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 교수의 연극이야기]무대로 돌아온 구순의 김우옥 연출가 <겹괴기담>
구순(九旬)의 연출가, 무대는 현재
구순을 바라보는 김우옥 연출이 ‘늘푸른연극제’ 제7회 개막작으로 돌아왔다. <겹괴괴담>(마이클 커비 작, 김우옥 연출)은 마치 착시현상을 주는 구조주의 연극이다. 스토리는 약화되고구조에서 파생되는 현상들과 특징(음성, 공간, 이미지, 파편적인 장면, 소리, 공간, 오브제) 들만 인식하게 된다. 두 가지의 공포스러운(기담)이 연속적으로 겹을 이루며 진행되는 이야기로 흥미로운 연극적인 체험을 하게 된다. <겹괴기담>은 착시현상을 주는 듯한 효과를 내고 퍼즐게임 방식으로 구조를 인지하는 사유의 방식을 취하는 이 작품은 70년대 중반 뉴욕에서 초연됐다. 마이클 커비(Michael Kirby 1931~1997)의 구조주의 연출적 실험들이 언어와 스토리에 익숙한 관객들한테는 난해한 연극으로 인식되었다 무대 전경이 분리된 객석 사이로 마주 볼 수 없는 공간의 면으로 스크린처럼 투사되는 괴담(怪談)이 영화적 몽타주처럼 비연속적인 패턴으로 중첩해 보는 구조는 충격적인 실험들로 다가왔을 것이다.
마이클 커비의 실험 극단과 뉴욕의 실험극 전성시대를 몸으로 체득하고 국내로 돌아온 40대의 연출은 뜨거웠다. 당시 한국연극도 70년대부터 불기 시작한 소극장 운동의 활성화와 부조리 연극의 수용 등 실험적인 작품들이 80년대로 이어지며 공연되고 있던 시기였다. <겹괴기담>이 국내 무대 초연공연(1982, 동랑레파토리, 문화예술소극장, 현 아르코) 에서는 충격과 황당함, 구조주의는 낯선 연극의 이질적인 형태로 받아들였다. 사실주의 연극에 몰입된 한국연극의 시대적 시공간에서 구조주의 연극의 열쇠를 풀 수 없는 낯선 장치들은 익숙한 연출적 장면과 무대들이 아니었다. 비연속성의 이미지와 소리, 공간 배치와 구조, 망사막의 무대 사이를 순환(循環)하며 변화되는 파편적인 구조와 그로테스크한 등장인물의 캐릭터, 움직임, 극대화된 토막 난 극적 행동들은 친절한 서사 중심 연극에서 구조주의 연극이라는 난해한 풍경이었다. 이 시절 이 작품을 친절하게 해석한 평론의 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후 이 작품은 이듬해 재공연을 거쳐 밀레니엄 시대(2000년도)에 퇴임 기념공연(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으로 공식적인 공연으로 올린다. 18년 만에 재공연된 작품은 월간 한국연극 (2000년 3월호) 좌담에서 아주 흥미로운 평가들이 있었다. “90년대 이후에는 내용보다는 형식이나 구조에 관한 희곡이나 연극을 하와서 그런지 구조를 인식한다는 게 훨씬 자연스럽고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김방옥 평론은 언급하고 “영상에 젖어있는 십대 관객들은 애써 가르쳐주지 않아도 너무 쉽게, 아주 재밌게 보더군요. 십대의 특성상 몰입극을 좋아하지 않아서일까요”라고 김윤철 평론이 대답한다.
이 작품은 20년의 세월을 뛰어넘고 초연 무대로부터 시간은 40년이 흘렀다. 언어와 텍스트를 해체하고 다양한 형식과 구조의 구현과 재현의 방식으로 연극의 장르들이 혼종(混種)되어 공연되고 있는 동시대 연극 환경의 틈으로 <겹괴기담>은 구조주의 형식을 밀쳐내고 새로운 방식으로 읽힌다. 이유가 있다. 인터넷과 SNS, 유튜브와 1인 미디어 시대에서 영상은 짤툰을 선호하며 10분 이내 웹드라마에 적응된 시대이다. 웹툰을 열광하고 이모티콘은 언어를 대체하고 있고 기담(奇談)보다는 괴담(怪談)이 현실이 되는 시대이다. 국내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한남동 고급빌라 초입에 세워진 ‘더줌아트센터’에서 노장 연출가의 대표작 <겹괴기담> 이야기는 시작된다.
