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이서진, 나영석과 황금 콤비가 된 이유

이준목 2022. 11. 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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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이준목 기자]

배우 이서진의 커리어는 2012년 KBS 2TV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 시즌1에 출연하여 나영석 PD와 만나기 이전,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지한 드라마의 실장님을 주로 연기하는 세련된 배우의 대명사였던 이서진은 당시 이 예능을 통해 까칠하고 투덜대지만 인간 미넘치는 반전 매력을 발산하며 '나영석의 페르소나'로 거듭났고,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다이아몬드는 누가 어떤 시각으로 봐 주느냐에 따라 최고의 보석도, 쓸모없는 돌덩이도 될 수 있다. 사람도 세상도 마찬가지다. 지난 9일 오후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아는 만큼 보인다' 특집 편에서는 배우 이서진, 교육공학자 폴 킴 스탠포드 대학 부학장, 역사문화예술 전문가 유홍준 교수가 출연해 알면 알수록 매력이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폴 킴은 성적 하위 1% 학생에서 미국 최고 명문 스탠퍼드 대학교의 부학장까지 오른 드라마틱한 반전 인생의 주인공이다. 어릴때부터 공부가 너무 싫어서 학교도 가기 싫었다는 폴 킴은 학창시절 거의 꼴등을 도맡을만큼 성적과는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삼남매에 막내에게 억지로 공부하라고 압박하지 않았던 부모님의 무관심은 오히려 그가 창의력을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폴 킴은 발명에 어릴 때부터 남다른 소질을 보였고 독학으로 컴퓨터 코딩을 습득하고 영어를 못하는 상황에서 맨몸으로 미국 유학길에 나서는 등,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개척해나갔다.

폴 킴은 유학 시절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티칭'과 '코칭'의 차이를 설명했다. 전자가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라면, 후자는 피교육자의 장점과 약점을 파악하여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

한국에서는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 이유를 몰랐다면, 폴 킴은 우연히 접한 음악수업에서 영어를 잘 못하는데도 그의 진정성과 노력을 높이 산 미국 교수님으로부터 A+를 받은 것을 계기로 공부의 재미와 필요성에 눈을 뜨게 됐다. 그때부터 폴킴은 낙제생에서 우등생으로 거듭났다. 나 스스로도 나를 아직 잘모를 때, 누군가 먼저 나를 알아봐준 사람이 있었기에 폴 킴의 인생도 달라졌던 것. 폴 킴은 "조금만 코칭을 해줘도 누군가의 인생이 바뀔 수 있구나. 그래서 교육이 이렇게 중요하구나"를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폴 킴은 컴퓨터 전공을 살려서 이를 교육에 접목한 교육공학 분야에 입문했다. "앞으로 미래에는 '가상현실'을 활용하게 될 것"이라는 게 폴킴의 확신이었다. 그는 1997년에 의학 교육 프로그램으로 가상 병동과 환자들이 있는 가상 현실(VR)을 제작하며 시대를 앞서간 선견지명을 보였다. 스탠퍼드는 폴 킴의 능력을 인정하여 현재 21년째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폴 킴은 자신의 위치에 있으면 스탠퍼드 입학을 꿈꾸는 전세계의 지원자들을 만나게 된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지원서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고. 폴 킴은 스탠퍼드 입학을 꿈꾸는 이들을 위하여 "화려하고 중구난방인 스펙보다는, 하나의 지점을 향하여 모여가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조언하며 "해놓은 건 많은데 정작 뭘 하려고 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드는 친구들이 있다. 그걸 왜 하려고 하는지 어떤 준비와 공부를 했는지 아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폴 킴은 인도, 시리아 등 전세계 오지를 다니며 교육을 받을 기회가 부족한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하여 파일럿 라이센스까지 취득했다고 밝혔다. 폴 킴은 이른바 '외계인 학습법'이라고 명명한 모바일 러닝을 통하여 "자신은 환경만 만들어주고 아이들이 스스로 깨닫고 학습하게 하는" 창의적인 코칭의 비결을 전했다.

