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간선거]한숨돌린 바이든, 분노한 트럼프, 입지 굳힌 디샌티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이른바 '경제심판론'으로 위기에 몰렸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숨을 돌렸다. 중간선거를 화려한 대선 출정식으로 삼고자 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분노했다. 공화당 내 '대권 잠룡'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일찌감치 재선을 확정하며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미국의 11·8 중간선거는 의회 권력을 재편한 것은 물론, 향후 2024년 대권을 노리는 주요 주자들에게도 이처럼 각기 다른 결과물을 가져다주고 있다. 누군가는 웃었고, 누군가는 울었다.
◆한숨 돌린 바이든, 조기 레임덕은 차단
중간선거 다음날인 9일(현지시간) 오후 현재 미 전역의 개표 분위기를 살펴보면 민주당이 독식해온 양원을 공화당과 분점하는 ‘상민하공’(상원 민주당 -하원 공화당)의 형태가 유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에게 빼앗길 것이라는 당초 예측과 달리 '레드웨이브'가 확인되지 않으며 일단 바이든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 위기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경제심판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낮은 지지율을 보였던 바이든 대통령이 전임자들과 달리 20년 만에 최고의 중간선거 성적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45~46%대의 지지율에서 치른 중간선거 당시 하원에서만 각각 63석, 40석을 잃고 패배했다. 이에 반해 바이든 대통령은 통상 집권 여당에 대한 심판 격으로 해석되는 중간선거에서 당초 전망보다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특히 최고 접전지 중 한 곳인 펜실베이니아 상원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것은 상징성이 크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적 타격이 줄어들 수 있는 부분이다. NYT는 "엄청난 패배를 예상한 대통령에게 이날 결과는 큰 안도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선거를 앞두고 일각에서 부각됐던 바이든 재선 불가론도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중간선거 개표와 관련, 이날 중 공개발언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위기를 넘겼을 뿐 끝난 것은 아니다. 집권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빼앗겼다는 점,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수준이라는 점도 변하지 않은 사실이다. 비록 상원을 지켰더라도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향후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 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시사해온 재선 도전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CNN이 공개한 출구조사에서 유권자 중 67%는 바이든 대통령이 2024년 재선에 출마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분노한 트럼프 "문제는 나쁜 후보들"
이번 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재선 도전에 나서려고 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향후 정치 행보도 타격이 예상된다. 당초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대한 레드웨이브"가 일어날 것으로 장담해왔으나 이날 공화당의 성적표가 기대이하 였던 탓이다.
CNN방송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의 예상밖 선전에 소리를 지르며 분노를 표했다고 측근을 인용해 보도했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자신이 공개 지지했던 메멧 오즈 후보가 패하자 그를 추천했던 참모,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에게도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측은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하지 못한 이유로 '나쁜 후보들'을 꼽으며 선거 책임을 개별 후보들에게 돌리고자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이번 선거에서 기대한 레드웨이브를 기반으로 15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이른바 '트럼프 대세론'을 굳히고자 했던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공화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정권심판론의 환경 속에서도 압승을 거두지 못한 데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유로 꼽는 목소리도 확인된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은 후보들이 일반 공화당 후보들에 비해 훨씬 고전했다"면서 "그의 개입이 없었다면 공화당이 오히려 더 좋은 성적표를 받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치분석가인 척 고플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닌,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지지했던 후보가 공화당 후보로 나섰다면 공화당이 손쉬운 승리를 챙겼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즈 후보 외에도 미식 축구 스타 출신의 조지아주 허셜 워커 상원 후보 등도 트럼프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2024년 대선 도전 일정을 뒤로 미룰 경우 오히려 선거 부진을 인정하는 모습이 되는 만큼 별다른 변경은 없을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내다봤다. 그는 이날 자신이 만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어떤 측면에서 좀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내 개인적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매우 큰 승리"라고 자평했다. 이는 자신을 향한 책임론에 선을 긋는 한편 본인 덕분에 선방한 것이라는 여론을 쌓음으로써 대선 출마 명분을 더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입지 굳힌 디샌티스...차기 공화당 대권잠룡
중간선거 결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내 입지가 좁아질 경우, 대안으로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첫 손에 거론된다. 공화당 내 대표적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그는 개표 초반 일찌감치 당선이 확정됐다. 특히 득표율 차만 무려 20%포인트에 달한다.
뉴욕타임스(NYT)는 "한 때 격전지로 꼽혔던 플로리다주에서 공화당 장악을 확실히하고 대선 잠룡으로서 자신의 명성을 공고히 했다"고 전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내 차기 대권주자 경쟁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는 주지사 재임 시 코로나19 백신정책 등에 반발하는 보수 정책을 펼치며 보수층의 지지를 구축했다. 이달에는 공화당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헤지펀드 시타델의 켄 그리핀 최고경영자(CEO) 등이 디샌티스 주지사를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사법리스크가 잇따르며 최근 들어 디샌티스 주지사를 대안으로 꼽는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있다. 중간선거 직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디샌티스(DeSantis) 주지사를 "론 디생크터모니어스(De Sanctimonious, 신성한체 하는 론)"라고 비꼬고, "그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그는 아주 심하게 다칠 수 있다"며 노골적으로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지언론들은 디샌티스 주지사가 선거 당일 밤 탬파 컨벤션 센터에서 파티를 연 것에 대해에서도 재선을 축하하는 것보다, 2024년 대선 출마의 미리보기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놨다. 또한 디샌티스 주지사가 이번 중간선거에서 일찌감치 승리를 확신하며 최근에는 자신의 유세 외에도 다른 주의 공화당 후보를 위한 정치 유세에 다수 참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측근들은 그가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디샌티스 주지사는 아직 2024년 대선 출마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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