겹괴기담의 구조와 형식
무대 중앙으로는 6m×6m의 커다란 상자 모양은 6개의 망사막으로 되어 있고 그 안으로 연결된 1∼2미터 간격으로 들어서 있는 다섯 개 공간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통로는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두 이야기는 분리되고 연결되는 구조다. 연극이 진행되면 망사막으로 둘러싸인 무대로 한쪽 관객은 반대편 관객들을 볼 수 없다. 내 앞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멀어지고 반대편 이야기가 가까워지는 형식으로 순환구조를 이루며 진행된다. 이러한 구조들이 연속성과 비연속적 장면으로 교차 이루어진다. 시·공간구조가 분리된 것 같으면서도 마지막 두 이야기는 하나의 교차점을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좌우로 갈라져 아이들이 놀이기구 바이킹을 타고 VR( virtual reality) 헤드셋을 착용한 뒤 바이킹시대 해적들의 전쟁 세계사의 한 장면을 가상·증강현실로 경험하는 것처럼 말이다. 경험이 끝난 뒤 서로 다른 듯한 장면과 이미지들이 모여 구조에 배치된 기호는 생산적인 의미로 변화된다.
마이클 커비는 관객들이 스토리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을 경계하는데 <겹괴괴담> 두 이야기 배열 순서를 의도적으로 그림 퍼즐처럼 섞어 놓는다. 장면구조는 A, B로 배치하고 두 이야기 배열은 각 장면의 1~5(장면)까지 연결된다. 마지막 장면은 마치 주인공 여자 AB(6장)가 착시적으로 같아 보이는 현상이다. 마이클 커비의 <겹괴기담> 텍스트는 두 이야기가 교직(交織)되어 파편적으로 흘러간다. A, B의 이야기를 교차적으로 배열함으로써 스토리에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것 같은데, 각 장면의 텍스트를 독립해 연결하면 의외로 단순하다. <겹괴기담>은 동일구조에서 이루어지는 현상을 바라보면서 인간은 갇혀 있는 구조와 형식체계를 벗어날 수 없는 존재로 인식되고 구조의 체계의 반복적인 현상만을 인식해 사유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마이클커비는 이러한 질문을 70년대에 연극적인 형식으로 획기적인 실험을 시도하고 있는 작품이 3부작 <혁명의 춤>, <내·물·빛>,< 겹괴기담>이다. 당시 연출, 작의 천재적인 감각으로 표현되었고 시대를 앞서 있는 작품은 논란도 있었을 것이다. 겹괴기담은 오리려 80년대 후반, 혁명의 춤과 내·물·빛은 현재 공연되었으면 어땠을까.
작품이 특별한 것은 연극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구조성을 망사막 사이로 두 이야기가 동시에 입체적으로 전달되는 미로처럼 보이는 구조와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사물, 형태, 이미지, 인물, 공간의 연계성에 있다. 이야기는 (조력자A/B 적대자A/B 주인공A/B) 두 팀이 3인 1조로의 극중 인물로 분한다. A, B가 독립된 이야기는 이렇다. 무대가 진행되면 루카스 킹의 디멘시아(lucas king dementia)가 흑백영화 음악처럼 전환 장면마다 연속적으로 흐른다. 괴기한 공포 소리가 음산한 분위기로 자극하고, 각 등장인물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특징적인 행동과 행위의 장면들이 교차적으로 정지되어진다. 그사이 괴기한 동물과 인간음성이 섞여 있는 소리, 파열 적인 언어와 분절된 대사, 괴기한 차량의 소음, 한 인간을 삼킬 듯 적막을 뚫고 섬뜩하게 짖어대는 개들의 소리가 청각을 타격한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적대자, 신발 한 짝이 매우 불편해 보이는 여자, 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떠날 것 같은 주인공, 방향을 지시하고 있는 조력자의 행동들이 몇 차례 정지화면처럼 비연속적으로 흐르는데 영화를 보다가 특정 장면을 정지시킨 것처럼 투사된다. 독립되어 분리되어 있는 정지 장면들은 전개될 A, B 이야기 어느 장면에서 발견되고 연속되는지 ‘그림퍼즐퀴즈’를 내는 것 같다.