폴 킴은 어릴 때의 자신처럼 '세상의 모든 꼴찌'를 위하여 "좋은 것, 잘하는 것, 즐길 수 있는 것을 하다보면 최고가 된다"라는 격려를 전하며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해보니까 된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뭐든지 된다. 모든 사람은 나만의 특기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걸 분명히 찾아야하고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한민국 전 국토를 박물관삼아 문화유산의 숭고한 가치를 전파하는 유홍준 교수가 출연했다. 유 교수는 근엄한 이미지와 달리 예능을 즐겨보고 출연도 마다하지 않는 이유로 "우리 문화유산을 국민들과 공유하고 싶은데 어려워서 잘 안 보게 된다. 예능프로에서 문화유산을 이야기하면 국민들에게 쉽게 전도가 될 수 있기에 언제 불러주나 기다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유홍준이 저술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국내 인문도서 최초로 판매고 100만 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가 됐다. 서문에서 유 교수가 남긴 "아는만큼 보인다"라는 어록은 지금도 역사문화유산을 이해하는 중요하고 기본적인 키워드로 꼽힌다. 유 교수는 책을 쓸 때도 자신만의 치멸한 전략이 있다며 "문화유산에 대한 팩트는 바뀌지 않는다. 단지 이것을 어떻게 예능화해서 독자들에게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전국적으로 답사 신드롬을 일으키며 일반인들에게도 역사와 문화유적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유 교수는 "문화유산 하면 흔히 경주, 공주, 부여 등만 떠올린다. 우리 국토가 얼마나 넓은데, 땅끝을 가도 우리 선현들의 아름다운 자취가 있다"고 강조하며 저술에도 언급된 전남 강진과 해남 등에 대하여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라고 극찬했다.

최근에는 서울 답사기를 집필중이라는 유 교수는 서울의 명소인 인사동, 북촌, 서촌 등의 반세기에 걸친 변천사를 예로 들며 "역사가 켜켜이 쌓여오는 것을 알게되면 잘 알던 곳도 달라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옛 인사동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지금의 인사동이 망가졌다, 젊은이들 때문에 나이든 사람들이 쫓겨났다고 아쉬워 한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세월이 흐르면 거리는 변한다. 젊은이들이 다른 곳이 아닌 문화예술의 향기가 있는 곳을 찾아오는건 좋은 일"이라며 열린 어른의 모습을 보였다.

유 교수는 경복궁, 창경궁, 경운궁, 경희궁, 창덕궁, 덕수궁 등 조선시대 궁궐들의 역사와 탄생비화들,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안치된 이중섭, 권진규, 방정환 등 대한민국을 빛낸 문화예술인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줬다. 특히 일제의 고문 후유증으로 열일곱의 나이에 순국한 독립운동가 유관순 열사의 유해가 훗날 무연고 묘들과 함께 망우리에 합장묘로 세워졌다는 대목은 듣는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유 교수는 "파리의 공동묘지에 안치된 쇼팽, 발자크, 에디트 피아프 등의 역사적 인물들 때문에 지금도 찾아가는 사람이 많다. 망우역사문화공원도 서울의 궁궐들처럼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73세인 유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어떻게 아름답게 결말을 지을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며 "마지막 책의 마지막 장은 독도 답사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귀뜸했다. 유 교수는 "문화재는 멀리 두고 거룩하게 존경하는 것보다 가까이 두고 사용해야 보존이 더 잘 된다. 문화재를 일상에서 함께하는 곳으로 만들어온 것이 가장 보람있는 일이었다"는 자신의 철학을 전했다.

이어 tvN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로 돌아온 '까칠한 도련님' 배우 이서진이 출연했다. 절친한 유재석은 등장과 동시에 이서진의 트레이드 마크인 보조개를 찌르는 장난을 치며 "제 주변에서 가장 도련님같은 형"이라며 이서진을 놀렸다.

