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 하나까지 고민”...백화점 F&B 매장에 2030 불러모은 비결
■ Editor’s Note
「 오픈 1년 만에 방문객 수 3000만명.
2021년 2월 오픈한 여의도 더현대 서울이 세운 기록입니다. 일반적으로 백화점은 40대 이상 고객 매출이 높은데요. 더현대 서울은 20·30대 고객 매출 비중이 50.3%입니다. 고객 세대교체에 성공한 거죠. 가격 저항선이 낮고 누구나 맛볼 수 있는 식음료(F&B) 팝업 스토어가 이런 성공에 한몫했습니다.
F&B 팝업 스토어는 누가 만들까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발굴하고 콘셉트에 맞게 기획하는 백화점 바이어입니다. F&B 바이어는 브랜드의 입점 추진부터 메뉴 재구성, 리브랜딩까지 관여합니다. 7평짜리 공간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응축해 담아야 하는 만큼, 업계에 대한 높은 이해가 필수죠.
더현대 서울을 비롯한 현대백화점 24개 점포를 관리하는 이희오 바이어를 만나 F&B 공간 기획의 노하우를 들어봤습니다.
」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미다스의 손, F&B 공간기획자’ 2화 중 일부입니다.
메뉴 기획부터 브랜드 서칭까지, 백화점 바이어의 일
Q. 백화점 바이어는 어떤 일을 하나요?
쉽게 말하면 백화점에 입점할 브랜드를 발굴하고, 유치하고, 들여오는 일을 해요. 그 과정에 필요한 브랜딩이나 컨설팅도 맡고요. 저는 F&B팀 소속이라 주로 맛집을 다뤄요. 8년 전 입사해서 2020년 9월까지 점포에서 일하다가, 그해 하반기에 바이어로 발령을 받았어요. 바이어팀이 더현대 서울 지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던 때였고요. 당시엔 지하 1층 푸드코트에 브랜드를 입점시켰고, 지금은 6층 식당가 담당이에요.
Q. 더현대 서울이 화제가 되며 F&B 공간도 주목받았는데요. 어떻게 구성했나요?
더현대 서울에는 지하 1층과 6층 두 군데에 F&B 공간이 있어요. 두 층의 접근 방식은 완전히 반대예요. 통상 백화점 식품관은 콘셉트를 정하고 레이아웃을 그린 후 브랜드를 선정하거든요. 그런데 더현대 서울 지하 식품관은 카테고리별로 메뉴를 먼저 정하고, 6층은 입점 브랜드를 먼저 정했어요.
지하 식품관은 ‘센트럴파크’를 콘셉트로 잡았어요. 작은 여의도 광장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가운데 에스컬레이터를 중심으로 레이아웃을 짰어요. 각 구획된 공간에 브랜드를 채워갔고요. 6층 테넌트(단독 매장)는 단독 매장은 별도의 담당자가 있었는데요. 블루보틀처럼 꼭 함께하고 싶은 키 브랜드를 먼저 정했습니다. 브랜드를 위한 여건을 만들고, 그에 맞춰 레이아웃을 짜는 식으로요.
브랜드 선정엔 기준이 있어요. 식사 브랜드 10곳을 들인다고 하면 한식 2곳, 양식 1곳, 일식 1곳, 아시안 1곳 등 정해져 있죠. 여의도는 젊은 직장인이 많은 지역이니 양식이나 아시아 음식을 좀 더 늘렸어요. 상품군을 정한 뒤 후보 서너 곳을 1년간 리스트업했어요. 왜 이 브랜드가 1순위인지, 3순위 브랜드를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듭했죠.
Q. 브랜드 발굴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 브랜드는 될 것 같다’ 감이 오는 경우는 언제인가요?
사실 어떤 브랜드가 잘될지는 고객의 선택에 달린 부분이라 알 수 없어요. 단지 확률을 높이려고 노력할 뿐이에요.
팝업 브랜드는 한끗 다른 재미 포인트가 있거나, 담음새가 좋아서 사진 찍기 좋은 상품인 경우 먼저 고려해요. 이를테면 떡볶이는 누구나 다 좋아하잖아요. 거기에 가래떡을 턱턱 썰어주는 퍼포먼스가 있다면 다른 재미가 되죠.
상설 브랜드를 컨택하는 기준은 아주 개인적이지만, ‘한 번 더 간 곳’이에요. 바이어는 하루에도 수많은 브랜드를 만나잖아요. 제가 두 번 이상 갔다면 정말 맛있다는 뜻이거든요.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클래식 브랜드라 생각하고 입점을 제안해요. ‘홍제동 우동국수’라는 노포가 있었는데, 노포 특성상 백화점에 입점한다는 건 상상이 안 되거든요. 그런데 메뉴가 너무 맛있어서 바로 제안을 드렸죠.
Q. 그러면 기존 매장보다 훨씬 작은 규모에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아야 할 텐데요.
지하식품관은 좁은 공간에 통일된 양식을 사용해야 해서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을 충분히 살리긴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오직 메뉴로 승부를 봐야 하죠. 보통 사람들은 지하 푸드코트에 와서 특정 브랜드 이름을 대며 ‘먹으러 갈래’ 하지 않아요. 메뉴명을 들며 ‘돈가스 먹을 거야’라고 하죠.
그래서 메뉴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각인시켜요. 단품을 특화하고 그 메뉴를 맛있게, 빠르게 제공할 수 있도록 공간을 기획해요.