이러한 무대는 정지된 장면들이 투사되는 프롤로그 사이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한 이야기에서는 빨간색 옷을 입고 구두를 신은 여자 주인공이 무거워 보이는 여행 가방을 들고 망사막 앞으로 보이는 무대로 등장한다. 여자는 인적이 드문 숲속 길가에서 빨간색 구두를 신고 한쪽으로 움직이는 행동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반대편 관객은 이 장면을 볼 수가 없는 구조다. 듣지도 말을 할 수 없는 조력자 A(김지영 분) 가 등장해 편지 한 통을 전달하고 대화를 나누는데 여자(주인공 역, 권슬아 분)는 차 고장으로 한적한 길가로 들어선 것을 알게 된다. 그 사이 여행 가방이 사라지고 조력자는 여자가 쉴 수 있는 집으로 안내한다. 마치 누군가(적대자)가 주인공(여자)을 죽음과 잔혹으로부터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차 고장은 돌발적 우연(偶然)이 아니라 적대자에 의해 무서운 일들이 작동되고 있음을 눈치 채게 되고 이어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나운 노파가 등장한다.
망사막 사이의 비연속성
첫 번째 이야기가 망사막 사이로 사라지고 두 번째 이야기로 진행되는데, 한 여자가 A와 동일한 빨간 옷을 착용한 여행자 복장으로 기차에서 내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산과 작은 가방을 메고 있고 여자를 비추는 무대는 번개와 천둥소리가 무대를 강타하고 한쪽 눈이 패인 조력자 B(김광덕 분)가 마중을 나온다. 여자(주인공 역, 이아라 분)는 음산한 요양원으로 향하는데 그곳에서 공격적이고 포악한 여의사 적대자 B(이윤표 분)를 만난다. 이렇게 이 두 이야기가 교차하며 비연속적으로 바라보는 무대 구조에서 진행되는데 관객은 두 이야기를 동시에 경험하게 되는 식이다. 마치 망사막 겹의 미로로 분리된 파편적인 스토리, 음성, 괴기한 소리가 균열과 파열음들로 시선과 오감을 분산시키면서도 분해(分解)되어 들어나는 장면들은 연속성과 비연속성의 시공간의 통로를 이동하면서 앞뒤 스토리는 다른 시간으로 연속된다. 극이 마지막 정점에서는 두 이야기는 한 겹으로 괴담 같은 기담이 되고 강렬한 이미지들과 현상만 기억하게 된다. 마치 한 사람이 요양원의 사건과 낯선 집의 일들을 꿈처럼 경험하는 것처럼 미로의 미궁으로 빠져드는 이야기가 비연속적으로 교차해 전개되는 것이다. 사건과 경험의 시공간은 다르면서도 한 여자가 경험한 이야기가 된다.
무대 중앙 앞뒤로 배치한 관객들 앞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와 반대 후면으로 진행하는 이야기는 ‘착시현상’의 마술을 일으키는 것 같아 보이면서도 내 앞으로 보이는 구조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과 반대편의 시간은 그 사이로 연속되어 흘러가고 분절된 파편화 된 장면들은 마지막 결말을 향하면서 하나의 고리를 형성하는 연속적인 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마치 착시현상의 마술을 보여주는 것처럼. 두 이야기 속에는 다르면서도 주인공이 겪는 동일한 패턴의 현상들이 보이는데 이것을 발견하는 게 흥미롭다. 우선 A, B 이야기의 주인공은 마치 동일한 장소와 이미지(길가, 가방, 옷, 방, 장갑, 이미지의 색감)들로 등장하거나 동일한 패턴 행동의 형태로 나타난다. 마치 이란성 쌍둥이처럼 같으면서도 다르다. 요양원과 숲속의 방은 비슷한 방의 구조에서 동일한 경험(뱀의 출몰, 꽃, 여자를 닮은 초상화 이야기)을 하게 된다.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른 여자(주인공)의 이야기처럼 들리면서도 여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려는 적대자의 행동들이 극의 몰입감을 형성한다.
