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김진태와 김지완

이성규 2022. 11. 10.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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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는 알아도 김지완을 아는 이는 드물다.

김지완은 부산은행을 모태로 한 BNK금융지주의 전 회장이다.

김 전 회장 아들은 현재 한양증권 이사로 BNK쪽 채권 발행 인수업무를 맡고 있는데, BNK는 아들이 입사한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무려 1조1900억원어치 BNK 계열사 채권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금융업에 아마추어인 김 지사는 자신의 한마디가 불러올 엄청난 후폭풍을 몰랐겠지만 전문가인 BNK투자증권은 이를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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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경제부장


김진태는 알아도 김지완을 아는 이는 드물다. 김지완은 부산은행을 모태로 한 BNK금융지주의 전 회장이다. 2017년부터 회장으로 재임했지만 지난 5일 불미스러운 일로 자진 사퇴했다. 이에 비해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금융시장을 혼돈으로 몰아넣은 ‘공공의 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의 직접적 원인 제공자는 김 지사임이 분명하다. 그는 9월 28일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조성사업을 했던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해 법원에 회생신청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시장은 김 지사의 말을 강원도가 GJC가 금융권에 진 빚 2050억원에 대한 채무보증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실제 강원도는 GJC가 레고랜드 건설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2050억원을 만기일에 상환하지 못했고, 지난달 4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이후 시장의 불신이 커지면서 회사채 시장은 얼어붙었다. 깜짝 놀란 정부가 50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레고랜드발 시장 불안은 현재진행형이다. 김 지사는 뒤늦게 시장 혼란을 일으킬 목적은 아니었다고 사과하면서 보증채무 2050억원을 연내 전액 상환한다고 밝혔지만 기차는 이미 떠난 뒤다. 금융권에서는 김 지사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을 것” “ABCP를 보고 ABC 다음에 D가 아니라 왜 P가 나오는지도 모를 사람”이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하지만 이 사건에는 조연이 있다. ABCP 발행 주관사 BNK투자증권이다. 강원도로부터 수십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챙긴 BNK투자증권이 파국을 막는 데 전력을 다했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강원도 측은 “만기 1개월여 전인 지난 8월 26일 ABCP 만기를 4개월 연장하기로 합의를 마치고 4개월 치 이자를 선납까지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BNK투자증권은 ABCP 만기를 4개월이 아닌 3개월만 연장하자는 대주단(대출 금융사 단체) 요청을 받고 논의 중이었다. 그러던 중 만기를 하루 앞둔 지난 9월 28일 김 지사가 GJC를 회생 신청하겠다고 발표하자, BNK는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다음 날 디폴트(채무불이행) 처리했다.

강원도에 ‘원칙’을 강조했던 BNK는 김 전 회장 아들과 연관된 사안에서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BNK는 김 전 회장 아들이 다니는 한양증권에 계열사 발행 채권을 몰아주는 특혜를 준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 아들은 현재 한양증권 이사로 BNK쪽 채권 발행 인수업무를 맡고 있는데, BNK는 아들이 입사한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무려 1조1900억원어치 BNK 계열사 채권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김 회장은 자진 사퇴했다. 김 전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으로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경제고문을 지내기도 했다.

금융업에 아마추어인 김 지사는 자신의 한마디가 불러올 엄청난 후폭풍을 몰랐겠지만 전문가인 BNK투자증권은 이를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사석에서 “강원도가 2021년 ABCP 발행사를 한국투자증권에서 BNK투자증권으로 바꾼 게 결과적으로 독이 된 셈”이라며 “강원도와 BNK 양측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이 이번 위기의 시발점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BNK가 한양증권에 쏟은 10분의 1만큼의 애정이라도 갖고 파국을 막기 위해 강원도를 설득했다면 어땠을까. 김 지사가 최문순 전 지사처럼 민주당 인사였다 해도 BNK가 냉혹한 시장의 논리를 앞세웠을까. 우문(愚問)을 던져본다.

이성규 경제부장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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