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회장 문책경고…"과한 징계" vs "연임 회의론"

금융위, 손 회장에게 라임펀드 책임 중징계
이사들 설득해 효력정지·징계취소 소송해야
정부기관인 금융위에 맞서는 건 부담 요인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라임사태 책임으로 중징계를 받자 금융권에서는 연임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두 개의 문책경고를 털어내야 하는데다, 파생결합펀드(DLF) 때와 사안이 다르고 법정에서 정부와 다퉈야 해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일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회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내렸다. 5단계로 구분된 금융사 임원제재 중에서 3번째로 높다. 문책경고부터는 금융사 취업이 3~5년간 제한돼 원칙상 연임이 불가능하다. 손 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라임펀드 사태는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수익률을 부정하게 관리한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펀드주식이 폭락하고 환매가 중단된 사건이다. 피해액은 약 1조6000억원에 이른다.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이 법적 소송에 돌입할 거라는 추측이 나온다. DLF 사태 때도 문책경고를 받았지만 1·2심 법정에서 부당한 징계결정이었다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해당 사안은 대법원의 최종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손 회장이 라임사태 징계에 불복하면 DLF 때처럼 가처분 소송으로 징계효력을 일시 정지한 뒤 징계취소소송에 나서야 한다. 내부에서는 금융당국이 "또 과한 징계를 했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손 회장의 연임도전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두 번의 문책경고를 받은 만큼 대·내외적 이미지와 최고경영자의 임기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이사들이 또 소송하자는 주장에 선뜻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연이은 징계와 소송으로 그룹에 피로감이 있는 건 사실이라 이전보다 반대 여론이 클 것"이라고 귀띔했다.

연임 도전 곳곳에 암초…새 사외이사 의중도 변수

2019년 손 회장이 DLF 사태 책임으로 중징계를 통보받았을 당시에도 임추위에서는 장고가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장동우 임추위원장은 ‘고객피해 최소화’와 ‘진정성 있는 대처’를 이유로 손 회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후보로 단독추천하면서도 "고객배상과 제재심이 남아 있어 부담스러운 면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를 상대로 소송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DLF 때는 금감원에서 전결로 내린 결정이지만 라임 징계는 금융위에서 의결됐다. 같은 금융당국이지만 금융위는 정부기관에 속한다. 한 관계자는 "금융사는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분위기에 잘 맞춰가야 한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 그룹이 (정부와) 소송에 휘말리는 게 썩 좋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문책경고지만 DLF와 라임펀드는 사안과 책임의 경중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DLF 징계는 불완전 판매과정에서 드러난 우리은행의 설명의무 위반이 핵심이다. 행위자도 본점 부서장으로 손 회장의 징계사유는 ‘내부통제 마련의무 위반’이다.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 마련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는 논란이다. 반면 라임펀드 사태는 불완전 판매이긴 하지만 ‘부당권유 금지조항 위반’이 주요사안이다. 행위자가 본점 부행장급이기에 금융당국은 당시 행장이던 손 회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과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임직원 조치를 할 때는 감독책임이 있는 임직원을 함께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수는 우리금융 민영화로 올 초 그룹에 새롭게 추가된 사외이사들의 의중이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전체 이사 9명 중 장동우 이사를 위원장으로 한 7명의 사외이사 전원이 포함된 체제다. 신요환 사외이사는 예금보험공사 보유지분 4%를 넘겨받아 과점주주가 된 유진프라이빗에쿼티(유진PE)가, 윤인섭 사외이사는 기존 주주였던 푸본생명이 추천했다.

우리금융 측은 전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향후 대응방안과 관련해 현재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관련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