세라 “취재 거부의 자유”를 거론하며 대통령실 엄호에 나섰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국제 외교 무대에서 비속어를 내뱉어 평지풍파를 일으켰음에도 반성은커녕, 순방 전용기에 언론사의 탑승을 치졸하게 불허하는 뒤끝 작렬 소인배 같은 보복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대통령실의 조치는 (지난 9월 영·미 순방 당시) MBC가 대통령이 행한 비속어를 그대로 보도한 데 대한 치졸한 보복 행정이자 언론탄압”이라며 날을 세웠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국회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고 대통령 마음대로 언론사를 왕따시키고 그러면 못 쓴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당시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부인이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했던 걸 거론하며 “그러면서 국민 알 권리를 위해 동행하는 언론인은 안 된다고 하는 건 이율배반”이라 꼬집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여당은 “(영·미 순방 당시) MBC의 ‘자막 조작’ 방송으로 국민은 혼란에 빠지고, 한·미동맹 이간질로 국격도 훼손됐다”며 방어에 나섰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전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언론인에게도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다른 언론에게,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 때도 청와대에 기자들 못 오게 한 사례가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기자실에 대못질한 적도 있다”고 언급했다.

원조 ‘윤핵관’ 장제원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MBC에) 취재 편의를 제공하는 문제 아니냐. 그게 무슨 언론 탄압이냐”고 되물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취재의 자유가 있다면, 취재 거부의 자유도 있다”며 대통령실을 두둔했고,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전용기 탑승 제한이 취재 제한이 아니라는 점에서 ‘언론 탄압’ 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다만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용기 불허 조치의 적절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그 부분은 (입장 표명을) 보류하겠다. 홍 시장이 취재 거부의 자유도 있다고 했지만, 이는 제가 논평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자유’라는 두 글자가 가진 간결함과 무거움, 그리고 어려움”이라는 글을 적혀 대통령실을 에둘러 비판했다.

여야 쟁점으로 떠오른 전용기 배제 논란은 이날 과방위 예산심사 회의장으로도 옮겨붙였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관련 이슈를 언급하며 첫 운을 띄우자,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의사진행발언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막아서며 회의장에는 소란이 일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보다보다 이런 무도한 정권은 처음 본다”며 “언론 탄압을 대놓고 하는 행위이고, 정권의 나팔수로 길들이겠다는 굉장히 비열한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편파와 왜곡 방송을 일삼는 MBC를 두고 언론이라고 칭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며 “어느 기관을 참여시키냐 참여 안 시키냐는 대통령실이 결정 권한을 갖는다”고 맞받아쳤다.


尹, 전용기 배제에 “해외순방에 국익 걸려있기 때문”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약식 회견을 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전용기 배제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대통령이 많은 세금을 써 가며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중요한 국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라며 “기자 여러분들께서도 외교·안보 이슈에 관해 취재 편의를 제공한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 주면 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저희는 여러 차례 MBC의 가짜뉴스와 허위 보도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MBC는 두 달 가까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중요한 국익이 걸려있는 순방 외교를 앞두고 개선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국익을 또다시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 최소한의 취재 편의 제한 조치를 취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은 이날 오전 총회를 열고 대통령실의 ‘MBC 공군 1호기 탑승 배제’에 대해 논의했다. 출입 기자단은 “대통령실이 순방이 임박한 시점에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특정 언론사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는 일방적 조치로 전체 출입기자단에 큰 혼란을 초래한 데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결정의 조속한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출입 기자단은 이어 “대통령 전용기 동승 관련 비용 역시 각 언론사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며 “대통령실이 마치 특혜를 베푸는 듯 ‘취재 편의 제공’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MBC 외 일부 매체는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전용기 탑승 배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대통령의 국외 출장과 관련된 것으로 그 배경이나 왜 그런 결정이 내려졌는지는 용산 쪽에 확인하는 게 더 적절한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한 총리는 ‘국무총리도 국익 침해하는 언론에 대해 전용기 탑승을 보류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엔 “저는 그러한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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