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도 '돌봄노동자조례'가 필요하다"

이수호 2022. 11. 1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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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돌봄노동자조례제정 촉구 기자회견 열려... "앞으로 3주 동안 연속해서 진행할 예정"

[이수호 기자]

 
 돌봄노동자조례제정을 위한 돌봄노동자와 이용자들의 합동기자회견 개최
ⓒ 이수호
 
돌봄노동자인 아이돌보미와 장애인활동지원사 그리고 이용자인 부모와 장애인이 함께, 서울시돌봄노동자권리보장및처우개선에관한조례(아래 서울돌봄노동자조례) 제정을 위한 주민발의운동 호소에 나섰다.

서울돌봄노동자조례제정운동본부(진보당서울시당, 민주노총 서비스연맹)는 지난 9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에서부터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돌봄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서울시민의 힘으로 돌봄노동자조례를 제정하자"라고 호소했다.

"전북과 경남은 이미 유급화한 아이돌보미 보수교육, 서울은 아직도 무급"
 
 조례제정을 요구하면서 발언중인 공공연대노조 아이돌봄분과 이현숙 서울지부장
ⓒ 이수호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이현숙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아이돌봄분과 서울지부장은 "10년을 일하나 1년을 일하나 똑같은 최저생계비 임금에, 교통비는 물론이고, 밭일보다 힘들다는 아이보는 일을 하는데도 밥값이 없다"라며 돌봄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증언했다. 그는 이 지부장은 "심지어 1년에 한 번 필수로 하는 보수교육도 돈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돈 벌 시간을 빼서 교육받고 있다. 전북과 경남은 이미 유급화한 보수교육을 서울은 아직도 무급"이라고 했다. 돌봄노동자에 대한 서울시의 무책임을 강하게 성토했다.

또한 발언을 이어가며 "아이돌봄이들에게 보수교육비, 교통비, 식대, 장기근속수당등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일이 없으면 수입은 0원이기에, 기본근무시간 보장도 필요하다"라면서 "이를 위해 서울시 돌봄조례가 꼭 있어야 한다. 조례를 통해 아이돌보미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존중받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두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돌보미 이용자인 구로주민 송은주씨가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사회복지사 등 관련분야 종사자들의 보수교육은 필수교육이기에 당연히 유급인데, 아이돌보미 선생님들의 보수교육이 유급이 아니라는 것에 당최 이해할 수 없다"라며 "우리 아이를 돌봐주시는 선생님이 행복해야 우리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돌보미 이용자로서 아이돌보미를 비롯한 돌봄노동자의 처우개선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위해 서울시돌봄노동자 조례의 제정을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사는 돌봄, 그 의미를 넘어 생명 그 자체"
 
 장애인활동지원사로 8년째 일하고 있는 박동선님
ⓒ 이수호
 
"장애인활동지원사로 8년째 일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박동선씨는 이날 기자회견의 세 번째 발언자였다. 박동선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임금은 최저임금이다. 명절보너스도 제반수당도 전혀 없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이들은 활동하면서 실제로 들어가는 교통비를 제외하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임금 현실을 개탄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장애인활동지원사는 1년차나 10년차나 임금격차가 전혀 없다. 사람을 대면하는 일이기 때문에 경험과 그에 따른 숙련도가 중요하지만 경력 인정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라며 "우리 일(돌봄노동)은 사람의 생명까지 담보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지만, 우리의 처우는 이렇듯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저출생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수록 돌봄을 책임지는 공공의 역할이 더 높아져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네 번째 발언자로 장애인 당사자로서 장애인 푸른 아우성 대표이기도 한 노원구주민 조윤숙씨가 나섰다. 그는 "저의 삶은 약 15년전 장애인 활동 지원사가 있기 전과 후로 나뉘어진다. 혼자서는 밥도 먹을 수 없고 화장실도 갈 수 없는 중증 장애인으로 부모님 도움 없이는 한순간도 살 수 없는 장애를 가진 저는 부모님이 잠시라도 곁에 안계시면 매일 순간순간이 불안하고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하는 공포를 느끼며 살아왔다"라고 운을 뗐다.

