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위험 보고서’ 삭제 의혹 용산서 정보과 소환조사…‘각시탈’도 조사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10일 오후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과 소속 정보관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특수본은 참사 사흘 전인 지난달 26일 핼러윈 기간 안전을 우려하는 내용의 정보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과 함께 근무한 동료 정보관들을 이날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은 이미 참고인 조사를 마쳐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수본은 참사 발생 이후 이 보고서를 사무실 PC에서 삭제하게 하고 이 과정에서 직원들을 회유·종용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증거인멸·업무상 과실치사상)로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과 계장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특수본은 해당 정보관이 보고서를 작성한 경위와 보고서 파일이 삭제되는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나 회유·강압 등이 있었는지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또 박성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보고서 삭제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보고서 작성자를 비롯한 정보관들의 조사하기로 했다.
박 부장은 용산서를 포함해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이 모인 메신저 대화방에서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정보보고서를 규정대로 삭제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이 같은 의혹과 관련해 박 부장을 수사의뢰했다. 특수본은 당사자들의 진술을 받은 뒤 박 부장의 입건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또 용산구청 직원들도 참고인으로 불러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조사한다.
박 구청장은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 예방대책 마련에 소홀하고 참사에 부적절하게 대처했다는 혐의 등으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특수본은 서울종합방재센터 소속 직원들도 소환해 참사와 관련한 소방당국의 대처가 적절했는지 전반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아울러 참사 당일 ‘각시탈’을 쓴 두 명이 길에 아보카도 오일을 뿌려 사람들이 쉽게 미끄러지도록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당사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각시탈’ 당사자라고 밝힌 네티즌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 해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으나, 점점 더 도가 지나치는 것 같다. 악의적으로 계속해서 왜곡된 정보를 퍼트리는 이들에게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면서 의혹에 대해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특수본은 해밀톤호텔 등을 압수수색해 대표이사 A씨 등의 휴대전화 5점과 건축물 설계도면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A씨는 호텔 주변에 철제 가벽 등 불법 구조물을 세우고 도로를 허가 없이 점용한 혐의(건축법·도로법 위반)로 전날 입건됐다.
해밀톤호텔은 2013년 불법 증축으로 적발되고도 5억원이 넘는 이행강제금만 납부하며 철거를 미뤘다. 경찰은 불법 건축물이 인명피해를 키우는데 얼마나 작용했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수본은 용산구청이 해밀톤호텔의 건축법 위반 혐의 고발장을 용산경찰서에 낸 것을 병합 수사할지 여부에는 “아직 병합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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