Q. 예를 들면요?
일단 키 메뉴와 회전율을 고려해 메뉴를 ‘편집’해요. 본 매장에서 10가지 메뉴를 만든다면 백화점에선 1, 2개만 하는 수준으로 정리해요. 실제 인기가 많거나, 그 상권에 어필할 수 있는 메뉴 몇 가지를 추리죠.
주방도 꼼꼼히 살펴요. 효율적인 동선은 물론, 위생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안내하고요. 조리 도구부터 소스 하나하나까지 챙겨요. 필요하면 OEM(완제품 생산) 업체도 알아봐요. 빵을 만든다고 하면 생지는 어디에서 공급해오자, 하는 단계까지 함께 정하죠. 브랜드 단독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를 전문가 인력이 붙어 함께 해결하죠. 그 과정에서 브랜드를 더 단단히 다질 수 있도록요.
‘그때는 틀렸지만 지금은 맞는’ 유연함 필요
Q. 그동안 진행한 팝업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나요?
2020년에 춘천 기반의 감자밭 카페와 함께한 ‘감자빵’ 팝업이 기억나요.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다 동기가 웬 감자를 찍어 올렸길래 뭐냐고 물었더니 감자빵이라고 하더라고요. 밭에서 막 캔 감자 같았는데 빵이라니, 재밌는 포인트라고 생각했죠.
바로 이미소 대표님께 연락을 드렸어요. 처음엔 거절하셨는데, 브랜드에 대해 알면 알수록 너무 매력적이라 포기하기 아쉽더라고요. 거듭 요청한 끝에 팝업을 진행하기로 했고, 함께 브랜딩을 다듬기로 했죠.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공을 많이 들였지만, 특히 포장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진짜 감자 같은 모양새가 포인트라고 생각했고, 그걸 잘 살리고 싶었어요. 바구니·박스·봉지 등 다양한 포장 방법을 시도했어요. 세 알씩, 다섯 알씩 넣어보면서 봉지 크기를 결정했죠.
상자도 저희 야채 바이어에게 부탁해 최대한 농산물처럼 보이게 포장했어요. 예쁜 백화점 상자로는 그 느낌이 잘 살지 않았거든요. 진짜 감자를 파는 것처럼, 농부가 밭에서 캐온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행사장도 ‘밭’처럼 연출했고요.
그렇게 팝업스토어를 오픈했고 3개월 동안 12억원 매출을 올렸어요. 엄청난 성공이었죠. 행사 흐름을 실제 판매로 잘 이어가지 못하는 브랜드도 많은데, 두 대표님이 에너지가 워낙 좋으셔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서 더 좋고요. 지금은 200억 매출에 달하는 회사가 됐죠.
Q. 브랜드를 입점할 때 담당 실무자와 경영진 간 의견 차이가 있을 듯한데요. 어떻게 설득했나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의외겠지만, 바이어를 많이 믿어주시는 편입니다(웃음). ‘어련히 좋은 브랜드를 택했겠지’ 하셨죠. 관심이 가거나 들이고 싶은 브랜드가 생기면 팀장님을 모시고 같이 밥을 먹으러 갔어요. 직접 맛보며 브랜드의 가치를 느끼면 설득이 훨씬 수월했죠.
저희 팀은 하루 1시간 30분 이상 무조건 시장조사를 나가요.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성수·연남·망원 같은 지역에 시장 조사를 가요. 저는 식사 담당인데, 카페와 베이커리를 맡는 바이어들과 팀을 이뤄서 가요. 그날 가고 싶은 곳들로 코스를 짜서 다녀오는 거죠. 30분 미만 거리라면 꼭 걸어가요. 오가며 그 지역의 상권을 보고 어떤 브랜드가 생기고 없어졌는지, 상권이 얼마나,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지를 보죠. 먹거리뿐 아니라 의류나 라이프스타일 팝업도 눈여겨봐요. 고객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파악하기 좋으니까요.
Q. 입점 후에도 지속해서 관리하는 편인가요?
일단 입점하면 끝까지 책임진다는 게 저희 철칙이에요. 잘될 때까지 케어하죠. 이미 성공한 브랜드를 모실 때도 있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단계의 브랜드를 입점시킬 때도 있거든요.
메뉴를 바꾸든, 리브랜딩을 하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요. 잔소리도 많이 해요. (웃음) 신규 브랜드가 많다 보니 바이어들이 그릇, 숟가락, 물잔 하나까지 모두 봐드리죠.
그저 “백화점에 들어오세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매장을 하나 만든다고 생각하면 돼요. 백화점 문법에 맞게, 브랜드가 더 잘될 수 있게 구체적인 데이터를 드리고 그에 맞춰 가이드해요.
Q. 더현대 서울을 오픈하고 일 년이 지났어요.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후략)
■ 더 많은 콘텐트를 보고 싶다면
「
F&B 업계는 전쟁터나 다름없습니다. 까다로운 고객들의 입맛과 취향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죠. 고객은 정확합니다. 취향과 입맛에 맞으면 길게 줄 서는 것도 마다치 않습니다. 이런 ‘전쟁터’에서 업계와 고객의 인정을 받은 F&B 공간기획자들을 만나봤습니다. 그들은 어떤 전략을 세웠을까요? F&B 트렌드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4명의 기획자가 들려드립니다.
▶ 지금 '폴인'에서 확인해 보세요.
」
황은주 에디터 hwang.e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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