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할퀸 남세균 녹조…강우-높은 수온-긴 체류시간에 생긴다
낙동강 등에서 해마다 여름이면 창궐하는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녹조.
국내 4대강에서 대표적인 유해 남세균인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 녹조가 발생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 확인됐다.
바로 빗물과 함께 들어온 인(P) 성분과 높은 수온, 긴 체류 시간 등 세 가지다.
이 같은 사실은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의 "보 구간 광역 조류 정밀 모니터링(IV)" 보고서에서 담겨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미래생태(주), 해양환경연구소(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용용생태공학회 등이 환경과학원에 제출한 것으로, 최근 환경부가 이를 공개했다.
69개 지점 광범위한 녹조 발생 모니터링
연구팀은 2007~2021년 사이 4대강의 수질과 체류 시간 등의 장기 추세도 분석했다.
보고서는 낙동강 등 4대강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상황을 바탕으로 유해 남세균인 마이크로시스티스 녹조의 발생 기작, 발생 조건을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시스티스 녹조의 발생 조건은 ▶강우에 의한 인 제한 풀림 현상 ▶25~33℃의 높은 수온 ▶5일 이상의 긴 체류시간이다.
이들 환경 조건의 조합하에서 마이크로시스티스 녹조가 발생하고, 이러한 현상은 낙동강과 금강·영산강에서 빈번하게 관찰된 만큼 이를 국내 4대강 수계에 일반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이번 보고서는 지난 2020년 낙동강 수계관리위원회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보 건설에 따른 긴 체류시간을 녹조 발생에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흘러든 빗물 굶주린 남세균에 인 공급
남세균이 성장하는 데 적절한 질소-인 비율(N/P)은 대략 16:1 정도다.
낙동강 수계의 경우 4대강 사업 이후 하수처리장의 총인 처리 시설 확충 등으로 인산염이 농도가 감소했다.
이에 따라 평상시에는 질소는 남아돌고 인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여서 남세균 성장이 억제된 상태라는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비가 내리고 인이 공급될 경우 인에 굶주렸던 남세균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남세균은 다른 조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30℃ 안팎의 높은 수온에서도 잘 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변화로 기온과 수온이 상승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남세균 녹조가 확산하는 추세다.
강정고령보 체류시간 평균 16일 '최장'
국내에서도 실험실 실험 등을 통해 체류시간이 5일 이상이면 마이크로시스티스 녹조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낙동강 보 가운데 상주보와 낙단보의 경우 평균 체류시간이 6.1일이었고, 구미보는 10.7일, 칠곡보는 14.2일을 기록했다. 강정고령보는 평균 체류시간이 16일로 가장 길었는데, 2015년에는 연평균 38일을 기록하기도 했다.
달성보는 평균 체류시간이 7.4일, 합천창녕보와 창녕함안보는 7.1일로 분석됐다.
이런 영향으로 낙동강 중하류는 여름철이면 유해 남세균인 마이크로시스티스가 우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류 예천 지점부터 구미보까지는 일반 남세균인 메리스모페디아(Merismopedia) 등이 출현하지만, 칠곡보에서는 일반 남세균에서 마이크로시스티스로 바뀌는 '천이 현상'이 관찰됐다는 것이다.
또, 지류인 성주 지점부터 창녕함안보를 지나 낙동강 하굿둑까지 중하류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티스가 우점했다.
창녕함안보의 경우 2015~2019년 매년 고밀도의 마이크로시스티스 녹조가 발생하는 등 지난 10년간 평균 남조류 세포 수가 mL당 1만7800개로 낙동강 지점 중 가장 높은 평균 농도를 나타냈다.
2018년에는 최고 71만5000개/mL 농도의 녹조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조건 갖춰지면 언제든지 녹조 발생
하지만 지난해 늦여름에 돌발적인 고밀도 마이크로시스티스로 인한 녹조가 발생했는데, 일시적으로 길어진 체류시간과 인 제한 풀림, 30℃ 이상의 높은 수온 조건에서 발생했다.
연구팀은 "이는 인 제한 풀림 현상, 고수온, 5일 이상의 체류시간의 조건이 갖춰지면 마이크로시스티스에 의한 녹조가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일반 남세균인 메리스모페디아의 경우 체류시간이 짧은 지점에서는 우점하였는데, 상대적으로 낮은 수온(20~30℃)에서 인 공급과는 상관없이, 체류시간이 증가했을 때 녹조 발생으로 이어지는 특성이 관찰됐다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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