조 대표는 "그런데 활동 지원사가 생긴 이후로 저의 삶이 바뀌었다 먹는 것과 화장실 가는 것은 물론이고 외출이 자유로워짐으로써 친구도 생기고 사회의 한 사람으로서 역할을 하게 됐다. 삶의 의미와 가치를 느끼게 됐다"라며 "또한 위험한 순간 혼자 대처할 수 없을 경우에도 활동지원사가 있어 든든하다. 장애인에게 활동 지원사는 돌봄 그 의미를 넘어 생명 그 자체"라고 장애인활동지원제도에 대한 중요성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생명과도 같은 활동 지원사인데, 현재 활동지원사의 지위는 자원봉사도, 간병인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 있다"면서 "활동지원사가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장애인도 양질의 서비스를 받으려면 이에 상응하는 교육, 호봉 등의 처우개선 그리고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돌봄노동자조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기도도, 인천시도 있는데, 서울은 없어
돌봄노동자와 서울시민이 직접 제정에 나선 '서울돌봄노동자조례'

 
 서울시돌봄노동자조례제정을 호소하고 있는 진보당 서울시당 오인환 위원장
ⓒ 이수호
 
마지막 발언자는 현재 서울돌봄노동자조례제정운동본부 공동대표이자 대표발의자로 주민발의운동을 이끌고 있는 오인환 진보당 서울시당 위원장이었다.

"앞선 발언자들의 말씀처럼 돌봄 노동의 가치가 땅에 떨어져 있다. 이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의 역할이 중요하고, 이미 인천시나 경기도, 경상남도 등이 광역시도 차원으로 돌봄노동자 조례가 만들어졌다. 또한 경기도 안성시, 광명시, 인천시 강화, 부산북구, 서구등 전국의 많은 기초단체들이 처우개선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수도 서울은 아직 그러하지가 않다."

오인환 위원장은 "서울시장과 서울시의원이 알아서 만들지 않기에, 돌봄노동자와 서울시민이 직접 만들자는 것"이라면서 "2만5000여 명의 서울시민 서명이 모이면 조례가 발의된다. 2만5000명이 아니라 더 많은 시민의 힘이 모일 때 조례 제정은 물론이고 이에 응당한 예산확보도 가능 할 것"이라고 동참을 호소했다.

서울돌봄노동자조례의 주된 내용은 돌봄에 대한 서울시의 공적 책임을 분명히 하고, 처우개선수당등으로 돌봄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내용 및 시시각각 벌어지고 있는 돌봄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당국과 즉각적으로 소통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처우개선 위원회 설치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서울돌봄노동자조례운동본부의 설명에 따르면, 오인환(진보당 서울시당위원장), 노우정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돌봄서비스노조 위원장)의 대표발의로 9월 15일부터 시작된 이번 돌봄노동자조례의 주민발의운동은, 서울시 거주자로서 선거권을 가진 2만5천여명의 주민서명이 6개월내 모일 때 발의가 성사된다. 또한 주민서명의 참여는 오프라인 서명은 물론이고,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주민e직접'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서명(https://www.juminegov.go.kr)으로도 가능하다.
 
 '주민 e 직접' 사이트를 통해 '서울시 돌봄 노동자 조례서명' 이 진행중이다
ⓒ 이수호
 
서울돌봄노동자조례운동본부는 추가 설명을 통해 "11월 9일 아이돌보미와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11월 16일 지역아동센터 및 키움아동센터의 종사자, 그리고 11월 23일 요양보호사까지, 열악한 처우를 참지 못하는 서울돌봄노동자들이 조례제정을 호소하는 릴레이기자회견을 예정하고 있다"라고 향후 계획을 알렸다. 또한 "주민의 직접참여를 더욱 보장하기 위해 2021년 제정된 주민발안법의 시행 이후, 서울시에서는 최초로 진행되는 조례제정발의운동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라고 서울 시민과 돌봄노동자들의 참여와 관심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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