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기 겁난다"...밀가루 38%·닭고기 30% 줄줄이 올랐다
“마트 앱에서 4만원을 넘기면 무료배송을 해주는데 요즘은 햄과 두부, 야채 몇 개만 담아도 금세 차버려요. 정말 가격이 안 오른 게 없습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주부 김모(34)씨는 요즘 장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며 이렇게 말했다. 고기류를 살 때면 최저가를 찾느라 몇 번이나 장바구니에서 상품을 뺐다가 담는다. 김씨는 “아기 이유식에 넣을 소고기는 안 살 수도 없는데,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푸념했다.
10일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밀가루와 치즈, 두부, 닭고기 등 주요 먹거리 가격이 최근 1년 새 20% 넘게 올랐다. 이달 둘째 주 서울 기준 밀가루(CJ 백설 중력분 1㎏) 가격은 봉당 1900원으로 1년 전보다 37.7% 급등했다.
치즈(27.4%)와 두부(25.0%), 식용유(20.8%), 햄(12.5%) 등의 가격도 크게 올랐다. 닭고기(생닭 1㎏) 한 마리 가격은 9520원으로 30.1% 상승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각각 15.9%, 11.7% 올랐다. 무(96.6%), 당근(60.4%), 감자(30.5%), 양파(24.8%) 등 채소 가격도 급등했다. 화장지(55.3%)와 세탁세제(23.3%), 샴푸(20.2%), 주방세제(18.7%), 치약(10.3%) 등 생활 필수품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이처럼 치솟는 생활 물가가 치솟자 소비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주요 식품뿐 아니라 생필품 가격까지 대폭 오르면서 ‘장보기가 겁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당장 다음 주 우유 가격이 오르면서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져 가계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입 단가도 올라 생활 물가가 치솟았다. 삼양식품은 지난 7일 불닭볶음면 등 13개 브랜드 제품 가격을 평균 9.7% 올리면서 “밀가루·팜유 등 주요 수입 원자재뿐 아니라 물류비 등 생산 비용 급증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계속될 전망이다. 우유 원유(原乳) 가격 인상에 따라 오는 17일부터 흰 우유 제품 가격도 오른다. 이에 따라 빵과 과자, 아이스크림, 커피 등의 가격도 줄줄이 오를 수 있다.
서울우유는 오는 17일부터 우유 제품 가격을 평균 6% 인상한다고 이날 밝혔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역시 같은 날 흰 우유 제품을 출고가 기준으로 평균 8% 올린다. 따라서 대형마트 기준 흰 우유 1L 가격은 현재 2600원 중반대에서 2800원 후반대로 오를 전망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낙농진흥회 원유 기본가격 인상 결정과 인건비·물류비 등 전반적인 생산 비용 증가로 인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며 “저출산에 따른 시장 축소로 유업계 환경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소비자 부담을 덜고자 인상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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