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인수 무산’ 가상화폐 대폭락…금융시장 공포감 확산
9일 바이낸스가 FTX 인수를 철회하겠다고 발표하자 시장에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FTX 사태가 더 악화하면 지난 5월 코인 시장 붕괴를 초래할 테라·루나 사태의 재현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FTX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가 많았던 거래소라서 이번 사태로 인해 크립토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전반적인 크립토 시장의 활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FTX가 파산하면 연계해서 망하는 기업들도 생길 수 있다. FTX가 일으켰던 대출을 갚으려고 가진 자산을 매각하는데 이때 코인 가격이 추가로 내려갈 것”이라면서 “불안한 시장에 신규로 들어오려는 투자자도 없어 매수 압력은 낮고 매도 압력은 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가상화폐 전문 뉴스레터를 발간하는 노엘 애치슨은 “비트코인이 다른 코인보다 더 큰 하락세를 보인다”면서 “가상화폐 산업 전반의 신뢰에 타격이 가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파생금융상품 업체 마렉스솔루션의 디지털자산 책임자 일란 솔랏은 “시장은 이제 완전한 공포 상황에 놓였다”면서 가상화폐의 추가 연쇄 매도 가능성을 우려했다.
특히 이더리움의 가격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환 대표는 “이더리움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곳이 많다. 대출들이 청산될 때 시장가로 던져지기 때문에 가격폭락을 막기가 쉽다. 이 부분이 우려된다”면서 “솔라나는 다시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FTX 창업자 샘 뱅크먼 프리드(SBF)에게 준 지원금이 불투명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코인 시장에 들어오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호기다. 지금 코인을 발행했던 사람들이 매입하고 있다”면서 “유동성 위기는 지금이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FTX에 전략적으로 투자를 한 투자사와 벤처캐피탈(VC) 등도 큰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FTX는 지난해와 올해 패러다임, 리빗 캐피탈, 세쿼이아, 소프트뱅크 등 60개 이상 투자사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또 미국의 유명 기술주 투자자인 체이스 콜먼이 이끄는 헤지펀드인 타이거 글로벌도 두 차례에 걸쳐 FTX에 투자한 바 있다. 이는 자칫 주식시장 전체로 전이될 위험성도 있다.
SK증권 리서치센터는 “신용위험(Credit Risk)’으로 촉발되어 전염되는 양상이란 점에서 리먼브라더스사태와유사하다”며 “루나사태로 인한 유동성 경색에 FTX가 구제금융을 지원했던 것과 현재 구제금융을 받는 것이 대조되며 시장 전반의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9일 1시 37분 기준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24시간 전과 비교해 11.13% 1만628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전날에도 10% 넘게 폭락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비트코인이 9일 새벽까지 하루 동안 약 50조원이 증발했다.
이더리움은 11.15% 떨어진 1166달러에 거래 중이다. FTX가 직접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코인들은 하락 폭이 훨씬 크다. FTX가 발행하는 코인 FTT는 전날 80% 폭락한 데 이어 이날도 40% 넘게 추락했다. FTX가 거래를 지원해온 솔라나도 43% 폭락했다.
바이낸스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인수 계약 진행 중단을 발표했다. FTX에 대한 기업 실사 결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규제 당국이 FTX의 고객 자금 관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보도 내용 등을 참고해 인수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FTX는 고객들이 자금 인출을 요구하는 ‘뱅크런’에 직면하면서 최대 80억달러(약 11조원) 유동성 부족에 처했고 긴급 자금을 수혈해줄 곳을 찾고 있다. FTX는 공식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거래소에서 암호화폐와 법정화폐 출금을 모두 금지시켰다고 공지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현재 자산을 인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FTX에서는 최근 72시간 동안 무려 60억달러(약 8조2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고, 비트코인 인출 규모는 나흘 동안 4억3000만달러(약 5800억원)어치에 달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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