구조의 공통점과 퍼즐식 착시현상
다르면서도 비슷한 공통점의 사건들과 여자 주인공의 위기가 일어난다. 주인공 여자 A는 다리를 다치고 B는 눈을 다치게 된다. 굉음의 폭우가 동일하게 두 저택의 공간을 강타해 같은 현상으로 반복된다. 두 번째는 방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동일한 경험들(초상화, 뱀)이고 집 주인 적대자 A는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여자를 향해 경고하고 요양원 적대자 B는 아래층으로 내려가지 말 것을 강압적으로 명령한다. A, B 적대자는 공통으로 전화를 받는다. 무대의 구조에서 여자는 적대자로부터 무서운 죽음과 위협을 당할 것 같은 분위기와 위기감이 감돌고 조력자는 여자(주인공)를 향해 집(방)을 떠나라고 알려주면서 적대자로부터 위기를 넘기게 된다. 이어 A, B 이야기가 겹치고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여자) A는 램프를, B는 촛대를 들고 숲속의 집과 요양원을 살피는 것으로 끝난다.
무대는 장면전환 사이로 루카스 킹의 음산한 음악이 흐르고 프롤로그와 동일한 주인공, 적대자, 조력자들의 분절된 소리, 시간이 정지된 특징적인 행동과 이미지, 동물과 인간의 괴기한 소리와 파열적인 음성, 괴기한 소음과 소리, 정지된 이미지들이 분절된 파노라마처럼 전달되고 구조의 미로로 이미지 퍼즐게임을 시작하려는 듯 한 분위기로 <겹괴기담>은 끝나게 된다. 이때쯤 관객은 스토리를 잊고 특정한 이미지, 구조, 공간, 사물 관계 속에서 생산된 특정한 현상과 사물(뱀, 초상화, 꽃, 가방, 꽃병, 전화, 휠체어, 램프, 촛대) 이미지(캐릭터들의 이미지, 방의 공간, 인물의 행동과 극대화된 제스츄어) 소리(각 장면 전환시 반복적인 루카스 킹의 디멘시아 멜로디, 괴기한 소리, 동물과 개들의 소리, 트럭과 차량 소음)들만 각인된다.
결국 인간의 지각(知覺)과 사유(思惟)의 체계는 그물 같은 구조의 연속성에서 탈피해 주체적으로 보이고 판단될 수 있는 현상(사건, 이야기, 이미지, 소리, 현상)들을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인지하고 지각해 주체적인 퍼즐로 완성되어지고 사유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사유의 자율성은 동일화된 집단적 구조(제도, 규칙, 질서)에서 탈피해 차이의 구조를 형성하고 변형된 질서에서 인식하고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동일한 구조에서 반복적인 차이의 현상을 인식하며 존재되는 것이다. 그 형식의 구조체계에서 사물과 현상도 의미가 변화된다. 프로프의 설화 이론 <민담형태론> 처럼 31가지의 상황들이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결국 이야기의 패턴은 비슷하거나 동일한 결말로 향하는 이야기로 구조화되는 것이다. 결국 동일화된 이야기를 걷어내면 인물들의 관계로 이루어지는 현상들과 형태, 이미지와 분위기, 사물, 특정 캐릭터, 소리만 남게 되고 이렇게 추출된 기호와 의미체계는 구조화된 무대에서 생산해 내는 것을 각자 방식으로 인지되고 인식된다.
