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준·진선규가 고객, 이런 인간적인 드라마라니
[이정희 기자]
tvN 월화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는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는 프랑스 원작 드라마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원작 제목도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다).
프랑스 시청률 1위 작품으로 시즌 4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작품은 매회 실제 유명 배우인 줄리엣 비노쉬, 모니카 벨루치 등이 극 중 배우로 등장하여 화제가 됐다. 이 작품을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백승룡 피디와 <회사 가기 싫어>의 박소영 작가가 함께 리메이크 했다.
▲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
ⓒ tvn |
메쏘드 엔터를 이끌던 황태자의 발인 날, 그의 무덤 앞에서 그가 일찍이 눈도장을 찍었던 배우 진선규가 추모사를 한다. 여전히 대표를 '형'이라 부르며 눈물짓는 진선규, 그런 그에게 배우 이희준이 "분위기 이렇게 만들고 어쩔 거야"라며 일갈한다. 그러자 진선규는 고인이 즐겨부르던 노래로 추도사를 마무리하겠다며 노래를 시작한다.
마이크를 들고 눈물 머금은 목소리로 진심을 다하는 진선규. 그런데 진선규의 노래 한 소절이 끝나자 이희준이 나선다. 진선규가 들고 있던 마이크를 뺏으려 하고, 진선규는 뺏기지 않으려 하고, 이런 식으로 두 사람이 마이크를 뺏고 뺏기며 노래를 이어간다. 결국 클라이맥스에서 절묘한 이중창의 화음을 만들어 낸다. 그러다 부둥켜 안는 두 사람, 배우로 데뷔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 사이에 켜켜이 쌓였던 애증이 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이다.
▲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
ⓒ tvn |
드라마는 엔터업계 1세대 매니저인 황태자가 이끄는 메쏘드 엔터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을 직장으로 삼은 연예인 매니저들과 그들의 생업 전선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해프닝이 주된 내용이다.
프랑스 원작에서도 그랬듯이, 첫 화 우아한 한복 차림의 조여정이 그녀의 이름 그대로 김중돈 매니저(서현우 분)의 '고객'으로 등장한다. 여정과 작품을 하기로 했던 '타란티노 감독'은 그녀의 캐스팅을 취소하려 한다. 20대 회상신을 그녀가 소화하기 힘들겠다는 게 이유다. 이 소식을 전달받은 김중돈, 배우와의 신뢰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지만 차마 그녀에게 나이가 많아서 캐스팅에서 '물 먹었다'는 이야기를 전하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어디 극에서 뿐이랴. 조여정이란 배우가 현실에서 가질 법한 핸디캡을 그대로 극중 캐릭터로 이입한 1화를 보며 극중 매니저 김중돈의 마음에 이입되고 만다. 중돈이를 찾아다니는 여정, 그런 여정에게 차마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도망다니는 중돈이다. 그런 가운데 눈치없는 신참 소현주(주현영 분)로부터 사실을 알게 된 여정은 중돈을 찾아내 자신을 믿지 않는 중돈과 함께 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수습에 나선 마태오(이서진 분)는 타란티노 감독의 서울 로케에서의 편의를 봐주는 조건으로 여정의 캐스팅을 살려낸다. 그리고 여정에게도 20대의 캐릭터를 위해 시술을 강권한다. 캐릭터를 위해 시술을 하려는 여정과 그런 여정이 안쓰러운 중돈의 동행, 결국 드라마는 두 사람의 신뢰와 의리의 아름다운 하모니로 결말을 맺는다.
여전히 스타인 조여정이 목제 말에 올라타서 말타기를 배운다는 웃픈 현장, 그리고 선글라스를 쓰고 성형외과 대기실에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에서 배우의 현실과 극중 캐릭터가 교차하며 날 것과 가공의 경계선의 묘미를 경험하게 한다. 이게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의 묘미가 아닐까.
스타, 그리고 고군분투하는 매니저들
프랑스에서 시청률 1위를 했던 원작답게 스토리가 탄탄하다. 하지만 그런 스토리에 날개를 달아준 건 조여정, 이희준, 진선규의 열연이다. 그리고 그 못지 않은 제 몸에 맞는 옷을 입은 이서진, 곽선영, 서현우의 발군의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모처럼 진솔한 인간의 모습을 담은 드라마다. 그래서 궁금해 진다. 다음엔 또 누가 나올까? 또 어떤 배우의 진솔한 모습과 캐릭터의 이중주가 흥미롭게 펼쳐질까. 다음 회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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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5252-jh.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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