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트라우마 시달리던 소방관, 이번엔 만취 군인에 폭행당했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이 참사 수습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취객 구조 현장에 투입됐다가, 취객의 폭행으로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소방노조)는 11월 9일 '소방의 날 60주년'을 맞이해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된 경기 고양시 소방관 두 명이 참사 이틀 뒤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숨을 쉬기 힘들다'는 신고를 받고 지난 1일 경기 고양소방서 소속 구급대원 두 명이 현장 구조 활동에 나갔다가, 신고자였던 모 육군부대 소속 부사관 A씨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구급대원들이 현장에 가보니 A씨는 아파트 현관문 앞에 쓰러져 있었는데, 구급대원들이 응급처치에 나서자 A씨는 욕설과 함께 119 구급대원들을 마구 때렸다.
이 중 한 구급대원은 폭행을 피하려다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어 최소 1년은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소방청은 이태원 참사 당시 대응 3단계를 발령해 전국 소방차를 사고 현장으로 집결시켰는데, 당시 이 구급대원도 경기 고양소방서 소속으로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해 환자 병원 이송 업무를 하다가 A씨 신고현장에 간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주형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은 지난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인력이 많고 장비가 많아서 이태원 대비해서 계속 그 자리에 머물면 좋겠지만, 출동도 해야 되는부서지 않나. 출동했던 걸 가지고 뭐라고 할 순 없는 것 같다”면서도 “이태원 출동했던 대원이 이송을 마무리하고 하루정도 쉬어야 하는데 쉬지도 못하고 폭행을 당해서, 우리 직원들의 마음 상태를 알 수 있는 트라우마센터가 꼭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소방노조에 따르면 많은 소방관들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등에 시달리고 있다. 2017년 기준 자살률이 10만 명당 31.2명에 달하며, 이는 OECD 평균(12.1명)의 3배에 가깝다고 밝혔다.
또한 소방관에 대한 폭행 사건도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한 해 구급 대원 폭행은 ▶2019년 203건 ▶2020년 196건 ▶2021년 248건 ▶2022년 1~6월 153건 등 한 해 평균 200건 안팎으로 나타났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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