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간선거]2년 뒤 대선은…바이든 "내년초 결정" vs 트럼프 "15일 발표 그대로"

뉴욕=조슬기나 2022. 11. 1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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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미국 11·8 중간선거는 당장 의회 권력구도뿐 아니라, 불과 2년 뒤로 다가온 2024년 대통령 선거 판세까지도 뒤흔드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리턴 매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재선 성공을 발판 삼아 공화당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가 급부상하고 있다. 민주당의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도 대선 야망을 드러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간선거 다음날인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재선 도전 여부에 대해 "모두가 재출마를 바라지만 우리는 일단 논의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 발표를 언제 하든 자신은 재선 도전 결정을 서두를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면서 "아마 내년 초 그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경제심판론’으로 위기에 몰렸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에 빼앗길 것이라는 당초 예측과 달리 ‘레드웨이브(Red Wave·공화당 압승)’가 확인되지 않으며 일단 조기 레임덕 위기에서 벗어난 상태다.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일각에서 부각됐던 바이든 재선 불가론도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고 접전지 중 한 곳인 펜실베이니아 상원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것은 상징성이 크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현지언론들은 "레드웨이브는 없었다", "40년 만의 최고 수준인 인플레이션, 인기없는 대통령 등 모든 요건이 민주당에게 불리했지만, 공화당은 물결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미 유권자들이 정권 심판 성격이 짙은 이번 선거에서 일단 야당인 공화당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힘을 완전히 실어주지 않은 것이다. 이는 낙태, 민주주의 이슈 등과 관련해선 공화당에도 함께 경고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막판에 지원 유세를 통해 노골적인 백악관 재입성 의사를 밝힌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가 '반(反) 트럼프' 민주당 지지층을 자극했다는 분석도 쏟아진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중간선거의 레드웨이브를 기반으로 오는 15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자 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기대 이하의 성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공화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정권심판론의 환경 속에서도 압승을 거두지 못한 데 대해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15일 대선 출마 선언 일정이 변경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우린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며 "왜 바꿔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도 "어떤 측면에서 좀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내 개인적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매우 큰 승리"라고 자평했다. 이는 자신을 향한 책임론에 선을 긋는 한편, 본인 덕분에 선방한 것이라는 여론을 쌓음으로써 대선 출마 명분을 더하기 위한 발언들로 해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스뉴스에 앞서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소리 지르며 분노했다는 CNN의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도 언급했다.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대권 잠룡’들의 부상도 확인되고 있다. 공화당 내에서는 당장 ‘트럼프 대안 1순위’로 디샌티스 주지사가 거론된다. 그는 전날 두 자릿수 득표율 차로 일찌감치 재선을 확정하며 자신의 명성을 공고히 했다. 공식적으로 대권 도전 의사를 시사한 바 없음에도, 공화당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헤지펀드 시타델의 켄 그리핀 최고경영자(CEO) 등이 공개 지지를 선언하는 등 빠르게 지지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보수 성향의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지배하는 언론매체들 역시 차기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디샌티스 주지사를 밀겠다는 의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상태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중간선거 직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디샌티스(DeSantis) 주지사를 "론 디생크터모니어스(De Sanctimonious, 신성한체 하는 론)"라고 비꼬고, "그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그는 아주 심하게 다칠 수 있다"며 노골적으로 경계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디샌티스 주지사 중 차기 대선에서 누가 더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둘이 다투는 것을 지켜보는 게 재미있을 것"이라며 웃어 넘기기도 했다.

민주당에서는 재선에 성공한 ‘미국 최고 갑부 공직자’ 프리츠커 주지사의 행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전날 공개된 프리츠커 주지사의 당선 연설에는 "수년 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트럼프 우군들을 상대할 준비가 됐다"는 표현이 담겨 프리츠커 대권 도전설에 힘을 싣고 있다. 경쟁했던 주지사 후보는 전혀 언급되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과 트럼프측 대선 캠페인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는 각각 2차례 언급됐다. 이에 대해 시카고 트리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 주 2024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보이고 민주당 내부에서 바이든 대통령 재선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 연설이 전국적 청중을 겨냥한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해석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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