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도 “메이드인 아메리카” 찬성, 인플레법 개정 불투명

정진우 2022. 11. 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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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일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메릴랜드주 보위주립대에서 민주당 소속 후보들의 행진을 지켜보고 있다. [UPI=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하원 탈환이 유력해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가 의회 권력의 핵심축인 하원을 공화당에 내주게 되면 각종 입법에서 제약이 불가피하다. 이번 중간선거는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가 판세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었지만,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바이든 행정부에 대내외 정책 모두의 변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에서 강경론을 고수해 온 공화당은 현재 공석인 대북인권특사 지명 등 특히 북한 인권 문제에서 목소리를 높일 전망이다.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차기 하원 외교위원장으로 거론되는 마이클 매콜 의원은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바이든 행정부를 “나약하다”고 비판해 왔다. 매콜 의원은 지난 3일엔 “북한의 도발은 바이든 행정부가 그들에게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통한 호전성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줄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더욱 선명한 대북 압박을 요구했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 국면에서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한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도 어느 정도 일치한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2년간 추구했던 대북정책의 핵심 원칙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되,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해선 확장 억제를 강화하고 무력 도발에 맞서 독자 제재를 강화하는 대북 원칙론을 추구해 왔다. 이 점에서는 공화당의 대북 접근법과 별 차이가 없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8일 플로리다주 마라러고에서 지지자들과 마주한 모습.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하원 탈환이 이뤄지면 지난해 의회 난동사건 조사가 중단되고, 바이든의 차남인 헌터에 대한 청문회와 증인 소환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대북정책은 공화·민주의 기조가 비슷해 큰 차이가 없을 전망이다. [AP=연합뉴스]

일각에선 이번 중간선거 결과가 한·미 간 최대 현안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기도 한다. 공화당이 입법 과정에서 IRA 법안을 성토하며 상·하원 표결에서 전원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용을 한 꺼풀 벗겨보면 상황이 다르다. 공화당이 IRA에 반대한 이유는 한국의 국익이 걸린 전기차 보조금 차별이 아니라 의료보장 확충과 법인세 인상, 기후변화 대응 등의 조항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산 등을 제외하고)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조항에 대해선 공화당도 문제 삼지 않는 기류가 강하다. 실제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IRA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이는 국세청(IRS) 예산 800억 달러가 이유였다. 하원 세입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케빈 브래디 의원도 IRA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이는 의약품 가격 조항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더욱 문제는 중간선거 이후 2024년 대선을 의식해 민주당과 공화당이 경쟁적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사실이다. 상·하원에서 IRA 개정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 경쟁은 중간선거 이후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안보 분야의 대중 압박은 중국을 ‘국가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간주해 온 바이든 행정부와 대중 강경론을 요구해 온 공화당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지난달 “하원을 차지하면 우크라이나에 더는 백지수표를 제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공화당이 중간선거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줄이고 중국 견제에 집중하도록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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