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자유민주주의’ 다시 넣고 ‘성소수자’ 뺀다

전민희, 장윤서 2022. 11. 1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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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5년부터 적용되는 새 역사 교육과정에 빠져 논란이 됐던 ‘자유민주주의’를 다시 넣기로 했다. 사회 교육과정에는 ‘자유로운 경제활동’ 표현이 추가되고 ‘성소수자’ ‘성평등’ 용어는 제외된다. 국악 소외 논란이 불거진 음악 교육과정에는 국악 학습내용이 명시된다.

9일 교육부는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과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지난 8월 시안을 공개한 후 공청회와 국민참여소통채널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 수정된 안이다.

음악 과정에 ‘국악’ 학습내용 명시

교육과정은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교육목표와 내용이 담겨 있어 교과서 집필의 기준이 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지난해 4월 개발에 착수해 같은 해 12월 연구진이 구성됐다. 그런데 연구진이 발표한 역사 교육과정 시안에는 ‘민주주의’라는 표현만 표기돼 있어 ‘자유’를 포함하라는 민원이 빗발쳤다.

연구진이 이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자 교육부는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를 통해 ‘자유민주주의’ 용어가 반영되도록 했다. 다만 연구진이 서술한 민주주의 표현 모두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가 들어간 문장을 추가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역사 교육과정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념 논쟁의 중심에 섰다. 특히 현대사 부분에 민주주의를 어떻게 서술하는지가 논란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2011 개정 교육과정에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고쳤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역사 국정교과서에서도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를 썼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고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성취기준 용어를 ‘민주주의’로 바꾸고 해설 부분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썼다.

새 교육과정은 성취기준과 해설 모두 자유민주주의 용어가 등장한다. 교육부는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 성취기준 및 성취기준 해설에 ‘자유민주주의’ 및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반영해 대한민국 정통성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보수 성향 학자들은 민주주의는 ‘인민 민주주의’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자유’가 꼭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명희 중앙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헌법에 ‘자유주의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처럼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며 “학생들에게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진보성향 학자들은 ‘민주주의’가 자유를 포함하는 개념이라 굳이 ‘자유’를 넣을 필요가 없다고 맞선다. 도면회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초대 헌법을 보면 사회주의적인 부분이 많은데, 그때를 서술하면서 굳이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넣은 이유를 모르겠다”며 “요즘 인민 민주주의라고 이해할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했다.

자유라는 표현은 사회 교과에도 등장한다. 초등학교 사회 교육과정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서술하는 문장에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이라는 표현이 추가됐다. 또 중학교 사회 교육과정에서 등장하는 경제 생활은 ‘시장경제’와 ‘자유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경제’로 대체됐다.

사회와 도덕·보건 교육과정에선 ‘성소수자’와 ‘성평등’ 용어가 빠져 논란이 예상된다. 성소수자는 ‘성별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로, 성평등은 ‘성에 대한 편견’이나 ‘성차별의 윤리적 문제’로 대체됐다. 장홍재 교육부 학교교육지원관은 “사회적 소수자를 교육과정에 명시하는 것이 제3의 성을 조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학생의 발달단계를 고려한 옳은 결정이라는 찬성 입장과 다양성 교육이 필요하다는 반대 입장이 대립했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요즘처럼 사회가 빠르게 변할수록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 최근 MZ세대 사이를 중심으로 젠더 갈등이 심한 것도 이런 교육이 부족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성소수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필화 이화여대 여성학과 명예교수는 “세계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만 거꾸로 간다”고 지적했다.

‘다중밀집 환경’ 등 안전수칙 포함

반면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대표는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굳이 성소수자에 대해 가르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대변인도 “성소수자·성평등 용어 삭제는 사회적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는 국민 인식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교육과정 총론에 안전교육을 강화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이 신설되고, ‘다중 밀집 환경’의 안전 수칙이 포함됐다. 기후·생태환경 변화에 대한 표현도 교육과정에 추가됐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행정예고 기간은 29일까지 20일간이다. 최종안은 12월 초 국가교육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12월 30일에 최종 고시된다.

전민희·장윤서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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