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천화동인1호 의혹 전말 공개…“정진상 ‘저수지 넣어둔거죠’”

박현준, 하준호, 김민중 2022. 11. 10.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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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들이 2015년부터 대장동 천화동인 1호(지분 30%)를 차명 보유했고 수익 700억원을 받기로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김용(56)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 공소장과 정진상(54)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혐의 압수수색 영장에서 대장동 사업자들과 유착 관계를 상세히 설명하는 과정에서다.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사무실 압수수색에 들어간 검찰 관계자들이 9일 오후 압수수색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檢 정진상 압색영장에 “2015년 3인방에 천화동인 1호 30% 차명 배정”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공소장과 압수수색 영장에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유동규(53)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014년 6월 김만배(57·화천대유 대주주)씨와 의형제를 맺고, 대장동 사업자 선정을 약속하며 이익을 나누기로 하는 등 대장동 개발을 함께 모의했다고 적었다고 한다.

2015년 6월 화천대유가 대장동 사업자로 선정되자 김씨가 천화동인 1호를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최측근인 정 실장,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 몫으로 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씨가 “지분이 30%나 되니 필요할 때 쓰라. 잘 보관하고 있겠다”고 하자 정 실장이 “저수지에 넣어둔 것이죠”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검찰은 정 실장의 ‘저수지’ 발언에 대해 이 대표가 나중에 중앙 정계로 진출할 때 사용하기 위해 모아둔 자금원이란 의미라고 해석했다. 대장동 차명 지분 배당금을 결국 이 대표의 정치자금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뜻이다.

이후 2019년 3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대장동 사업에서 약 5916억원(성남도시개발공사 1830억원 포함)의 개발 이익이 배당됐고 이들은 기존에 약속한 지분에 따라 돈을 나눠갖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 때는 2020년 7월 대법원이 이 대표의 선거법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정 실장과 김 부원장 등이 대선 출마 준비를 본격화할 시기였다. 특히 조직과 자금 조달을 담당한 김 부원장은 같은 달 ‘이재명 경선 캠프 조직화 방안’ 문건을 작성해 “호남 계승자란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하다”“선거구별 권리당원을 전담하는 책임 조직을 구축한다”는 전략을 마련한 뒤 2020년 9월부터 김만배씨에게 약속한 돈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김씨는 같은 해 10월 유 전 본부장에게 “내 명의의 배당금(1986억원) 중 사업비로 소요된 공통 비용(화천대유 배당금 577억원)을 제하고 나머지의 절반에 해당하는 700억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김씨가 그후에도 돈을 안 주자 2021년 2월 정 실장은 직접 김씨에게 “20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정 실장은 이 과정에서 김씨가 약속한 돈을 지급하지 않는 데 대해 “이 양반 미쳤구만”이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러자 김씨는 다시 유 전 본부장을 통해 “700억원 중 유 전 본부장이 선급금 형태로 먼저 받아간 자금과 세금 등을 제하고 428억원 상당을 주겠다” “남욱 변호사가 천화동인 1호에 명의신탁 해지에 따른 지분반환 소송을 제기하면 지분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돈을 지급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김씨가 끝내 “대선을 앞두고 현금화가 어렵다”며 돈을 주지 않자 유 전 본부장은 같은 해 4~8월 남욱 변호사를 통해 대선 자금 8억4700만원을 마련해 김 부원장에 전달했다고 한다.


檢 “법조 인맥 두터운 김만배에 李 법적 리스크 관리 맡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검찰이 2015년 대장동 지분 구조를 설계할 당시부터 천화동인 1호를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3인방이 차명 보유한 것으로 파악하면서 ‘그분’의 실체와 관련한 의혹을 해명하는 게 다음 수순이 됐다. 이미 2014년부터 이 대표 측근 3인방과 대장동 사업자와 이 대표의 중앙정계 진출, 이후 2020년 9월부터 대선 자금 마련까지 논의했다고 명시한 건 이 대표를 최종 윗선으로 보고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실제 공소장 등에 “세 사람은 2010년 이전부터 이 대표의 중앙정계 진출을 목적으로 형제처럼 지낸 사이로 대장동 개발사업 초창기인 2013~2014년부터 민간사업자와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금품을 제공받거나 선거 지원을 받았다”, “김용은 2014년 성남시장 재선 도전 때 등 이 대표의 각종 선거 자금 조달과 재정을 담당했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 2014년 6월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 직후엔 “김만배와 의형제를 맺고 김씨가 가진 법조계 고위 인맥을 이용해 ‘이재명의 법적 리스크’를 관리하려 했다”란 표현도 넣었다.


檢 “측근들 대장동 매개로 장기간 정치·경제 공동체” 李 압박


2019년 12월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경기도 대변인이었던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판교에서 열린 ‘김용의 북콘서트’에 참석해 손 하트를 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축사에 “김용 전 대변인은 뜻을 함께하는 벗이자 제 분신 같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김용 부원장 블로그 캡처]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해선 현재까지는 대장동 사업 비리와 관련한 공범으로 적시하지 않았지만 “그의 측근 3인방은 대장동 개발 사업을 매개로 장기간 ‘정치·경제 공동체’를 형성했다”며 이 대표를 간접적으로 겨냥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는 검찰이 앞으로 천화동인 1호 등의 차명소유 의혹을 밝혀 이 대표를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뇌물 등의 혐의로 압박해 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치·경제 공동체’가 이 대표를 위해‘저수지’에 돈을 모아놨다면, 실소유주 역시 이 대표일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다.

이 대표에게 최종적으로 대장동 특혜 의혹으로 업무상 배임 혐의로 적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성남시가 가져가야할 개발 이익을 대장동 민간 사업자와 자신의 측근들이 받도록 했다는 식으로 배임죄의 혐의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부터 차명 소유와 수익 배분 약속, 선거자금 지원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 등을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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