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위기 극복, 소비자부터 나서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으로 월동 에너지 대란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기후변화 문제의 우선순위가 밀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가속한 전 지구적 기후 위기 대응을 더는 미룰 수는 없다.
국제사회는 1992년 유엔 기후협약, 1997년 교토 의정서, 2009년 코펜하겐 합의 등 지난 30년간 유엔 주도로 정부와 산업 및 생산 부문에 중점을 둔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설정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그때마다 실패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주도로 지난해 초부터 세계 각국이 과감한 2030, 2050 탄소중립 목표치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도 2030년까지 40% 감축,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서약했다. 그러나 온실가스감축 목표치 설정과 실패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정부와 기업에만 추궁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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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기업에만 책임 추궁할 건가
화석연료 최종 소비자 역할 중요
청정에너지 부담 비용 지불해야
」
온실가스 배출량을 국내총생산(GDP), 즉 생산부문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지금의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수출된 부분을 제외하고 수입된 부분을 추가하는 최종 소비 기준 배출량 산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소비자의 책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생산부문을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하면 기존 선진국들이 주도하던 철강 등 중화학공업을 받아들인 중국과 한국은 ‘기후 악당’으로 치부되고, 유럽은 온실가스 감축의 선두주자로 간주된다. 그러나 전 지구 차원에서 보면 유럽에서 중국·한국으로 탄소를 유출한 것이지 온실가스 감축은 아니다.
산업구조가 서비스 지식산업 위주의 후기산업사회에 도달한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이 수입해 소비하는 공산품에 내재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가하면 선진국들의 소비기준 배출량은 생산기준 배출량을 웃돈다. 따라서 전 지구 차원의 배출량 감소를 위해서는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 산출을 생산이 아니라 소비를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 생산이 아닌 소비에 초점을 맞춰야 최종 소비가 줄어들어 전 지구 차원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 수 있고 낭비적인 소비 패턴이 지속가능 소비 패턴으로 바뀔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더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생산한 상품의 최종 소비자들이 기후 위기 대응과정에서 방관자로 남아있는 상황을 지속해서는 안 된다. 일반 국민은 기후위기에 대해 정부나 기업들이 책임지고 강력한 조치를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전기 가격 인상 등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강력한 조치를 통한 청정에너지 전환을 정부가 밀어붙이는 데는 정치적 한계가 있다.
기업들도 날로 심해지는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기에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추가 비용을 떠안기에는 수익성의 한계가 있다. 그만큼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추궁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셈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기요금을 10년 내 2배 인상하는 안에 대해 48%가 찬성, 45%가 반대했다. 이렇게 의견이 반반으로 갈리는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기후위기를 걱정하고 청정에너지 전환에 비용을 부담할 용의가 있는 소비자부터 소비재 생산과정에서 배출된 탄소에 대해 자발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기후위기 대처에 주역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독일 고속열차의 경우 재생전기를 이용해 여행하고 싶은 승객은 일반승차권보다 높은 가격의 ‘녹색 승차권’을 자발적으로 구매해 여행할 수 있다. 추가 지불한 금액만큼 재생에너지를 구매해 기차를 운행한다. 소비자가 기후대책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제도는 기차뿐 아니라 일반 전기요금 지불에도 적용할 수 있다. 석탄 등 화석연료를 연소해 생산된 전기가 아니라 태양력·풍력 등 녹색 전기를 사용하고 싶은 소비자들이 더 높은 전기요금을 자발적으로 지불하고 추가 지불한 금액만큼 녹색 전기를 구매하는 차별화된 전기요금 제도를 도입하면 된다. 이를 통해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 해소와 재생전기 구매 확대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 적어도 한전의 재생전기 구매 한도 소진으로 제주도 풍력단지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탄소배출에 대해 자발적으로 차별화된 가격을 지불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를 구축하고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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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내권 초대 기후변화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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