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위기에 큰정부 대응…정부지출 GDP의 51%

박병희 2022. 11. 1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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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유럽 정부의 지출 규모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 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이른바 큰정부 방식으로 위기에 대응하면서 당장의 경기 침체를 막고 있지만 늘어나는 정부 부채와 인플레이션 등 장기적인 경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로존 정부의 올해 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51%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국제통화기금(IMF)을 인용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2019년보다 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미국 정부와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의 지출 규모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회계연도(2019년 10월~2020년 9월)에 GDP의 45%까지 늘었다가 지난 2022회계연도에 37%로 줄었다.

정부 지출이 늘면서 유럽의 일자리도 공공 부문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통계에 따르면 유로존 공공 부문 일자리는 2019년 이후 4% 늘었다. 민간 부문 제조업 일자리가 1% 줄고 서비스업 부문 일자리가 1% 증가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스페인에서는 지난 3분기에 공공 부문 일자리가 약 5만2000개 늘었는데 같은 기간 민간 부문 일자리 증가 규모의 두 배 이상이었다. 지난해 기준 유로존 일자리에서 공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다.

미국은 반대로 민간 일자리가 늘고 있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20년 초 이후 정부 일자리가 2% 이상 줄었다. 반면 민간 일자리는 1% 늘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피터슨 경제연구소의 제어콥 커크가드 선임 펠로우는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유행 때 너무 많은 지출을 했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지금은)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이어진 유로존 재정위기 때 정부 재정지출을 억제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금리가 오르면서 정부 지출을 늘리기는 더 어려워졌는데 지출을 억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여다.

실제 최근 유럽 정부는 잇따른 선거 과정에서 재정지출 확대를 약속했다.

지난 4월 재선을 확정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년 안에 전기차, 해상 풍력발전, 태양광 패널 생산에서 100% 자급자족이 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취임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내년 정부 재정적자를 GDP의 4.5%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 부채 비율은 2019년 GDP의 135%였으나 현재 150%로 늘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지난해 6월 총선 유세 때 2000억유로 규모 지출 계획을 공개했다.

당장은 유럽 정부의 지출이 유럽 경기 둔화를 막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정부 부채가 늘고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로존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7%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에 8.2%로 둔화됐다. 이에 ECB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정부의 지출 확대 기조와 충돌을 빚고 있다.

IMF는 지난달 유럽 국가들이 정부 지출을 줄여 물가 전쟁을 벌이는 중앙은행을 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IMF의 알프레드 카머 유럽 담당 이사는 "분명히 더 적은 비용으로 취약 계층을 지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지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경기 회복과 투자 회복 속도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달러화로 따졌을 때 유로존 경제 규모는 2019년보다 4% 커졌다. 반면 미국 경제는 17% 가량 늘었다.

JP모건 체이스에 따르면 유로존 자본투자는 지난해 4% 늘었고 올해 3%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국의 자본 투자는 지난해 10% 급증했고 올해도 5% 늘 것으로 예상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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