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 10兆 육박…'돈줄' 마른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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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기업들이 은행에서 받은 대출이 9조3000억원을 넘으면서 10월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레고랜드발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자 대기업들이 비상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으로 대거 몰린 결과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전달에 비해 9조3000억원 불어난 216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은행 대기업대출이 급증한 것은 최근 급격히 경색된 회사채 시장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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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 위축
대기업 대출 증가폭 중소기업 넘어서
SK그룹 첫 장기CP 발행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지난달 대기업들이 은행에서 받은 대출이 9조3000억원을 넘으면서 10월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레고랜드발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자 대기업들이 비상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으로 대거 몰린 결과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전달에 비해 9조3000억원 불어난 216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0월 기준 관련 통계치가 작성된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10월 기준 이전 최대치는 2015년 3조1000억원이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은 4조4000억원이 늘었다. 은행의 대기업 대출 증가폭 규모가 중소기업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 초기였던 2020년3월 이후 지난달이 처음이었다.
지난달 은행 대기업대출이 급증한 것은 최근 급격히 경색된 회사채 시장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운전자금 수요가 지속되고 있지만 자금경색 상황이 쉽게 풀리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은행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이다. 금리가 치솟으면서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예비적 자금 수요도 늘고 있다.
회사채는 투자심리 위축으로 발행 부진이 이어지면서 3조2000억원 순상환됐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치 작성을 시작한 2001년 1월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다만 기업어음(CP)·단기사채의 경우 한 달 새 4000억원 순상환에서 3조1000억원 순발행으로 전환했다.
회사채 수요 위축으로 대기업들도 CP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SK그룹은 이날 2000억원 규모의 첫 장기 CP 발행에 나선다. 3년물과 5년물 CP 금리는 각 연 5.629%, 5.745%다. 신용등급 AA+인 기업이 장기 CP 발행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는 "그간 단기 CP 발행과 회사채 발행을 주로 했지만 자본시장이 경색돼 있고, 장기적으로 악화할 우려가 있어 자금 조달 다각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장기 CP를 발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A1 기준 CP 91일물 금리는 전일 연 5.02%에 마감했다. CP 금리가 연 5.0%를 넘어선 건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지난 2009년 1월14일(5.17%) 이후 13년10개월 만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고 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CP 금리가 치솟고 있다"면서 "긴축 기조가 이어지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런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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