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제 2채안펀드’ 가동 본격화…당국도 추가 지원 검토

ABCP 매입 프로그램 통해 중소형사 대상 수요 조사 시작
세부사항 추가 논의 중…이르면 이달 말 1차 투입 전망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뉴시스

부동산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시장을 안정을 위한 제 2의 채권안정펀드(채안펀드)가 본격 가동되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의 자금난 해소가 얼마나 기여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가 업권의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자체적으로 나선 가운데 금융당국도 ABCP 시장 안정을 위한 후속 지원 대책도 검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9개 대형 증권사가 참여하는 ‘증권사 ABCP 매입 프로그램’ 본격 가동을 위해 중소형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최근 레고랜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ABCP 이슈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형사들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를 조성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미래에셋증권을 비롯,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메리츠증권·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 등 9개 증권사가 참여한다.

이들은 각각 500억원씩 총 4500억원을 출자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이 법인을 통해 신청한 중소형사들의 PF ABCP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금리와 신청 마감일, 매입시기 등에 대한 세부사항들은 좀 더 논의가 필요한 상황으로 신용등급 A2 이하인 중소형 증권사가 부동산 PF ABCP 차환 발행 물량에 대한 자금 지원을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이르면 이달 넷째주부터 본격 투입할 예정이다.

현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형사들의 기업금융(IB) 담당 실무자들이 SPC를 통해 매입할 PF ABCP의 기준 등을 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형 증권사 중 자금 집행 대표주관사 3곳에 대한 선정을 위한 논의도 함께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부동산 PF ABCP 차환 만기를 앞둔 물량은 저축은행권을 포함해 약 29조원 규모로 이 중 차환 발행이 막힌 A2 등급 물량으로 인한 신용경색이 어느정도나마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단 프로그램을 통해 1차로 자금이 투입되면 이후 시장 상황을 지켜 보면서 2차 자금 집행 시기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여곡절 끝에 펀드를 조성해 자금 시장 안정화를 위한 첫 발을 뗐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며 “다만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1차 자금 투입 이후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지원 확대와 함께 금융당국의 추가 지원 대책 검토도 이뤄지고 있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미 10조원 규모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난달 27일부터 약 2조원을 증권사 CP 매입에 투입했다.

금융위원회도 전날 시중은행장과 간담회를 개최해 시장안정과 제2금융권 신용유지에 최대한 협조할 것을 당부했고 이와 별도로 상대적으로 유동성 공급이 어려운 ABCP 시장 상황을 고려한 추가 대책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융당국이 매주 진행하는 자금시장 점검회의에서 증권사들의 ABCP 매입 프로그램과 함께 단기 자금 시장의 경색을 풀기 위한 지원책 확대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