40년의 시간의 간극
시간의 간극을 두고도 이번 <겹괴기담>의 전경들은 낮선 충격이 완화되어 있으면서도 구조주의 연극의 미로를 단정하게 전달되었다. 잔혹한 괴담이 현실이 되는 시대에 <겹괴기담>은 현실보다 더 강렬한 전류의 기담들이 아쉬우면서도 주인공, 조력자, 적대자들과 구조의 미로를 동행하며 착시현상처럼 전개되는 두 이야기에서 동일한 이미지, 소리, 형태, 구조들의 공통점을 연극적으로 찾아가는 과정은 몰입감을 주었다. 완성된 퍼즐을 마추고 구조를 빠져나오는 쾌감이라고 할까. 루카스 킹의 멜로디는 기담의 흑백시간 여행을 떠나는 묘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전류로 흘렀다. 특히 구조주의 연극을 이탈해 이번 연극이 중요한 점은, 40년 전 ‘겹괴기담’의 이야기를 들고 공간을 혁신적으로 360도 전복시켜 무대를 배치하고 있는 형식과 구조에 있다. 마이클 커비의 예술적 광기의 실험성과 구순을 바라보는 노장 김우옥 연출의 방식과 시도들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그만큼 설득력 있고 과감한 실험적인 한국연극의 풍경과 토양이 미진한 이유가 되면서도 연출의 형식과 도전이 반세기를 달려가면서도 현역 같은 원로 연출가로 남을 수 있는 생존방식은 80년대에 과감한 시도였다는 점과 구순에도 여전히 연극적인 감각을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겹괴기담>은 유통기한이 폐기된 상품(작품)이 아니라 의미를 보존하고 재해석으로 발전시켜야 할 작품이다. 연출가는 마이클 커비의 무대를 애착으로 지키려고 했고, 배우들은 노장 연출가의 마음을 무대로 지켰다. 구조주의 연극으로 통하는 이 작품에서 배우의 숙련된 연기술이 구조연극의 모양과 틀을 완성한다. 한 방향의 연기와 집중이 무너지면 장면의 전경과 동작을 연결할 수 없고 팀의 앙상블에 균열이 가면 두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극중 인물의 감정과 정서를 거세한 연기호흡은 시간의 틈과 등 퇴장의 반복성으로 연기의 온도를 조절하며 할 수 있는 연극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배우들은 첫 등장부터 극이 끝나는 시점까지 보이지 않는 망사막 사이의 무대에서 초긴장 상태로 활보하며 극도의 집중된 상태를 유지하려고 했을 것이다. 난해한 언어, 친절하지 않은 텍스트, 분절된 대사, 극대화된 움직임, 소리의 리듬과 연기 등 놀이의 비연속성 처럼 이루어지는 장면과 과장된 동작, 동일한 행동의 연기패턴들이 동일한 리듬들로 전달되고 보여져야구조의 퍼즐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정서와 논리적 분석을 통한 내면에 익숙한 배우들은 연습부터 구조의 미로를 푸는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구순을 바라보는 연출가는 마이클 커비의 무대를 지키려고 했고, 배우(전소현, 이윤표, 김지영, 김광덕, 권슬아, 이아라)들은 연출가의 마음을 무대로 지켰다. 특히 이번 제7회 늘푸른연극제에서 김우옥 연출의 <겹괴기담>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것은 기존 ‘늘푸른연극제’ 작품들과 결을 달리할 수 있는 기획적이면서 연극사적으로 의미가 큰 작품을 현재로 소환한 것은 의미가 있다. 앞으로 연출의 대표적인 3부작(혁명의 춤, 내물빛, 겹괴기담)과 1985년에 동랑레파토리 극단을 창단해 선보였던 별들 시리즈 5부작(방황하는 별들, 꿈꾸는 별들, 이름 없는 별들, 불타는 별들, 외로운 별) 이후 구순의 연출가가 바라보는 이 시대에 6부작으로 이어지는 별들 이야기도 공연되길. 특히 <겹괴기담>은 일본 관객한테 더 흥미롭게 전달될 것 같다.
| 이강선 대표와 늘푸른연극제는
연출가 스튜디오 반 이강선 대표가 이끌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종관)가 후원하는 ‘늘푸른연극제’(위원장 전무송)는 대한민국 대표 원로들이 참여하는 연극축제로 올해 7회째가 되면서 선정 방법과 무대가 성숙되고 안정되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6회에는 연극계의 대표적인 손숙, 기주봉, 유진규, 정욱 등을 비롯해 방태수와 충북 최초의 극단 시민극장의 원로 예술인들이 참여했다. 올해 ‘늘푸른 연극제’는 원로 작가, 배우, 연출가들이 선정되었다. 김우옥 연출의 <겹괴기담>을 출발로 배우 박승태 선생은 <겨울 배롱나무 꽃 피는 날> (안중익 원작, 극작 안중익, 태기수, 연출 최용훈)을 작가 이강백 선생은 1995년에 초연된 대표작 <영월행 일기> (김성노 연출)를 공연한다. 배우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현 선생은 <꽃을 받아줘> (작 최병화, 연출 정현)로 3개 작품을 내년 1월 10일부터 2월12일 까지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진행된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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