올해도 배우 24년 차가 된 이서진은 군대를 제대하고 남들보다 늦은 28세의 나이에 배우의 길에 뛰어들었다. 의외로 기무사 출신이라는 이서진은 놀라는 주변의 반응이 익숙한 듯 "사람들은 다 내가 군대를 면제받은줄 안다"고 쓴웃음을 지으며 "유재석은 방위 출신이지만 나는 현역 병장출신"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서진의 이미지를 둘러싼 다양한 편견들이 언급됐다. 오렌지족, 미국 국적, 600억 자산가라는 소문들에 대하여 이서진은 "오렌지족을 실제로 본 적도 없다. 고급차는 있었지만 아버지의 차를 퇴근하면 몰래 몇 번 타고 나간 정도다"라고 해명하며 "자산이 600억이면 여기 앉아있지도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서진은 "할아버지 때 이후로 집이 계속 몰락해서 지금은 아무 것도 없다"고 토로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서진은 배우가 되겠다고 처음 이야기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이 냉랭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부친은 이서진에게 "저 X끼가 지가 최민수인줄 아나?"라고 독설을 날렸다고. 늦은 나이에 배우의 길을 걸어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서진은 "초조하고 불안했다. 오디션을 보거나 미팅할 때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나이가 많다. 눈빛이 드럽다'고 하더라"며 "술자리에서 '네가 우리 드라마를 망친다'며 신발을 던진 사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서진은 <다모> <불새> <이산> 등 여러 히트작에서 열연하며 주연급 배우로 올라섰다. 최근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정조 역으로 출연한 이준호와 함께 진정한 '이산' 자리를 놓고 이서진과 비교가 되기도 했다. <이산>에서 공연했던 절친 한지민은 "그래도 제게 이산은 이서진 선배님"이라고 의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 방송을 봤다는 이서진은 정작 "저한테 이산은 이준호"라는 반전 고백으로 폭소를 자아냈다. 이에 유재석은 한지민을 대신하여 "이 방송을 봤다면 밥맛 떨어졌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서진은 "실제로 한지민은 저를 이산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냥 막대한다. 지금은 나이먹고 힘이 떨어지니까 지민이한테 많이 밀린다"고 고백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산> 촬영 당시 이서진의 숨은 미담들이 공개됐다. 이서진은 <이산>의 연장방영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조-단역 배우들의 임금 현실화-스태프 포상휴가를 요구하여 관철시켰다. 이서진은 "맞긴 맞는데, 사실 연장하기가 너무 싫어서 그랬다"며 또다시 훈훈한 미담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 조건이면 안 들어줄 줄 알았는데, 실제가 되어버렸다"고 고백했다. 이서진은 "이산을 연기하면서 '사회'라는 게 사람들과 같이 돌아가야 하지, 나 혼자만 생각해서는 안 되겠구나라는 걸 느꼈다. 인간적으로도 공부를 많이 한 드라마였다"고 고백했다.

유재석은 무뚝뚝해보이면서도 챙겨주는 이서진의 매력을 설명했다. 두 사람은 함께 예능 촬영을 하면서 서로의 음악 취향이 비슷한 걸 알게 됐고, 훗날 다시 재회했을 때 유재석이 좋아하던 음악을 USB에 담아 선물했던 미담을 전했다. 이서진과 함께 일했던 스태프들도 미리 과자 선물을 준비해놓고서는 무심하게 "이거 가질래?"라고 건넸다고 제보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서진의 인간적인 매력을 재발견하여 대중에 처음 알린 것이 예능 출연이었다. 흔히 < 1박2일 >이나 <꽃보다 할배>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서진의 예능 데뷔작은 2002년 연예인 미팅 프로그램인 <강호동의 천생연분>이었다. 당시 수줍은 뉴요커 재킷 댄스로 웃음을 자아냈던 이서진은 "오늘 이 댄스를 다시 볼 확률은 얼마나 될까"라는 조세호에 폭발하여 "네 멱살을 잡을 확률이 더 높다"고 응수했다.

