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하루 만에 FTX인수 철회…코인시세 줄줄이 폭락
세계 최대의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9일(현지시간)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경쟁업체 FTX를 인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바이낸스의 인수 번복은 FTX와 투자의향서(LOI)에 합의한 뒤 불과 하루 만에 나왔다. 가상화폐 시장에서 유동성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코인 가격이 잇따라 폭락했다.
바이낸스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인수 계약 진행 중단을 발표했다. 바이낸스는 FTX에 대한 기업 실사 결과, 미국 규제 당국이 FTX의 고객 자금 관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보도 내용 등을 참고해 인수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은 바이낸스가 FTX를 인수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1만6000달러 선마저 무너지면서 2020년 11월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은 미국 서부 시간 기준 오후 2시45분 기준 24시간 전과 비교해 13.77% 하락한 1만5980달러를 기록했다. 비트코인은 전날에도 10% 넘게 폭락했다.
시총 2위 이더리움도 15% 가까이 급락해 1200달러가 무너졌다.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 FTX가 발행하는 코인 FTT는 전날 80% 폭락한 데 이어 이날도 40% 넘게 추락했다. FTX가 거래를 지원해온 솔라나도 43% 폭락했다.
바이낸스는 FTX에 대한 기업 실사 결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규제 당국이 FTX의 고객 자금 관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보도 내용 등을 참고해 인수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FTX 부채에서 자산을 뺀 규모를 최대 60억 달러(8조2000억여원)로 추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바이낸스는 전날 코인 시장 패닉 확산을 막기 위해 FTX와 투자의향서를 체결했으나 FTX를 인수할 경우 유동성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관계 회사의 재정 부실 우려 때문에 유동성 경색에 봉착한 FTX는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바이낸스가 등을 돌림에 따라 파산설에 다시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FTX는 고객들이 자금 인출을 요구하는 ‘뱅크런’에 직면하면서 최대 80억 달러(약 11조원) 유동성 부족에 처했고 긴급 자금을 수혈해줄 곳을 찾고 있다.
앞서 FTX에서는 최근 72시간 동안 무려 60억 달러(8조2000억여원)의 자금이 빠져나갔고, 비트코인 인출 규모는 나흘 동안 4억3000만 달러(5800억여원)어치에 달했다. 바이낸스는 성명에서 “처음에는 FTX 고객에게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희망했지만, 이제 (유동성) 문제는 우리가 통제하거나 도울 수 있는 능력 범위를 벗어났다”고 말했다.
바이낸스가 FTX 인수를 철회하자 시장에서는 공포감이 확산했다. 파생금융상품 업체 마렉스솔루션의 디지털자산 책임자 일란 솔랏은 “시장은 이제 완전한 공포 상황에 놓였다”며 가상화폐의 추가 연쇄 매도 가능성을 우려했다. 가상화폐 전문 뉴스레터를 발간하는 노엘 애치슨은 “비트코인이 다른 코인보다 더 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가상화폐 산업 전반의 신뢰에 타격이 가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FTX 사태가 더 악화하면 지난 5월 코인 시장 붕괴를 초래한 테라·루나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당시 권도형 대표의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테라USD와 루나는 거래 알고리즘에 문제가 생기면서 가격이 동반 폭락하는 ‘죽음의 소용돌이’ 현상으로 휴짓조각이 됐다.
이 사태는 이후 싱가포르의 가상화폐 헤지펀드 스리애로즈캐피털과 미국의 코인 대부업체 보이저 디지털과 셀시어스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졌다. 무디스의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및 디지털자산 매니저 페이비언 애스틱은 “가상화폐 시장 플레이어들이 뉴스와 루머에 더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금융시장보다 훨씬 더 빨리 유동성 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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