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 선거에 책임론 나오는 트럼프…"격노해서 마구 소리질러"
"흥미로운 저녁이었다."
미국 중간선거 개표 상황을 보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한 이야기다.
8일(현지시간)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플로리다에 있는 마러라고 자택에 측근과 주요 기부자, 기자들을 불러 개표방송을 함께 지켜봤다.
처음엔 연회장에 설치된 여러 대의 대형TV로 폭스뉴스를 보면서 뷔페와 트럼프 와인을 즐기는 등 화기애애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격전지에서 공화당 후보의 패배 소식이 들려오고, 당초 예상됐던 상·하원 동시 장악 가능성이 멀어지면서 참석자들도 연회장을 하나둘 떠났다고 한다.
선거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흥미로운 저녁이다. 경쟁이 뜨거운 곳도 있었고 심각한 곳도 있었다"고 짧게 답했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반면 돌아서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분위기다. CNN은 트럼프의 최측근과 접촉한 인사를 인용해 “트럼프가 격노했다”며 “아무에게나 소리를 질렀다”고 전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측근으로 공화당 4선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NBC 뉴스와 인터뷰에서 "분명 공화당의 물결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킹 메이커' 역할을 자처했던 트럼프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후보들만 세우다 보니 경쟁력 없는 이들만 전면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공화당 지도부에선 메릴랜드의 래리 호건, 애리조나의 더그 듀시 등 임기를 마친 중도 성향 주지사들의 상원의원 출마를 독려했지만, 트럼프의 반대에 막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대신 지난 대선 결과를 부정하거나 트럼프에 맹목적인 충성, 낙태권 폐지 등을 이야기하며 극단적인 모습을 보인 이들이 트럼프의 낙점을 받아 당내 경선을 통과했다.
이런 후보들은 민주당 측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존재"라는 거센 공격을 받았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공화당은 상원의 주요 격전지에 검증받지 않은 후보자들을 공천했다"면서 "지난 몇 달간 예상됐던 '레드 웨이브(붉은 물결·공화당의 상징색)'가 실현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선거 직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너무 자신을 부각한 것도 붉은 물결을 가로막은 요인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선거 전 마지막 주말 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 등에서 지원 유세를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을 성공적이고 안전하고 영광스럽게 하기 위해 아마도 '그것을' 다시 할 것"이라며 2024년 대선 출마 의지를 보였다.
급기야 선거 전날인 7일에는 "오는 15일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매우 중대한 발표를 할 것"이라며 출정 공식선언일까지 못 박았다.
그러자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 등에 실망해 투표를 포기했던 '샤이 바이든' 지지층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투표소로 발길을 향했다는 분석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저녁 펜실베이니아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고 봤다.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이었지만 트럼프가 낙점한 TV토크쇼 진행자 출신 메메트 오즈 상원의원 후보와 극우 음모론자란 평가를 받는 더그 마스트리아노 주지사 후보는 선거 내내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둘 다 패배하며 다음 대선에서도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될 펜실베이니아를 민주당에 내줬다. 더힐은 오즈 후보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 상대 후보와 보조를 맞추는 것에도 쩔쩔맸다"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174승 9패다. 위대한 저녁"이라는 글을 남겼다. 자신이 지지 선언을 한 공화당 후보 중 9명을 빼고는 모두 당선됐다는 이야기다.
특히 "가짜뉴스 미디어와 범죄자 민주당이 이를 평가절하하려 한다"며 자신에 대한 책임론을 일축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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