당시 동갑내기인 강호동과 친분 때문에 출연하게 됐다는 이서진은 "원래는 한 회만 하고 빠지기로 합의가 됐는데, '킹카'가 안 되어서 또 나오게 됐다. 거기다가 강호동이 '킹카가 안 됐으면 다음 녹화에 또 나올지 대국민 약속을 하라'고 몰아붙이더라. 그래서 다음 녹화를 또 나가게 됐다"며 울분을 토로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서진은 이후 나영석 PD와의 만남을 통하여 그가 연출한 예능 히트작에 에 단골로 출연하며 'tvN 공무원'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유재석은 "요즘 어린 친구들은 이서진을 tvN 공채 개그맨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서진은 나PD와의 9년 인연에 대하여 "이렇게 오래할 줄 몰랐다. 어떡하다 보니 여행(꽃할배)이 이어지고, 요리하는 프로그램(윤식당)을 만들게 되고, 쉬러가는 줄 알았는데 시골(삼시세끼)에 가 있더라. <삼시세끼>라는 제목을 촬영지에 가서 처음 알았다"고 폭로했다. 이서진은 "<꽃할배> 때는 편집이 되었을 뿐, 밤마다 술취해서 행패를 부렸다"고 고백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이서진은 나 PD와 예능을 할 때마다 대성공을 뒀지만 시작할 때는 늘 확신이 없고 불안했다고 밝히면서 "나영석도 다 운이다"라고 일침을 날렸다. 이에 나PD는 인터뷰를 통하여 "이서진은 나오는 말의 대부분이 '싫어', '안 해'다. 그러다 한 번 '알았어', '고마워'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감동하게 된다. 일종의 가스라이팅이다. 좋은 사람이긴 한데, 처음부터 잘해주면 좋을텐데"라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겉보기에 툴툴거리고 까칠해보이던 이서진은 <꽃할배>에서 대선배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모습으로 반전 매력을 발산했다. 이서진은 "시대가 다르다보니 선배님들이 여행을 많이 다녀보지 못하셨다. 너무 좋아하시고 행복한 모습을 보니까 저도 욕심이 생기더라"라고 고백했다.

특히 다리가 불편하여 자주 힘들어 했던 백일섭을 챙기느라 고생했던 이서진은 마지막 여행에서는 내내 백일섭의 발걸음에 맞춰서 걸었다는 이야기를 고백했다. 나PD는 <꽃할배> 이후로도 이서진이 선배들을 만남을 이어가고 있음을 밝히며 "단순히 추억이 아니라 선생님들에대한 존경과 사랑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이서진의 속깊은 면모를 전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서진인 결혼하면 가장 좋아할 사람이 나영석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그동안의 전적을 고려할 때 여행에서 신혼, 육아 리얼리티까지 소재가 무궁무진하다는 것. 이서진은 "지금도 나영석이나 이우정 작가를 만날 때마다 무슨 이야기만 하면, 프로그램 아이디어가 된다. 밥 한 끼 먹을 동안 프로그램 20개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서진은 나영석 PD와의 관계에 대하여 "싸가지 없는 동생"이라고 농담을 하면서도 "오랫동안 동고동락하며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사이가 됐다. 이제는 PD를 떠나서 그냥 친한 동생"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서진은 "나PD와 이우정 작가는 30년을 본 사람보다 더 가까워진 느낌"이라고 표현할 만큼 애정도 드러냈다.

나PD 역시 짓궂고 부담스러운 요청도 결국은 들어주는 이서진에 대하여 "인정하긴 싫지만 좋은 형"이라며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그 어떤 작품보다 사람 냄새 느껴지는 예능을 만드는 PD와, 그 작품에서 가장 인간적인 반전 매력이 빛나는 출연자. 이서진과 나영석의 황금 케미스트리가 앞으로도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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