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코인런’이 나스닥에 몰고온 파장 [3분 미국주식]
미국계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유동성 위기 여파가 비트코인 관련 뉴욕증시 상장사의 주가 급락으로 번졌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9% 이상, 비트코인을 공격적으로 투자해온 캐시 우드를 최고경영자(CEO)로 둔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의 상장지수펀드(ETF)는 6% 넘게 하락했다.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는 당초 예상과 다르게 박빙의 승부로 전개되는 중간선거 상원 개표 상황의 불확실성과 더불어 FTX발 유동성 위기의 악재까지 겹쳐 10일(한국시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코인베이스글로벌은 이날 나스닥에서 9.54%(4.85달러) 급락한 45.98달러에 마감됐다. 나스닥지수(2.48%)보다 4배가량 많은 코인베이스의 낙폭을 결정한 건 결국 FTX발 유동성 위기에서 비롯된 암호화폐 시장의 폭락이다.
카리브해 섬나라 앤티가바부다에 본사를 둔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 FTX는 최근 ‘코인런’ 사태에 휘말렸다. 관계사인 암호화폐 전문 밴처캐피털 알라메다리서치의 대차대조표에서 유동성 위기의 신호가 포착되면서다.
알라메다 자산 중 3분의 1은 FTX에서 발행된 암호화폐 FTT로 구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FTX가 FTT를 발행해 알라메다로 떠넘기는 식으로 자산을 형성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FTX에서 최근 사흘간 60억 달러(약 8조2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세계 최대의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지난 8일 FTX에 대한 투자의향서를 작성했지만, 하루 만에 실사를 거친 뒤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가치가 일제히 폭락했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2시30분 현재 미국 암호화폐 시가총액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9.19%, 1주 전보다 18.57% 급락한 1만6582달러(약 2277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마저도 한때 붕괴됐던 1만6000달러 선을 가까스로 회복한 가격이다.
해외보다 비싼 시세를 형성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같은 시간 비트코인은 2384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24시간 전 대비 낙폭은 8.77%다.
암호화폐 시총 2위 이더리움은 같은 시간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 대비 9.22%, 1주 전보다 23.81%씩 폭락한 1183달러(약 162만원)을 표시하고 있다. 빗썸 거래가는 169만9000원이다.
암호화폐 시장 일각에서는 FTX발 유동성 위기가 지난 5월 한국계 스테이블코인 테라·루나의 폭락 사태보다 큰 피해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코인런’ 사태로 번진 우려는 코인베이스 같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주가를 끌어내렸다.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4월 나스닥에서 기업공개(IPO)를 통해 제도권 증권시장으로 처음 상장된 암호화폐 거래소다.
국내 거래소는 서둘러 대응에 나섰다.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 고팍스로 구성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는 이날 ‘변동성 확대에 따른 투자주의 안내’를 공지하면서 “거래소에 맡긴 투자자의 현금과 자산은 안전히 보관되고 있다”고 밝혔다.
FTX발 유동성 위기는 뉴욕증시의 ETF 시장도 흔들었다. 그중 아크인베스트의 ETF인 ‘아크 이노베이션 ETF’(종목명 ARK Innovation ETF·이하 ARKK)는 이날 아멕스에서 6.54%(2.28달러) 하락한 32.57달러에 마감됐다.
아크인베스트의 CEO인 우드는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지난해까지 2년간 급등한 성장주 위주의 투자를 공개적으로 독려한 금융인이다. 비트코인이나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서학 개미’는 물론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의 투자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ARKK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종목은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스, 테슬라, 로쿠, 블록, 텔라닥헬스처럼 코로나19 대유행에서 급등한 뒤 올해 하락장에서 급락한 기업들이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120달러를 넘었던 ARKK의 가치는 1년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도 암호화폐 시장의 폭락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테슬라 CEO이자 세계 1위 재벌인 일론 머스크는 암호화폐 시장의 가장 든든한 지지자였다. 한때 테슬라 차량을 비트코인으로 판매했고, ‘밈코인’ 수준의 도지코인을 자사 소품 쇼핑몰의 결제수단으로 채택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개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하거나 SNS 플랫폼 트위터를 인수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머스크는 최근 테슬라의 가장 큰 악재로 꼽힌다. 여기에 비트코인과 도지코인의 동반 폭락 악재까지 추가했다. 테슬라는 이날 나스닥에서 7.17%(13.71달러) 급락한 177.59달러에 마감됐다. 연일 경신하던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홍준표 “강아지도 정들면 가족…비용이 부담? 文, 졸렬”
- 서울·과천·성남·하남·광명 빼고…정부, 규제지역 다 푼다
- 손흥민 “월드컵, 마스크 쓰고 간다”… 부상 후 첫 입장
- “그날 ‘귀갓길 현장점검’ 없었다” 용산구청장 해명 번복
- “정진상에 돈 줄때 CCTV 없는 계단으로…술집 돈세탁”
- 16년간 고객돈 129억 빼돌려…새마을금고 두 직원 최후
- 이재명 간담회 12초만에 소방관 ‘우르르’…무슨일 [영상]
- 자매 11년 성폭행한 학원장… “싫다 했으면 안 했을 것”
- 눈물 보인 김은혜…‘웃기고 있네’ 메모 논란에 “거듭 송구”
- 고덕강일 반값아파트 분양가 ‘3억원’대…이르면 연말 사전예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