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대못질”… 배현진·정진석, ‘盧·文 언론통제’ 사례 언급
언론인 출신의 여당 의원들이 ‘MBC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해 언론 통제가 아니라고 반박하며 노무현·문재인정부 시절의 일화를 사례로 들었다.
MBC 아나운서 출신의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MBC는 이번 순방에 전용기만 안 탈 뿐 취재의 길을 전과 다름없이 열어뒀으니 민항기 이용해 국익을 위한 대통령 외교 순방지에 잘 다녀오셨으면 합니다”고 썼다.
그러면서 2018년 문재인정부 시절 남북 고위급회담 때 사례를 언론 통제 사례로 언급했다. “2018년 가을 남북 고위급회담 대표단 출발 한 시간 전 문재인정부는 조선일보의 탈북민 출신 기자를 청와대 풀취재단에서 배제하라고 일방 통보했다”며 “취재 배제였다. 이런 경우가 명백한 언론 통제다”라고 주장했다.
배 의원이 언급한 언론 통제 사례는 2018년 10월 15일 오전 10시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 참여할 예정이었던 탈북민 출신 김모 조선일보 기자를 오전 6시30분쯤 다른 기자로 바꾸라고 통지한 사건이다. 당시 통일부 기자단은 기자 선정은 언론사 권한이라며 반발했었다. 이에 조명균 당시 장관이 기자단 대표에게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김모 기자는 취재 명단에서 빠졌다.
배 의원은 “북한이 선(先) 요구도 없었으므로 당시 문재인정부가 알아서 북한 눈치를 보고 강행한 일이냐는 비판이 거셌다. 전용기 탑승하는 타 언론사들도 일정의 비용을 지불하고 간다. 전용기에 자리가 부족할 때는 취재진끼리 추첨을 통해 민항기를 타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는 편의 제공을 하지 않을 뿐 취재 자체를 통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론 통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한국일보 기자 출신인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MBC 전용기 탑승 불허는 언론 통제라는 비판이 있다’는 질문을 받고 “언론 통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또 “기자들, 언론인에게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며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할 때 다른 언론에 피해를 줄 수 있고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이같이 답변한 뒤 비대위원장실로 이동했다. 그러나 다시 돌아와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청와대 출입기자의 출입을 금지시킨 적도 있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기자실을 대못질한 사례도 있다”며 “이런 게 언론 탄압이고 통제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위원장이 언급한 노무현정부 시절 기자실 대못질 사례는 2007년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을 뜻하는 것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출입기자 제도를 없애고 개방형 브리핑룸으로 전환해 기자라면 누구나 들어와 질문을 던질 수 있고 자료를 요청하고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기자실 통폐합을 추진했었다.
이는 2007년 1월 16일 노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기자들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담합하며 기사 흐름을 주고 있다”는 발언으로 시작됐다. 기자실 대못도 이때 나왔다. 그해 5월 노 전 대통령은 37개 브리핑룸과 기사송고실을 권역별로 3개로 통폐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을 확정해 강행했다.
이후 문화일보 기자와 독자들은 그해 7월 10일 “참여정부의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이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헌재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며 재판관 8인의 의견으로 각하결정을 내렸다. 노 전 대통령이 임기 말에 강행한 기자실 통폐합에 따른 통합 브리핑룸은 이명박정부가 출범하면서 기자실로 복원됐다.
한편 전날 대통령실은 MBC 출입기자들에게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됐다’면서 오는 11일부터 16일까지 예정된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서 취재 편의(전용기 탑승)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에서 “대통령이 많은 국민의 세금을 써가며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중요한 국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며 “기자 여러분들도 그렇고 외교·안보 이슈에 관해서는 취재 편의를 제공한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 주면 되겠다”고 말했다.
MBC 측은 강한 유감을 표하는 한편 대통령실의 통보가 출국 임박 시점에 일방적으로 이뤄져 실질적으로 취재에 제약이 발생했으나 다른 방법을 동원해 순방 취재를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MBC는 이날 “언론 자유를 심각히 제약하는 행위로 보고 유감을 표한다. 특정 언론사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는 군사독재 시대에서도 찾아볼 수 없던 전대미문의 일”이라며 “비판 언론에 대한 보복이자 새로운 형태의 언론탄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화방송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 현장에서 취재와 보도를 충실히 수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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