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초중등 교육과정, 민주주의·자유민주주의 동시 사용…성평등 제외
이태원 참사 계기로 실습·체험형 안전교육 강화
초·중학교 정보수업 2배 확대
새 특수교육과정에 실생활 중심 ‘일상생활 활동’ 신설
정부가 2025년부터 적용되는 새 교육과정에 그동안 빠졌던 ‘자유민주주의’를 다시 사용하고 ‘성 소수자’, ‘성평등’ 용어를 제외한다. 홀대 논란이 불거진 음악 교육과정에 국악이 명시된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실습·체험형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초·중학교 정보수업을 기존의 두 배로 확대하는 내용도 명시된다.
교육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과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2022 개정 교육과정)을 행정예고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2024학년도 초등학교 1~2학년을 시작으로 학교 현장에 순차 적용된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8월 시안 공개 뒤 열린 공청회와 국민참여소통채널을 통해 의견 수렴을 거친 뒤 마련된 안이다. 교육부는 쟁점 사안에 대한 심의회 등을 거쳐 행정예고 시안을 마련했다.
교육부는 역사 교육과정의 경우 ‘자유’의 가치를 반영한 민주주의 서술 요구가 이어지는 점을 고려해 맥락에 따라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함께 쓰는 절충안을 선택했다.
가령 고등학교 한국사 성취기준과 성취기준 해설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이라는 표현은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으로 바꾸는 식이다.
중학교 역사의 경우 ‘사회 전반의 민주적 변화와 과제’라는 표현은 ‘사회 전반에 걸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정착 과정과 과제’로 수정했다. ‘민주주의 발전’처럼 ‘민주주의’ 표현이 맥락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기존 표현을 유지하기로 했다.
교육부 측은 시대상과 역사적 맥락에 맞게 ‘자유민주주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표현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자유민주주의’ 표현은 정권이 바뀔 때면 한국사 교육과정이나 교과서 집필과정에서 어떻게 서술되는지를 두고 이념논쟁을 일으켰던 대표적인 표현이다.
교육부가 지난 8월 31일 2022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공개할 당시 ‘자유민주주의’ 표현이 빠지자, 보수진영에선 ‘민주주의’라고만 쓰면 ‘사회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 등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함께 쓰는 절충안을 택하면서 사실상 이념논쟁에서 비껴나가게 됐다.
사회 교육과정에선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인 ‘자유경쟁’ 등이 누락됐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초등학교 사회에선 ‘기업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표현을 쓰고, 중학교 사회에서도 ‘자유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경제’라는 표현을 쓰기로 했다.
주요 쟁점이었던 성 관련 용어도 수정·보완했다.
사회 교육과정 가운데 고등학교 ‘통합사회’의 경우 기존에는 ‘사회적 소수자’의 사례로 ‘장애인, 이주 외국인, 성 소수자 등’을 들었는데 이를 ‘성별·연령·인종·국적·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받는 사회 구성원’으로 변경했다.
도덕 교육과정의 ‘성평등’ 용어에 대해선 성(性)과 관련한 철학적 논의를 학습하는 교과의 특성을 고려해 ‘성평등의 의미’로 바꾸고, ‘성에 대한 편견’은 ‘성차별의 윤리적 문제’로 수정했다.
보건 교육과정에선 기존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성·생식 건강과 권리’로 바꾸고, 이것이 ‘성·임신·출산과 관련한 건강관리와 육아휴가 등 권리’에 관한 학습 내용이라는 점을 명시했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학교가 학생들의 발달 수준에 맞게 관련 교과, 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해 안전교육이 강화된다.
교과에선 초등통합·체육·음악·미술 교과에 다중밀집환경 안전 수칙을 넣고, 보건과목에 위기 대처 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넣었다.
창의적 체험활동에선 ‘교내외 활동에 따른 안전교육’ 항목을 신설하고 밀집도를 고려한 안전확보 지침을 마련하도록 했다.
생태전환 교육의 경우 총론의 ‘교육과정 개정 배경’ 등에서 기존보다 상세하게 설명하기로 했다.
디지털 소양 강화를 위해 정보교육 시간을 초등학교 34시간 이상, 중학교 68시간 이상 ‘편성·운영할 수 있다’고 표현한 부분을 ‘편성·운영한다’고 명시해 학교별 디지털 교육격차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로 했다.
음악 교육과정의 경우 국악 관련 학습 내용을 성취기준 등에 별도로 제시해 보완했다.
교육부는 일반학생과 장애학생의 통합교육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이번에 특수교육 교육과정도 함께 행정예고한다.
새 특수교육과정은 학생의 장애 특성과 교육적 요구 등을 반영해 교과와 연계한 실생활 중심의 ‘일상생활 활동’을 신설하고, 졸업 후 가정생활·사회적응 준비를 위한 과목도 보강했다.
행정예고 시안은 교육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의견이 있는 기관·단체·개인은 우편과 팩스, 전자우편(이메일)으로 오는 29일까지 의견을 제출하면 된다.
교육부는 교육과정 심의회와 국가교육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오는 12월31일까지 새 교육과정을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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