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김강민, 내년에도 그라운드 누빈다

배영은 2022. 11. 1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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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민은 한국시리즈 사상 최초의 대타 끝내기 홈런을 터트리는 등 맹활약을 펼쳐 역대 최고령 MVP로 선정됐다. 8일 우승 직후 동갑내기 추신수와 뜨겁게 포옹하는 김강민. [연합뉴스]

프로야구 SSG 랜더스 김강민(40)의 별명은 ‘짐승남’이었다. 외야 좌중간부터 우중간까지, 어떤 타구가 날아와도 맹수처럼 낚아채는 수비력 덕분이다. 강한 어깨 덕분에 홈플레이트를 향해 정확하게 날아가는 ‘레이저 송구’도 김강민의 트레이드마크다.

가을이 오면 김강민의 ‘야수 본능’은 더 무섭게 살아난다. 고비마다 중요한 홈런을 때려내고, 믿을 수 없는 ‘수퍼 캐치’를 해냈다. 김강민은 오랜 기간 ‘SK 와이번스(현 SSG) 왕조’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김강민은 이제 마흔이 넘었다. 주전 중견수 자리도 ‘리틀 김강민’이라 불리는 후배 최지훈(25)에게 넘겨줬다. 그라운드보다 더그아웃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불혹의 김강민은 올해 한국시리즈(KS)에서 다시 한번 활활 불타올랐다.

김강민은 지난 7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KS 5차전에서 2-4로 뒤진 9회 말 대타로 나와 끝내기 역전 3점 홈런을 터트렸다. KS 사상 최초의 대타 끝내기 홈런이었다. 에이스 김광현이 용수철처럼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펄쩍펄쩍 뛰었다. 간판타자 추신수와 최정은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울먹였다. 한 SSG 팬은 “2050년 KS에서도 70세의 김강민이 끝내기 홈런을 치고 있을 것 같다”고 썼다.

SSG는 그 홈런의 여세를 몰아 8일 6차전까지 4-3으로 이겼다. SK에서 SSG로 간판을 바꿔 단지 2년 만에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김강민은 기자단 투표에서 총 77표 중 42표를 얻어 KS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40세 1개월 26일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수상 기록을 세웠다.

김강민은 “수상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며 “이번 시리즈에서 고작 안타를 3개 쳤는데, MVP를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김강민이 친 3안타 중 2개는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홈런이었다. 그는 1차전에서 9회 말 대타로 나와 동점 솔로포를 쳤다. 연장 승부 끝에 패했지만, ‘가을 남자’ 김강민의 저력을 보여줬다. 5차전의 끝내기 홈런은 사실상 시리즈 전체의 향방을 갈랐다. SSG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키움의 투지를 노련한 김강민이 꺾어버렸다.

“평소 눈물이 없는 편”이라던 김강민은 우승이 확정된 뒤 누구보다 많은 눈물을 쏟았다. 그는 “앞선 네 번의 우승 때도 울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엔 이상하게 눈물이 많이 났다”며 “MVP를 차지해서 운 게 아니다. 40대에도 우승을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좋아서 눈물이 난 것 같다”고 했다.

김강민은 1982년생이다. 동기생 중 김태균과 정근우는 이미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대호는 올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좋은 성적을 남기고 은퇴했다. 오승환(삼성 라이온즈)과 팀 동료 추신수만 여전히 현역 선수로 남아있다.

김강민은 “일단 내년에도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빌 것 같다. 몸이 허락하는 데까지는 계속 해보려고 한다”며 “그저 후배들과 함께 뛰자는 생각만으로 야구를 했는데, 이렇게 우승이라는 목표까지 이루니 정말 좋다. 몸 관리를 잘해서 내년 한 시즌도 즐겁게 보내고 싶다”고 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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