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 작렬"·"1호기가 사유물?"... 국회서 불붙은 'MBC 탑승 거부'
[이경태, 박소희, 남소연 기자]
▲ MBC 전용기 탑승 불허? 대통령실 규탄한 민주당 조승래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과방위원들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실의 MBC 전용기 탑승 불허 통보 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을 취재하고 있는 MBC 기자의 카메라가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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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아세안·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출발을 이틀 앞두고 MBC 취재진에 보낸 문자 한 통의 파장이 10일 점차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오후 늦게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가 반복되어 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일명 '1호기'로 불리는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를 일방 통보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야당은 지난 9월 뉴욕 순방 당시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보도에 대한 대통령실의 치졸한 보복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공영방송사 등을 소관하고 있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상임위 차원의 성명서 채택을 논의하면서 여야 간 설전이 벌어졌다.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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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국제외교 무대에서 자신이 비속어를 내뱉어 평지풍파를 일으켰으면서도 반성은커녕 순방 전용기에 언론사 탑승을 치졸하게 불허하는 '뒤끝 작렬' 소인배 같은 보복행위마저 이어가고 있다"면서 대통령실의 'MBC 취재진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가' 조치를 비판했다.
같은 당 이장섭 의원도 이 자리에서 "대통령실이 치졸한 '언론 탓'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같은 의견을 보탰다. 그는 "(비속어 논란에 대한) 사과 한 마디 없는 거짓해명과 모르쇠로 일관하는 후안무치한 (윤 대통령의) 태도에 국민들은 더 크게 실망했는데 자신의 잘못을 MBC에 뒤집어 씌워서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고 취재를 방해하겠다는 (대통령실의) 발상에 어이가 없다"며 "보도만 통제하면 어떠한 국정실정도 숨길 수 있다는 독재정권 시절의 언론관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의원은 "대통령 전용기는 대통령의 사유물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재산"이라며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전용기에) 기자단의 탑승을 허용하고 취재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MBC를 향한 언론탄압과 정치보복을 중단하고 전용기 탑승 거부 조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같은 날 오전 당 상무집행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은 치졸한 언론탄압을 멈추고 주변을 냉철하게 돌아보시길 바란다"며 "누가 봐도 이번 대통령실의 조치는 MBC가 뉴욕 순방 시 대통령이 행한 비속어를 그대로 보도한 데 대한 치졸한 보복행정이자 언론탄압"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자꾸 왜 이러시나. 이번 조치는 해외순방 때마다 발생하는 여러 잡음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언론탄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며 "이태원 참사 대응 과정에서 말 못 할 상처를 입은 일선 경찰관들과 소방관들만 죄를 묻는 이런 방식의 수사에 국민적인 분노가 치솟고 있다. 지난 일로 언론에 보복행정을 할 한가한 때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 MBC 전용기 탑승 불허? 대통령실 규탄한 민주당 이정문, 조승래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과방위원들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실의 MBC 전용기 탑승 불허 통보 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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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10일 오전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실의 'MBC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에 대한 여야 공동 명의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언론인 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앞장섰다. 윤영찬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대통령 전용기는 취재편의 대상이 아니라 (대통령의 기내 간담회 등의) 취재현장이다. 대통령실의 조치는 취재현장 봉쇄이고 언론자유의 탄압이라 생각한다"며 "공영방송사가 우리 위원회 소관사안인 만큼 특정 언론에 대한 차별과 취재방해 행위에 대한 상임위 차원의 논의가 있어야 하고, 전체 위원회 명의로 적절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NATO 순방 때 민간인 수행원(기자 주 :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배우자)은 항공비·숙박료 등 국민 세금을 펑펑 쓴 바 있다. 그런데 (순방 취재) 기자들이 무상으로 전용기를 타고 호텔을 이용했나? 다 언론사들 돈 내고 간다"며 "(대통령실의 이번 조치는) 마치 대통령 전용기가 대통령의 사유물인 것처럼 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어 "과방위 차원에서 언론 자유의 중대성을 인지하고 계신 건 여야 모두 같은 생각이라고 본다"라며 "여야 의원들이 함께 대통령실의 언론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편이었다. 오히려 권성동 의원은 "언론의 탈을 썼다고 다 언론이 아니다", "민주당에게 유리한 편파, 왜곡방송을 일삼는 MBC를 두고 언론이라고 칭하는 자체가 저는 부끄럽다고 생각한다" 등 MBC에 대한 폭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어느 기관을 (전용기 탑승 등 취재에) 참여시킬 것인지 결정할 권한은 대통령실에서 갖고 있다"며 "기자단은 자율적인 기구다. 기자단의 결정에 취재를 받는 기관이 구속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과방위원들은 결국 따로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통령이 듣기 싫은 소리 했다고 대통령 마음대로 특정 언론사를 배제하고 왕따시키고 그러면 못쓴다. 이런 게 치졸한 언론 탄압이고, 이러니까 불통 대통령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며 "대통령 전용기에서의 대통령 행위는 당연히 취재 대상이고 취재공간이다. 이 취재공간에 출입을 금지한 것은 명백한 보도 자유의 침해이고 헌법상 언론의 자유 침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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