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지옥 해방일지]⑫도시재생, 저소득층 살리는 양극화 완화 최우선시 돼야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지역 양극화 완화다.”
런던에서 만난 전문가들이 꼽은 도시재생사업의 최우선 과제다. 피터 비숍(Peter Bishop) 런던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마이클 에드워즈(Michael Edwards) 런던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매튜 카모나(Matthew Carmona) 런던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킹스크로스 역세권, 코인스트리트 등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된 장기프로젝트에 직접 관여하고 총괄을 도맡아 이끌어온 도시재생의 산 증인들이다.
세 교수는 저소득층이 충분히 거주하는 공간을 제공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도시재생은 대부분 오랜 시간 낙후된 지역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만큼 해당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양극화를 완화할수록 성공적인 사업이라는 의미다.
그들은 양극화 완화의 대표적인 수단으로 사회주택(affordable houses) 건설을 꼽았다. 마이클 에드워즈 교수는 "영국은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주택이 턱없이 부족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라며 "도시재생사업 지역은 고급 식당이나 명품 매장 등 고소득층을 위한 시설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사회주택 공급에 초점을 둬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사회주택을 필요한 만큼 늘리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책을 수립하고 금전적 투자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매튜 카모나 교수는 "충분한 사회주택을 공급하지 않고 도시재생을 밀어붙이면 반드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발생해 기존 주민들이 외곽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라며 "사업 초기단계부터 지역 주민들과 합동해 계획을 수립해야 해당 지역에서 필요한 양의 사회주택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 비숍 교수도 주민과의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각 지역마다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정부, 주민, 개발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끝없는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간극을 좁혀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접 지역 주민들을 방문하고 웹사이트 등을 개설해 의견을 청취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비숍 교수는 실제로 본인이 총괄했던 런던 킹스크로스 도시재생사업 과정에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6년 동안 수많은 시민들을 만나 건물 짓는 것뿐만 아니라 공공시설, 녹지, 토지활용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다 반영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많은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며 "어떤 과정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렸는지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어야 반대 의견이 있는 주민들조차 납득시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방정부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입을 모았다. 매튜 카모나 교수는 "주민들과 원활히 소통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사정을 더 잘 알고 있는 지방정부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라며 "바람직한 중앙정부의 역할은 지방정부가 사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자금조달을 최대한 도와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지방정부에게 모든 권한을 다 부여하게 되면 지역 주민들의 의견에 너무 쉽게 끌려 다닐 우려가 있다"라며 "사업 방향이 지역 주민들의 이기심이 아닌 공익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균형을 잘 맞춰야한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영국의 도시재생정책은 큰 틀에서 지역사회와 지방정부 등이 사업의 세부사항을 기획하고, 중앙정부가 사업허가 및 자금조달을 주로 도맡아 협조하는 구조다.
피터 비숍 교수는 "도시재생은 정치 논리에 좌우되지 않고 일관적인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정권이 바뀌어도 도시재생정책의 큰 틀은 유지될 수 있도록 지방정부 역할을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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