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별하지 않는다’...제30회 대산문학상 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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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여름에 꾸었던 꿈을 적어둔 첫 두 페이지에서 출발해...완성까지 꼭 7년이 걸린 셈이다...이 소설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겨우 자신을 지켜낸 듯하다."
광주와 제주4·3 사건을 다룬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로 제30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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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나희덕 ‘가능주의자’
평론 ? 한기욱 ‘문학의 열린 길’
번역 ? 한국화·사미 랑제라에르 ‘Cent ombres(백의 그림자)’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2014년 여름에 꾸었던 꿈을 적어둔 첫 두 페이지에서 출발해...완성까지 꼭 7년이 걸린 셈이다...이 소설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겨우 자신을 지켜낸 듯하다.”
광주와 제주4·3 사건을 다룬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로 제30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감이다. 9일 광화문 교보빌딩의 한 음식점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이 소설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실은 포기한 적도 있지만) 겨우 자신을 지켜낸 듯하다. 어쩌면 이 소설이 저를 포기하지 않고 지켜준 것 같기도 하다”며 “작별할 수 없는 마음, 작별하지 않을 것을 맹세하는 마음 앞에 깊이 머리 숙인다”고 전했다.
권택영, 방현석, 신수정, 은희경, 임철우 등 문인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광주와 제주 4·3을 잇고 뒤섞으며 지금 이곳의 삶에 내재하는 그 선혈의 시간을 온몸으로 애도하고 ‘작별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대산문학상은 이 외에 시, 평론, 번역 부문에서 수상자를 배출했다. ‘가능주의자’로 수상의 영예를 안은 나희덕 시인은 “세상은 여전히 아비규환인데, 그 고통에 대해 쓴 시집으로 상을 받는다는 것이 스스로의 시를 배반하는 일처럼 느껴졌다”면서 “그럼에도 시를 내려놓지 않았던 것은 시가 현실을 증언하고 애도하는 간절한 목소리라는 믿음 덕분이었다”고 전했다. 시인은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현재 서울과기대 문창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평론 부문에서는 ‘문학의 열린 길’(창비)를 펴낸 한기욱 평론가가 수상했다. “현실과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리얼리즘의 실천적 사유를 바탕으로 ‘문학의 길’을 탐문한 비평집으로 우리 현실에 관한 예민한 인식과 문학적 성취 사이의 남다른 대화적 고민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문학이 좋아서 한 길을 간 것뿐인데, 큰 상까지 받는다는 게 쑥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내 글에 담긴 문장 하나, 생각 한 자락 모두 내 개인의 소유가 아님을 깨닫게 됐다”며 “뜻깊은 작품을 쓰기 위해 분투한 작가와 시인들, 동료 평론가들, 문학의 최전선에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 작업했던 계간 ‘창작과비평’의 동료와 편집부 직원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 평론가는 인제대 영문과 교수로, 그간 ‘문학의 새로움은 어디서 오는가’, ‘문학의 열린 길’ 등의 평론집을 출간했다.
번역 부문에서는 ‘Cent ombres(백의 그림자)’(Samy Langeraert)를 불어로 번역한 한국화와 사미 랑제라에르가 수상했다. 심사위원단은 “작가 특유의 울림과 정서가 외국 독자에게도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가독성을 높여 문학성을 살린 창조적 번역 전략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국화 번역가는 프랑스 파리 제8대학에서 문예창작 석사를 수학하고 현재 프랑스에서 활동 중이다.
대산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대산문학상은 올해로 30회를 맞았다. 올해 선정된 네 명의 수상자에게는 각 5000만원의 상금과 양화선 조각가의 청동 조각 작품 ‘소나무’ 상패가 수여된다. 또한 시, 소설 부문 수상작은 2023년 번역지원 공모를 통해 주요 외국어로 번역돼 해외에 소개될 예정이다.
시상식은 다음 달 1일 오후 6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린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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