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유명 여배우, 히잡 벗고 반정부 시위 연대

"여성, 삶, 자유... 무슨 일 있어도 이란에 남을 것"

[윤현 기자]

▲ 이란의 '히잡 반대 시위' 지지를 밝힌 이란 여배우 타라네 알리두스티 소셜미디어 갈무리

이란의 유명 배우 타라네 알리두스티(38)가 히잡을 벗은 모습을 공개하면서 이란의 히잡 반대 시위에 동참했다.

알리두스티는 9일(현지시각) 인스타그램에 히잡을 벗고 머리카락을 드러내며 쿠르드어로 '여성, 삶, 자유'라고 적힌 종이를 들어보인 사진을 올렸다.

이는 지난 9월 13일 이란 수도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이슬람 여성이 머리와 목 등을 가리기 위해서 쓰는 전통 의상)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같은 달 16일 숨진 채 발견된 쿠르드계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22)를 기리는 문구다.

"권리 지키기 위해 어떤 대가라도 치를 것"

이란에서는 아미니의 의문사로 촉발된 히잡 반대 시위가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확산되어 7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란 정부가 유혈 진압에 나서면서 이란의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현재까지 미성년자 46명을 포함해 318명의 시위 참가자가 숨졌다고 집계했다. 또한 1만4800여 명이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두스티는 10대 때부터 배우로 활동한 이란 영화계 최고의 스타다. 2017년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세일즈맨>에서 주연을 맡으며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올해도 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사이드 루스타이 감독의 <레일라의 형제들>에 출연하는 등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알리두스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란에 남을 것"이라며 "(배우) 일을 중단하고 공권력에 목숨을 잃거나 구금된 사람들 가족을 지원하며, 그들을 대변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이어 "나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어떤 대가라도 치를 것"이라며 "우리가 함께 '오늘'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믿는다"라고 시위대에 연대를 나타냈다.

트럼프와도 맞섰던 이란 영화계 최고 스타

▲ 이란 여배우 타라네 알리두스티의 히잡 반대 시위 지지를 보도하는 영국 <가디언> 갈무리.

이란의 시위대 유혈 진압이 국제적으로도 논란이 되자 미국 정부는 이란을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서 축출하겠다고 밝혔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여성과 소녀의 권리를 조직적으로 유린하는 나라가 그 권리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은 국제기구에서 역할을 맡아서는 안 된다"라며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해 이란을 쫓아낼 것"이라고 공언했다.

AFP통신, BBC 방송 등 주요 외신도 이날 알리두스티가 히잡을 벗은 사진과 시위 연대를 보도하며 주목했다.

영국 <가디언>은 "최근 독일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이란 최고의 축구선수 사르다르 아즈문(레버쿠젠)에 이어 알리두스티까지 스포츠·예술 분야 인사들의 시위 지지가 잇따른다"라고 전했다.

특히 알리두스티는 엄격한 이슬람 국가인 이란에서 여성임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2019년 유가 인상을 계기로 이란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을 때도 "우리는 시민이 아니라 포로와 다름없다"라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2007년 자신이 출연한 작품이 미국 아카데미 후보에 지명됐을 때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한 것에 "인종차별적"이라고 반발하며 시상식 참석을 보이콧한 바 있다.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