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성차별에 주목하는 정부 부처는 여전히 필요하죠"

손솔 2022. 11. 1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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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고, 현재도 그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정부 부처도 잘못한 게 많은데 그럼 그 부처들도 다 폐지시켜야 하는 건가 하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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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폐지에 반대하는 서대문 주민의 목소리 3] "누구도 배제 받지 않는 세상 위해 노력해야"

[손솔 기자]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고, 현재도 그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반대하는 서울 서대문구 주민들이 모여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하는 서대문구 사람들'을 꾸리고 서명운동을 진행했습니다. 서명운동에 참여한 이유, 대통령 선거 당시 쏟아진 발언들에 대한 의견 등을 자세히 듣고자 10여 명의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를 기사로 소개합니다. - 기자 말

-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대학을 오면서 서대문구에서 거주하게 되었고요. 대현동에 거주하면서 직장을 다니고 있어요. H(별명)라고 해요.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 서명을 보고 처음엔 여성가족부 폐지 입장인 줄 알고 '저렇게 서명까지 받고 있나' 하면서 지나갔는데 돌아와서 보니까 아닌 거예요. (웃음) 그래서 서명을 했어요. 인터뷰도 하신다고 해서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 같은 사람도 함께한다는 걸 전하고 싶고 한 문장이라도 보태고 싶어 참여하게 됐습니다."

- 서명에 참여하신 이유를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여성가족부가 실제로 폐지되냐 아니냐 개편하냐 이런 논의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런 맥락이 아니었잖아요. 정치를 하시는 분들께서 그 논의를 너무나 혐오적으로 사용했던 거고. 여성혐오를 젠더 갈등이라고 바꿔서 표현하는 것도 문제라고 보거든요. 여성 남성이 서로 혐오해 이런 게 아닌 건데. 여성가족부의 존재 자체를 걸고넘어지면서 '여가부가 젠더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이렇게 몰아가는 것 자체에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이걸 정치적으로 너무 악용하고 여성혐오 자체를 덮으려고 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 표현이었어요. 

여성가족부 자체가 항상 무결하고 모든 걸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부처의 존재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순 없는 거죠. 다른 정부 부처도 잘못한 게 많은데 그럼 그 부처들도 다 폐지시켜야 하는 건가 하면 아니잖아요. 결국 여성 혐오 지우기의 일환이라고 느껴졌어요."

-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를 페이스북에 게시했던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딱 그 일곱 글자만 올라왔을 때까지만 해도 이게 정말로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그저 황당하다 그런 느낌이었어요."

- '구조적 성차별은 없고 차별은 개인적 문제다'는 발언에 대해서는요? 

"해결되지 않은 것을 마치 해결됐다고 하면서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제가 더 두려웠던 건 성차별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저 문장을 보고 아무런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겠구나 하는 거였어요. 지금은 구조적 성차별이 해결됐다고 한 명이라도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게 그 말이 가진 파급력이겠죠. 그게 많이 두려웠어요. 

미국 트럼프 재임 시절에 트럼프가 하는 발언들이 소시민들에게 영향을 얼마나 크게 주는가 그런 걸 배웠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그런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는 거죠. 소수자를 배제하고 혐오하는 발언들을 대통령 후보가 했는데, 이제는 대통령인 사람이 내뱉는 거니까요.  

어떤 기업에서 성차별이 발생했다고 했을 때 이런 발언들을 근거로 '개인적 차원에서 발생한 일이니 기업 차원에서는 더 개선할 점이 없다' 이렇게 말하게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저도 지금 직장을 다니고 있는 입장에서 이런 게 현실이 될 까봐 걱정이 되어요. 

제가 일하는 곳이 ESG 경영을 내세우고 있는데 그중에 S 부분이 인권이나 다양성 관련된 거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인권 문제로 포럼을 하자고 기획도 하고 있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로는 '구조적 성차별이 정말 있는게 맞냐'이런 식으로 말씀하신다든지,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는 식의 발언을 한 적이 있어요.

그 전까지는 '인권이 사회에서도 중요하다니까 해야지' 이런 게 컸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으로 그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걸 느껴요.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의 발언이 제 일상에도 이렇게 영향을 끼치는 걸 느끼고 그렇기에 저런 발언들이 사회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걸 빨리 알 수 있었어요."

- 이준석 전 대표도 '여성들이 근거 없는 피해의식이 있다'고 발언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이 특정 집단의 지지를 높이기 위해 한 말이잖아요. 2030 남성들 중에서도 억울함을 가진 남성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그들이 말하는 걸 복사 붙여넣기 하듯 말한 거 아닌가. 오히려 그 억울함이 피해의식이 아닌가 싶고요. 몇 년 전에는 다른 결의 이야기를 했던 걸로 아는데 대선에서 그렇게 전략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 여성가족부가 폐지되지 않고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기본적으로 그 이름 안에 여성이라는 게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편이 되더라도 그 방향이요. 구조적 성차별 안에서 다수 여성들이 겪고 있는 피해라는 게 있잖아요. 개인적인 능력을 떠나서 여성이 겪는 차별이 존재하고 있고 이걸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 부처가 한켠에는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거죠."

- 여성가족부에서 더 추진해야 할 정책은 어떤 게 있을까요? 

"성폭력 피해 지원이라든지 가출 청소년 이런 걸 유일하게 맡고 있는 부서니까 그런 부분들은 잘 하고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런데 다른 지원들이 충분했나 하면 잘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제 지인이 불법 촬영 방지 관련 탐지기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했는데, 프로젝트 마무리까지 충분히 지원받지는 못했던 걸로 알아요. 

그런 점에서 더 잘 해야 하고 여가부도 그런 방향으로 개편될 필요가 있는 거죠. 여성가족부가 정말 여성을 위해서 노력했나 하면 그쪽에서도 반성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폐지는 아닌 거죠. 여성가족부가 너무 잘해와서 폐지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말에 대해 반대를 하는 거니까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누구도 배제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페미니즘이라고 하는 것 안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고 그 안에서도 논쟁이 있거든요. 하지만 완전한 정답이라는 게 있는 건 아니니까. 서로의 의견에 벽을 쌓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배제 받지 않고 누구든 인격체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꿔나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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